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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권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by 언덕에서 2014. 4. 1.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권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소설가·번역문학가 이윤기(李潤基.1947∼2010)의 저서로 2000년 출간되었다.흔히 서구 문명을 이루고 있는 두 축을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 문명이라고 한다. 유럽의 유명 박물관과 건축물 앞에서 문외한이 되지 않으려면 신화와 기독교 이야기들을 알아야 하고 그 상징들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박물관과 거리를 채운 수많은 예술품들. 그중 수천 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변함없이 예술가들과 장인들의 영감을 자극한 이미지가 있다. 바로 헤라클레스다. 사자 가죽을 뒤집어쓰고(또는 걸치고)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있는 부리부리한 퉁방울눈의 사나이. 모험과 도전의 인생을 산 괴력의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그토록 많은 조각상과 그림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헤라클레스 신화는 그리스 신화의 방대한 이야기와 주요 등장인물과 신들이 압축적으로 등장하는 축소판과 비슷하다. 제우스의 외도, 헤라의 질투, 아폴론의 신탁, 영웅을 돕는 아테나 여신 등 신들의 이야기에서부터 흉포한 괴수와의 대결, 다른 영웅 테세우스의 등장과 도움, 아마존 여왕과의 사랑과 전쟁, 하데스가 있는 지옥으로의 모험, 물뱀자리와 사자자리 등 별자리 유래의 설명까지 그리스 신들의 다양한 특징과 등장인물들이 헤라클레스 신화에 모두 나타난다.

 한 명의 영웅 이야기가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페르세우스나 이아손 등 수많은 영웅들 가운데에서도 유독 헤라클레스 신화에 이토록 그리스 신화의 많은 이야기가 담긴 까닭은 무엇일까?

 

 

소설가·번역문학가 이윤기 (李潤基.1947∼2010)

 

 

 헤라클레스 이야기가 시공을 초월해 끊임없이 재탄생된 이유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에 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여신 헤라의 미움을 받아 험난한 삶을 살아야 하는 숙명을 띠고 태어난 영웅이기 때문이다. 광기에 휘말려 자신의 손으로 아내와 자식을 죽였고 그 과오를 풀기 위해서 떠난 길에서도 끊임없이 비슷한 죄를 저지르는 그의 삶을 보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구원받기를 원하는 우리네 인간의 삶이 비친다.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대의 영웅. 그 이름은 ‘헤라 여신의 영광’이라는 뜻이다. 라틴명은 Hercules. 제우스가 암피트리온의 아내 아르크메네(둘 모두 영웅 페르세우스의 손)에게 낳게 한 아들로, 그가 테베에서 태어나던 날, 제우스는 비(妃) 헤라에게 오늘 낳는 페르세우스의 후예는 아르고스의 지배자가 되리라고 말하였다.

 평소 남편의 소행을 감시하고 있던 헤라는 이 말을 듣고,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투이아에게 명하여 헤라클레스의 탄생을 늦추는 한편, 아르크메네의 종형에 해당되는 아르고스왕 스테넬로스의 아들 에우리스테우스를 먼저 낳게 하였다. 그녀는 다시 갓난아기인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요람에 2마리의 뱀을 넣었지만 장래의 영웅은 이를 쉽게 목 졸라 죽였다. 그 후 암피트리온 등으로부터 무예와 음악을 배워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한 그는 테베 남쪽 키타이론산에 사는 사자를 퇴치하여 공을 세우고, 이후 그 가죽은 몸에 걸치고, 입을 벌린 사자의 머리는 투구로 하였다.

 이어 테베에게 매년 공납의무를 지우게 하던 오르코메네스의 왕을 쓰러뜨리자, 테베왕 크레온은 그 공으로 왕녀 메가라를 아내로 주었는데, 몇 년 후 헤라에 의하여 미치게 되어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을 죽이고 말았다. 이 때문에 그는 고향을 떠나 인접국에서 죄를 깨끗하게 씻은 다음 델포이로 가서 아폴로의 신탁(神託)을 물었다. 그러자 ‘암피트리온’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가서 그곳 왕으로 있던 에우리스테우스를 12년간 시중들며 그가 명하는 일을 수행하라, 그러면 죽지 않을 것이라는 계시가 있었다.

 이리하여 이루어진 것이 유명한 ‘헤라클레스의 12공업(功業)’으로, 그것은 다음과 같다.

 

 

 

 

 

 ① 아르고리스 지방 네메아의 숲에 사는 라이온 퇴치 :

 이 라이온은 괴물 티폰의 자식으로, 활이나 곤봉으로도 쓰러뜨리지 못하여 완력으로 목을 조여 질식시켜서 가죽을 벗기었다.

 ② 아르고스 남쪽 레르네의 늪에 사는 히드라(水蛇) 퇴치 :

 이것도 티폰의 자식으로, 9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 하나를 베면 곧 새로운 머리가 생겨나는 가공할 뱀이었지만 벤 자리를 불로 태워 새 머리가 나는 것을 막으면서 퇴치하였다.

 ③ 아카이아 지방 케리네이아의 사슴 생포 :

 여신 아르테미스의 성수(聖獸)로 황금의 뿔과 청동의 발굽을 가진 이 사슴을 만 1년을 뒤쫓아서 생포하였다.

 ④ 아르카디아 지방 에리만토스산에 사는 멧돼지 생포 :

 이 사냥을 가는 도중, 반인반마(半人半馬)인 켄타우로스들과 싸워 다수를 쓰러뜨렸다.

 ⑤ 에리스왕 아우게이아스의 소외양간 청소 :

 몇 천 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었으나 한 번도 청소한 일이 없는 불결한 외양간에 아르페이오스와 페네이오스 두 강의 물을 끌어 하루에 일을 마쳤다.

 ⑥ 아르카디아 지방의 스틴파로스호반의 새 퇴치 :

 청동의 부리ㆍ발톱ㆍ날개를 가져 사람과 가축에 해를 주고 있던 무수한 새를 소리 나는 장치로 숲에서 쫓아내고 활로 쏘아 떨어뜨렸다.

 ⑦ 크레타섬의 황소 생포 :

 섬의 왕 미노스에게 협력을 구했으나 거절당하여 혼자 힘으로 잡아 데리고 왔다.

 ⑧ 트라키아왕 디오메데스의 식인마(食人馬) 생포 : 이것은 디오메데스가 인육을 주어 기르고 있던 4마리의 암컷으로, 왕은 헤라클레스에게 피살되어 말의 밥이 되었다.

 ⑨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 탈취 :

 아마존의 나라를 방문한 헤라클레스에게 여왕은 띠를 줄 것을 승낙하였는데, 헤라의 음모로 싸움이 일어나 여왕을 죽이고 허리띠를 빼앗았다.

 ⑩ 게리온의 사육우 생포 :

 게리온은 손ㆍ발이 6개씩, 목이 3개인 괴물로 멀리 서쪽 땅에 살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이 여행 도중 지금의 지브롤터에 이르렀을 때, 유럽과 아프리카의 양쪽 물가에 2개의 거대한 기둥(헤라클레스의 기둥)을 마주보게 세웠다.

 ⑪ 계의 서쪽 끝에 있는 헤스페리데스의 동산의 황금사과 탈취 :

 동산 가까이에 창궁(蒼穹)을 어깨에 떠받치고 있는 거인신 아틀라스가 있었으므로 헤라클레스는 그에 대신하여 창궁을 짊어지고, 그 사이에 아틀라스는 사과를 따가지고 왔다.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의 간장을 쪼고 있던 독수리를 사살하고 그를 해방시켜 준 것은 이 여행 중의 일이다.

 ⑫ 저승의 번견(番犬) 케르베로스의 생포 :

 아테네ㆍ헤르메스 두 신의 인도로 저승으로 내려간 그는 저승의 왕 하데스의 허가를 얻어 맨손으로 잡아 데려갔지만 에우리스테우스의 명령으로 즉시 이 맹견을 하데스에게 되돌려 주었다.

 

 

 이러한 공업을 끝내고 자유의 몸이 된 그는 테베로 돌아가 아내 메가라를 생질에게 넘겨준 뒤, 다시 트로이원정, 소외양간 청소의 보수를 거절한 아우게이아스에게 보복하였으며, 또 필로스 공략 등의 무훈을 세웠다. 그 동안에 칼리돈왕 오일레우스의 딸 데이아네이라(멧돼지 잡이로 유명한 멜레아그로스의 누이동생)를 아내로 삼았는데, 아이톨리아지방의 오이카리아를 공략하고 왕녀 이올레를 포로로 했을 때, 데이아네이라는 이올레에게 남편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여 이전에 켄타우로스인 네소스로부터 사랑의 묘약이 배어들었다고 하여 받은 옷을 그것이 히드라가 독을 칠한 것도 모르고 남편에게 주었다.

 이로 인하여 온 몸에 독이 침입하여 그는 자신을 테살리아지방의 오이테산상에 옮기게 하고 화장단에 올라가 불을 붙이게 하였다. 이리하여 그의 육체는 없어졌으나 죽지 않은 부분은 제우스에 의하여 하늘에 오르게 되었으며, 그는 거기서 헤라와 화해하고, 그 딸인 청춘의 여신 헤베를 아내로 맞았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는 다분히 헤라여신 숭배의 중심지였던 아르고스의 대왕을 섬기며 수많은 공훈을 세운 역사적 인물로부터 발전한 영웅으로, 핵을 이루는 원래의 용사무용담 주변에 테베와 기타 여러 사적이나 설화가 부가되어 장대한 헤라클레스 신화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력 무쌍하고 견인불발, 그러면서 급한 성질, 대식가ㆍ호색한이라는 그 전형적인 영웅상은 고대인의 절대적 인기를 모은 한편, 그리스 각지, 특히 도리스인 사이에 사람들을 재화(災禍)로부터 지켜 주는 신으로서도 숭배를 받았다.

 미술작품에는 활과 곤봉을 가지고 사자의 모피를 걸친 수염이 있고 늠름한 남자로 표현되는 것이 통례이다. 그를 표현한 유명한 조각에 시키온의 리시포스(BC 4세기) 작품을 아테네의 그리콘(BC 1세기)이 모각한 <파르네제의 헤라클레스>가 있다.

 

 

 

 

 

 헤라클레스 이야기에는 선을 실현하고 마침내 행복을 쟁취하는 절대적인 영웅의 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술에 취해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이고, 올림포스의 신들과 스승에게 막무가내로 대들고, 모든 과업을 해결한 후 행복과 평안의 순간이 도래했다고 여겨지는 때, 역설적으로 사랑하는 아내의 질투 때문에 독이 묻은 옷을 입어 결국 죽게 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헤라클레스는 다른 영웅들과 다르게 자신에게 지워진 ‘운명’을 극복하고, 인간을 위해 신들과 싸우고(물뱀 휘드라나, 네소스의 사자, 스튐팔로스의 새 등은 모두 신들이 인간 세상에 보낸 괴수들이다), 마지막 순간 스스로 자신의 몸을 불태워 고단한 인간의 육신을 벗은 또 다른 개념의 영웅이기도 하다.

 헤라 여신이 지운 증오와 지상의 모든 아픔과 고뇌를 끝내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불태워 ‘빛’으로 화한 영웅. 그의 삶에는 우리네 인생의 영광과 비극이 모두 들어 있으면서, 또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지상에서 천상으로 끌어올린 구원의 약속이 있다. 어쩌면 정복자 알렉산드로스가 헤라클레스를 끊임없이 흉내 낸 이유는 그 역발산기개세의 힘과 백전백승의 용력 때문이 아니라 하늘에 올라 신이 된 유일한 인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는 기존의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탈피하여, 우리 정서와 상상력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풀어내어 신화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과, 저자가 신화 유적지와 박물관 등을 직접 다니면서 촬영한 현장 사진들을 곳곳에 수록하여, 현대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신화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제1권에서는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방법론을, 제2권에서는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사랑론을, 제3권에서는 신들의 마음을 살펴보는 12가지 인생론을, 제4권에서는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제5권에서는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