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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역사상 가장 문학적인 비유와 상상력이 풍부한 책『동양의 탈무드 장자(莊子)』

by 언덕에서 2013. 9. 3.

 

 

 

 

 

역사상 가장 문학적인 비유와 상상력이 풍부한 책『동양의 탈무드 장자(莊子)

 

 

 

 

 

 

장자만의 독특한 여유와 지혜, 기발한 상상력과 기지가 무궁무진하게 담겨 있는《장자(莊子)》는 동양의 탈무드라 불린다. 경전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심오하면서도 재미가 넘쳐난다.

 이 책『동양의 탈무드 장자』는 어려운 고전경전을 읽기 쉽도록 풀이하였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간추렸다. 장자(또는 장주(莊周))가 쓴 《장자(莊子)》는 도가의 시조인 노자가 쓴 것으로 알려진 《도덕경(道德經)》보다 더 분명하며 이해하기 쉽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그의 사상은 중국불교, 산수화, 시가(詩歌)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장자(莊子)》를 읽다보면 기원전 4세기에 살았던 사람의 사고방식이 이렇게 신선할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라게 된다. 현대인보다 더 현대적이고, 더 진취적이고, 더 개방적이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운 사람이란 것에 전율하게 된다. 동양사상사를 통틀어 장자만큼 독특한 철학자가 또 있을까? 각박한 삶 속에 갇혀 지냄으로써 온갖 상처와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우리들에게《장자(莊子)》는 인생의 깨달음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역사를 넘나들며 선현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충돌했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매우 유쾌한 정신적 여행을 맛보았다.

 

 

 

 

 

 이 책《장자(莊子)》는 장자만의 독특한 여유와 지혜, 기발한 상상력과 기지가 무궁무진하게 담겨 있는 우화들로 엮어져 있기 때문에 동양의 〈탈무드〉라고 불릴 정도로 심오하면서도 재미가 넘쳐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장자의 가르침은 주로 노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다룬 주제가 훨씬 광범위하다고 볼 수 있다. 장자는 문학과 철학의 천부적 재능을 발휘하여 유가와 묵가의 가르침을 반박하기도 했다. 장주(莊周)는 공자ㆍ맹자ㆍ노자의 뒤를 이른 선지자요, 사상가로, 장자(莊子)라 일컫는다. 기원전 275년에 죽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확실한 생몰연대에는 정설에 없을 뿐 아니라, 그의 대표작인 <장자>에 대해서도 장자 자신의 저작과 그의 사후 한 대(漢代) 초기에 이르는 백수십 년 동안에 많은 후계자들이 보탠 후차적인 저작을 합한 것이라기도 한다.  

 <장자〉는 다른 제자백가의 책들과는 달리 우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문학적 상상력과 비유, 직관 등의 요소가 풍부하다. 〈장자〉는 이러한 단편적이고 잡다한 이야기를 통해서 상대적인 현실 세계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를 사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장자〉의 글은 현실세계를 상식적 수준에서가 아니라 일상을 초월한 관점에서 봄으로써 현실의 여러 측면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게 한다.

 장자는 인간의 본성을 따르지 않고 억지로 각종 제도나 이념을 통해 세상을 다스리려 하는 것은 말 머리에 굴레를 씌우고 소의 코를 뚫는 것과 같은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고통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장자는 사람의 자연스런 본성을 천(天)이라 불렀으며, 그에 대비되는 인위적인 것은 인(人)이라 하였다. 그런데 도(天)의 관점에서는 사물들 간에는 가치 차별적인 우열이 존재할 수 없지만, 인간은 그러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기준(人)을 적용하여 그것들을 차별하고 인위를 가하여 사물들의 본성을 해치고 그것들을 불행으로 이끈다고 장자는 비판한다.

“오리 다리가 짧다고 늘린다면 오리는 괴로울 것이요,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른다면 학은 고통스러워할 것이다. 따라서 천성적으로 긴 것은 절단할 일이 아니요, 천성적으로 짧은 것은 늘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장자는 우리가 진정 행복하기 위해 특정한 이념이나 도덕으로부터 우리의 시선을 개인의 정신적이고 창의적인 자유의 영역인 소요유(逍遙遊)의 세계로 돌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장자는 당대의 상식적인 사고와 세속적인 가치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그의 비판은 세속적 가치와 권위를 근본적으로 초월하는 광대함과 통쾌함의 자유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장자는 전국시대 송나라 몽(蒙), 즉 오늘의 하남성(河南省)에서 태어나 잠시 칠원(漆園)이라는 아전 벼슬을 지낸 일이 있으나, 곧 사색과 유랑으로 들어갔다. 일찍부터 고래문헌을 두루 섭렵한 장자의 박식에 대하야 석학 사마천도, 그의 학문은 거칠 것이 없다고 했는가 하면, 현대의 중국 석학 임어당도 ‘장자라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 여러 가지 유머 사상과 문장을 자유로이 전개했다. 장자는 중국 유머리스트의 선조다.’라고 한 바 와 같이, 그의 풍자ㆍ골계의 언사는 언제나 상대자의 급소를 찌르고, 때로는 상대자가 석학일지라도 이래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있다.

 초(楚)의 위왕(威王)이 장자의 어진 이름을 듣고 사자를 보내어 재상 벼슬을 주려 했을 때의 일화다. 그때 장자는 사자에게 코웃음을 치며,

 “그렇다. 천금은 큰 이득이다. 경상(卿相)은 훌륭한 지위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그대는 아직 제향(祭享)에 희생되는 소를 못 보았는지 모르지만, 수년간 잘 기르고 고운 의복을 덮고 잘 먹이다가 제향이 되면, 태묘(太墓)에 끌려가지 않을 수 없다. 그때가 되어서 소와 같은 큰 짐승은 그만 두고 살아있는 대지라도 되었으면 하고 소원하여도 쓸데없는 것이다. 지금 그대가 나를 초빙함은 이와 똑 같다. 빨리 가라. 우리는 차라리 더러운 속에서 유희하며 스스로 쾌락하기를 원하지, 나라를 가진 사람을 위하여 속박되고 싶지는 않다. 인생을 두고 나는 벼슬을 안 하고 지내련다.”

 라고 한 것은 자신의 처세술로, 벼슬을 싫어하면서 벼슬을 제상(祭床)에 올려놓은 제물로 비꼰 것도 통렬한 풍지로 상대방의 급소를 찔러 더 이상 말을 못하게 한 것이다.

 

 

 

  외편(外篇)의 ‘지북유(知北遊)’에서 동곽자(東郭子)가 장자에게 물었다.

 

 동곽자 : 이른바 도(道)는 어디 있는가?

 장  자 : 어디나 없는 데가 없다.

 동곽자 : 어디라고 지적하라.

 장  자 : 개구리와 개미에게도 있다.

 동곽자 : 그렇게 낮은데?

 장  자 : 기왓장에도 있다.

 동곽자 : 더욱 낮아 가는데……

 장  자 : 오줌똥에도 있다.

 동곽자는 더 이상 묻지를 않았다. 장자는, “그대의 묻는 말은 도(道)의 본질에 미치지 않았으므로 나는 말단을 들었다. 도(道)는 없는 데가 없다. 따라서 귀한 데도 있고 천한 곳에도 있다. 도를 일률적으로 구한다면, 결국 도를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하여 도를 특수한 것으로 독점하려는 귀족족인 사상에 반격을 가했다.

 

 잡편(雜篇)의 ‘어부(漁夫)’에서 장자는 공자를 다시 비평했다.

 

어부가 공자를 가리키며,

 “저분은 누구인지요?”

 자공(子貢)이 대답하여,

 “공씨(孔氏)인데 천성에 충신(忠信)을 가졌고, 몸에 인의(仁義)를 행하며, 예학(禮學)을 닦아 임금께 충성하고 백성을 교화하여 복리증진하오.”

 어부가 다시,

 “공씨(孔氏)는 영토가 있는가? 아니면 왕후의 보좌관인가?”

하고 묻기에,

 “아니오.”

하니, 어부는 웃고 돌아가서,

 “인(仁)은 인이나 그의 몸이 누(累)가 되고, 공연히 심신(心身)만 괴롭혀 그의 천성을 위태롭게 할 뿐이고, 도(道)와는 거리가 멀리 떨어졌다.”고 말했다.

 

 장자의 사상을 요약하면, 자연의 위력을 자각하는 인간의 선성(善性)을 신뢰하고, 유일신(唯一神)을 부정하고 개성(個性)을 존중한다. 또한 장자는 철저하게 자유를 부르짖었다. <장자(莊子)>는 동양 고대의 실존주의(實存主義)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쪼들리고 각박한 삶속에 갇혀 지냄으로써 온갖 상처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자(莊子)의 날카롭고 예리한 통찰력을 통하여 그려지는 인간의 사고가 얼마나 얄팍하고 편협한지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 동양사상사를 통틀어 장자만큼 독특한 철학자가 또 있을까? 문득 삶에 회의가 들거나, 불안할 때, 곧바로 <장자>를 읽어보자. 그럼,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