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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나도향 단편소설『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by 언덕에서 2014. 10. 2.

 

나도향 단편소설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나도향(羅稻香.1902 ~1926)의 단편소설로 1922년 [백조]지에 발표되었다. 작중 주인공 젊은 소설가의 짝사랑의 과정과 실연의 비애를 다루고 있다. 시인 ☞홍사용이 제목을 붙여 주었다는 이 작품은 달콤한 매력 때문에 젊은 여성 독자들의 눈물을 한없이 쥐어짰다고 전해진다. 25세의 한창 젊은 나이로 요절한 나도향의 생에는 한두 가지의 로맨스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쓴잔만을 마셨다고 한다. 첫 번은 한국에서 전형적 조선 아가씨와, 다음은 일본에서 신식 멋쟁이 아가씨와의 로맨스였다. 이 소설은 첫 번의 한국에서의 실연을 고백 형식으로 쓴 것으로 보여지는 소설이다.

 나도향은 1917년 공옥학교(攻玉學校)를 거쳐 1919년 배재학당 졸업, 경성의전(京城醫專)에 입학하는 그 당시 최고의 엘리트였으나, 문학에 뜻을 두어 할아버지 몰래 일본으로 갔다. 그러나 학비가 송달되지 않아 귀국하였고, 192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1922년 현진건, 홍사용, 이상화, 박종화, 박영희 등과 함께 [백조] 동인으로 참여하여 창간호에 <젊은이의 시절>을 발표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하였다. 같은 해에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에 이어 11월부터 장편 <환희> [동아일보]에 연재하는 한편, <옛날의 꿈은 창백하더이다>를 발표, 신문학사상 낭만주의 운동을 일으킨 한 사람으로 초기의 낭만주의 작품으로 <젊은이의 시절>, <옛날의 꿈은 창백하더이다>, <별을 안거든 울지나 말걸> 등이 있고, 후기에는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작품을 썼다.

 24세 때인 1925년 그의 대표작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물레방아> <뽕> <벙어리 삼룡이> 등의 우수한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같은 해에 문학 수업을 위하 다시 한 번 일본에 건너갔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국했다. 다음해인 1926 25살의 나이에 급성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우수한 단편 가운데서도 특히 <벙어리 삼룡이>는 우리나라 근대문학사살 가장 뛰어난 단편소설의 하나로 꼽히는 걸작이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은 읽어야 하는 명작에 속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DH)와 친구인 R은 우연히 MP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MP는 나의 누님과 언니 동생 하는 사이로 나보다 한 살 연상인 미모의 여성이다. 내가 R을 찾아가는 어느 날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R을 만나 둘이서 유원지로 향하고 그러면서 R의 우울한 모습을 본다. 유원지를 가면서 R이 나(DH)에게 '나는 DH를 얼마간 이해하고 또한 어디까지 인정하는데‘하고 말한다. 이에 나는 R의 순수하기 짝이 없는 말에 감격한다.

 다른 날에 C 예배당에서 누님과 MP양을 만난다. 나는 누님이 MP양에게 소설가인 나의 원고를 보여주어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원고지에 새로 쓰인 MP양의 글씨를 본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잡지사에 보낼 원고 집필이 되지 않아 밖으로 나선다. 나의 발은 R의 집으로 향했다. R이 MP양을 사모하고 있지 않은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R의 집에 가는 동안에 나는 MP양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MP에 대해 언제든지 생각하는데 나와 달리 MP양은 나를 긴히 생각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도착하여 R이 부재중인 방에서 R이 MP양에게 나(DH)에 대한 비난의 편지를 써둔 것을 읽고 배신감을 느낀다. 이후 기생 설영을 찾아가나 그녀도 부재 중이다. 이후 나는 길거리에서 MP양을 보게 되나 그녀는 다른 남자와 정답게 길을 걷는 중임을 파악하고 당황한다. 그길에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동생L의 귀를 부여잡고 운다.

 

 

 동생을 안았는데 그는 왜 우는가? 이것이 이 소설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을 파악하는 실마리이다. 눈물이 많고 남에게 애정을 넘치도록 주고, 또 받기 원하던 나도향 자신의 생애가 분신 DH를 통해 드러나는 소설이다. DH는 도향의 이니셜일 것이다.

 나도향의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은 1920년대의 애정 표출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자신 이외의 감정은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오히려 주인공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주요 등장 인물 3명으로, '나'인 DH(도향)와 그의 친구인 R, 그리고 둘의 연모의 대상인 여인 MP가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주된 관계는 삼각관계이나 한 여인에게 품은 감정이 모두 짝사랑이라는 데에서 서로의 대응 방식이 다르고 그에 따른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시 젊은이들의 애정에 대한 사고방식이 어떠하였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의 애정 방식이나 드라마틱한 구조는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모습이다. 딱히 그들이 1920년대의 인물들이어서가 아닌 통시적 개념에서 이해될 수도 있다.

 

 

 연애라는 자연스런 애정은 상대방의 선택에서도 신비적인 요소를 가진다. 한 남자가 어떻게 하여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지 그 동기나 이유도 잘 알 수 없다. 단순히 용모가 아름답다고 해서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또는 상대방의 인격을 잘 안다고 해서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연애감정은 첫눈에 싹트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은 말하자면 한 사람의 이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의식된 어떤 가치관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래서 스탕달은 이 애정이 일종의 착각에 바탕을 둔 것으로 생각하여, 이 착각이 하나하나 쌓여가는 과정을 결정작용에 비유했다.

 연애 감정에는 고뇌가 따르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도 다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연애감정은 충족될 수 없는 그리움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영원한 미완성의 애정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연애에서 결혼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연애의 결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변질하거나 소멸하는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연애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예로부터 연애는 시가ㆍ문학ㆍ연극의 가장 커다란 테마가 되었다.

 1920년대의 천재 작가 나도향의 문학사적 평가는 이미 보편화되고 확고한 성가를 구축했다. 낭만주의 문학에서 사실주의 문학으로 도약해서 비범한 문학적 역량을 과시했던 나도향은 그의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수작들을 남겼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제2차 유럽 한국학회에서 폴란드의 바르샤바대학 교수 오카레크 최 여사에 의해 밝혀진 바와 같이 나도향의 작품이 북한에서 출판되어 뜻밖에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홍사용(洪思容, 1900∼1947) : 시인. 호 노작(露雀). 경기도 수원(용인군 기흥면 용수리) 출생. 휘문의숙(徽文義塾)을 졸업하고 1922년 나도향(羅稻香)ㆍ현진건(玄鎭健) 등과 동인지 [백조(白潮)]를 창간, <백조는 흐르는데 별 하나 나 하나>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 향토적이며 감상적인 서정시를 발표했다. 신극운동(新劇運動)에도 참여하여 연극단체 [토월회(土月會)]를 이끌었으나 [백조] [토월회] 등의 운영 등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만년에는 절간, 친구 집 등을 전전하다가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그의 작품이 단행본으로 출판된 책은 없으나, 작품으로 그 밖에 <꿈이면은> <봄은 가더이다> 등의 시작품이 알려져 있다. 그는 친일하지 않고 끝내 민족적 정신을 지킨 이로 유명하다. 그의 묘와 문학비가 경기도 화성군 송탄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