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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헤밍웨이 단편소설 『인디언 부락(Indian Camp)』

by 언덕에서 2016. 2. 26.

 

 

헤밍웨이 단편소설 『인디언 부락(Indian Camp)』

미국 소설가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1899 ∼ 1961)의 단편소설로 1925년 미국판으로 출간된 <우리 시대에(In Our Time)>라는 소설집에 수록되었다. 헤밍웨이의 초기작에 해당한다. 이후 헤밍웨이는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헤밍웨이는 시카고 교외 오크 파크에서 의사인 아버지와 음악과 그림에 소양이 깊은 어머니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사냥과 낚시를 좋아한 아버지는 북부미시간의 워룬 호반에 별장을 지어 놓고, 어린 헤밍웨이와 함께 자주 그곳으로 갔다. 그리하여 그는 3세 때 낚싯대를, 10세 때에 사냥총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는데, 그것이 그의 평생의 취미가 되었다. 이 무렵의 헤밍웨이는 대도시 교외의 기품 있는 상류와 중류 계급의 문화적 분위기보다도, 워룬 호반의 원시적인 자연과 미개한 인디언들과의 사귐에 더 깊은 친근감을 가지게 되었다.

 소년 헤밍웨이는 어린 시절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의사인 아버지가 근처 마을에 왕진을 갈 때 따라가기도 했다. 이 작품은 이 곳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다. 출생과 죽음이라는 생의 근본적인 동시의 겪는 소년이 그의 대해 의문을 갖고 나름의 해답을 찾아보는 통과 제의적 이야기이다. 

1925년 미국판으로 출간된 소설집 『우리 시대에(In Our Time)』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년 닉은 숙부 조지와 함께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인디언 부락으로 향한다. 곧 해산할 산모가 있어서 안개 깔린 저녁의 추운 강을 뚫고 간다. 아버지가 수술 도구도 없이 잭나이프만으로 제왕 절개 수술을 하는 것을 보고 닉은 흥미를 잃어버린다.

 인디언 오두막 램프 불빛 아래서 의사인 아버지는 마취제도 없이 메스 대신 제크 나이프로 인디언 산모를 수술한다. 산모의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아이는 태어나고, 산모의 절개 부위는 낚싯줄로 봉합된다.

 다리를 다쳐 꼼짝할 수 없이 이층 침대에 누워 있던 산모의 남편은 아내의 비명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칼로 자기의 목을 베어 자살한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아버지는 매우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 발을 다쳐 누워 있던 산모의 남편이 자살한 것이 밝혀진다. 아버지는 닉을 데려온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닉은 이 경험을 탄생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자신은 자살하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영화 <늑대와 춤을 Dances with Wolves> , 1990 제작

 

 이 작품에서는 헤밍웨이의 단편에 자주 등장하는 ‘닉 애덤스’의 소년 시절 일화가 그려진다. 출산이 임박한 인디언 여자를 돕기 위해 의사인 아버지와 함께 인디언 부락으로 건너간 닉은 그곳에서 한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자와, 그 과정을 괴로워하며 지켜보다 자살하는 남편을 목격한다. 생사의 장면이 교차하는 극적인 상황을 보며 닉은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아빠, 죽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아니, 꽤 쉬운 일인 것 같구나, 닉.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두 사람은 배에 올라, 닉은 고물에 앉고 그의 아버지는 이물에 앉아 노를 젓기 시작했다. 해가 언덕 위로 막 솟아오르고 있었다. 농어 한 마리가 뛰어올라 수면에 둥그런 파문을 그렸다. 닉은 물속에 손을 담근 채로 갔다. 새벽의 매서운 한기 속에서도 물은 따스했다.

 이른 아침 호수에서 아버지가 노를 젓는 배의 고물에 앉아 닉은 자기는 결코 죽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 작품은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어린 소년이 자신의 삶에 대하여 깨닫고,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년 닉은 의사인 아버지가 수술 도구도 없이 나이프로 제왕절개수술1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거기에다 산모의 남편이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겪는다. 이러한 현장을 목격하고, 크게 놀라며 아버지의 보호막에 갇힌 어린 소년이 아니라, 인생의 문제에 직접 대면하여 그 해결을 추구하는 소년으로 성장한다. 하룻밤 사이에 닉은 내면으로 크게 성장한다.

 이 소설은 닉이 아버지를 따라 인디언 부락으로 들어가는 저녁으로부터 산모의 수술이 진행되는 밤과,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남편의 죽음이 밝혀지는 아침까지를 그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닉이 겪게 되는 시간적 배경으로서 밤은 ‘과거의 닉’과 ‘새로운 닉’을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또한 인디언 부락과 소년의 마을 사이에 가로놓인 공간적 배경으로서의 강 역시 소년이 새롭게 성장하여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하여 눈을 뜨게 되는 분기점 구실을 한다.

 

  

 

  1. [의학] 모체의 배를 가르고 태아를 꺼내는 수술. 산도(産道)가 열리지 않거나 출혈이 심할 때, 또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에 위험이 있는 경우 등에 행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