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골(리) 단편소설 『코(Hoc)』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소설가 고골리(Gogoli, Nikolai Vasil'evich.1809∼1852)의 단편소설로 1836년에 발표되었다. 이 소설『코☜』는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얼굴 한복판의 코를 둘러싸고 갖가지 진기한 사건이 벌어진 다음 제자리에 다시 돌아온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다. 추악한 현실세계에 대한 증오와 삶에 패배한 ‘자그마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을 나타내어, 리얼리스틱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톨스토이와 도스트예프스키의 문학적 스승인 고골리는 이야기 속에서 따뜻한 휴머니즘을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그만의 상상력바탕으로 탄탄하게 스토리를 풀어간다. 우리 삶에 중요한 개념을 부드럽게 들려주는 고골리는 읽고난 뒤의 여운 속에 또렷한 자국을 남긴다.
또한 『코』는 고골리의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의 하나이자, 가장 괴상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고골리는 한 세기 후에 러시아뿐 아니라 전 유럽에서 뚜렷해지게 되는 문학적 전통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환상처럼 독창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동명 오페라의 원작이기도 하다.
고골리의 소설「코」는 1836년 문학잡지에 발표되었고, 같은 해에 <감찰관>이 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되어 호황을 누렸다. 고골리는 1836년 이후로는 로마 등 주로 외국에 거주하면서 <죽은 혼> 1부를 집필하였다. 전집에 포함되어 발표된 <외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걸작 단편소설이다. 1840년대를 거치며 작가로서의 자신의 재능에 회의를 느낀 고골은 악에 대해 풍자한 지금까지의 소설과는 다른, 도덕적 완성과 악에서의 부활을 그린 <죽은 혼> 2부를 집필하기 시작하나 실패한다.
결국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단식을 단행하다 1852년 마흔세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모스크바에 묻혔다. 그의 사인은 의학적으로 기아, 티푸스 혹은 우울증으로 규정되어 왔으며 그의 영혼이 유탈 이체한 상태에서 생매장되었다는 주장이 20세기 초에 제기되어 유력한 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늘날까지 그의 죽음은 출생보다 더 신비로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페테르스부르크에서 희귀한 일이 생겼다. 이완 야코레비치가 아침에 빵을 먹으려고 둘로 쪼개었다. 그런데 빵 속에서 사람의 코가 나오지 않는가!
“엇!” 소리를 지른 야코레비치는 그 코를 지그시 들여다보다가, “아, 이거 팔등관 코와료프의 코가 아닌가!”
하고 놀랐다. 야코레비치는 이발소 주인이다. 코와료프는 매주 두 차례씩 이발소에 면도를 하러 오는 손님이다. 그리고 야코레비치는 면도를 할 때 손님의 코를 주욱 잡아당기는 버릇이 있어 그 코를 잘 아는 것이다.
“코가 빵 속에 들어 있다니.”야코레비치는 중얼거리며 코를 헝겊에 싸서 들고 나온다. 그런데 버릴 장소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길에다 슬그머니 떨어뜨리고 간다. 그러자 순경이 뒤에서,“여보세요, 뭔가 떨어졌소.”하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그래서 그 코를 싼 뭉치를 네바 개울 다리 위에서 떨어뜨리고 만다. 한편, 팔등관 코와료프는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란다.
“아니, 내 코가!” 코가 붙었던 자리가 맨들맨들하다. 꿈이 아닌가 싶어 살을 꼬집어보아도 꿈은 아니다. “경찰에다 신고할까?”그러나 그것도 멋쩍은 일이다. 다시 한 번 거울을 들여다보기 위해 큰 거울이 달린 과자집으로 들어가 보나 코는 확실히 없다. 코와료프는 당황하여 코 있던 자리를 손수건으로 감추고 과자집을 빠져 나온다. 어떤 집 앞에서 오등관의 예복을 입은 신사가 마차에서 내린다. 그런데 그 사람의 코가 바로 자기 코이다. 집으로 들어간 신사가 나오기를 집 앞에서 기다린다. 집을 나온 그 신사는 또 급히 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코와료프는 급히 그 신사의 뒤를 따라간다. 그러자 그 신사는 교회로 들어가더니 기도를 한다. 코와료프는 신사에게 묻는다.
“여보세요, 당신은 있을 곳을 잘못 안 것이 아닌가요?”그러자 신사는,“무슨 말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소.”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코와료프는 신문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코를 찾게 신문에 광고를 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러나 신문사에서는, “그런 시시한 광고를 내면 신문의 품위가 떨어지니 광고를 못 내겠소.”하고 거절해 버린다. 실망한 코와료프는 집으로 돌아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이 때 순경이 찾아온다. “이 코가 합승마차를 타고 달아나려는 것을 내가 붙잡아 왔소.”하며 코를 건네준다.
코와료프는 몹시 기뻐한다. 그리고 코를 제 자리에 붙여 보나 붙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상한 일도 있는 법이다. 코가 달아난지 두 주간이 가까운 어느 날 아침 코와료프가 문득 눈을 떴다. 코가 본디대로 붙어 있지 않은가! 팔등관 코와료프는 또 옛날처럼 원기를 되찾고 뻐기고 있었다.
코와료프는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면서도 자신의 보잘것없는 직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말단 공무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눈뜬 그는 자신의 코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이 사건을 신고하기 위해 서둘러 가는 길에, 그는 자신보다 몇 직급 위의 공무원 제복을 입고 있는 자신의 코를 만난다. 그는 자신의 돌아다니는 코에게 말을 걸려고 하지만, 자기보다 직위가 높은 코에게 질책을 받을 뿐이다.
코와료프는 신문에 광고를 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코를 되찾을 수 있을지 도움을 청하지만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한다. 며칠 뒤, 경찰이 코를 돌려주러 오지만, 의사는 코를 원래대로 있던 자리에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한다. 얼마 후, 아침에 일어난 코와료프는, 코가 마치 사라졌던 것처럼 별안간 원래대로 붙어있음을 발견한다.
♣
이 황당한 이야기는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결말로 끝난다. 우스운 것은 고골리의 자신의 작품에 관한 평이다. 그는 “작가는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쓸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분개하기까지 한다. 자신이 그 작가이면서도 말이다. 독자들 역시 고골리가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쓸 생각을 했는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이 황당한 이야기가 암시하는 내용이 무엇일까? '코'의 은유는 어떤 것일까?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보이지만 없어지면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수많은 '그것'이다.
단편소설 『코』를 자세히 읽어보면 당시 대중 독자들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골의 패러디 몇 가지가 나타난다. 다음 장면들은 통속문학의 낯익은 주제들 중의 하나인 줄거리 중심의 모험적이고 환상적인 로맨스를 표면적으로 상기시킨다. 주인공 코와료프가 잃어버린 코를 찾아 나서 사회의 각 기관과 경찰서, 신문사, 의사 등을 만나게 되는 장면들. 또한 자신의 코가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을 보기 위해 들어가다 우연히 마주친 젊은 아가씨의 미모를 묘사한 장면, 그리고 자신에게 청혼 의사를 비쳤던 알렉사드라 그리고리예브나가 청혼 거절로 인해 자신의 코를 베어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코와료프의 모습은 각각 모험과 로맨스의 왜곡된 암시를 보여주고 있는 요소들이다.
☞'코'는 러시아어로 'hoc'인데 거꾸로 쓰면 'coh'로, 꿈이라는 뜻이다. 작가가 이 점을 염두에 두었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꿈은 환상의 세계를 대표하는데, 페테르부르크의 특성의 하나가 환상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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