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古典을 읽다

복카치오 단편소설집 『데카메론 』

by 언덕에서 2014. 3. 12.

복카치오 단편소설집 『데카메론 』

 

 

 

 

이탈리아 소설가 보카치오(Boccaccio.1313∼1375)의 단편소설집으로 ‘데카메론’이란 Deca(10일)+Meron(이야기)의 합성어이다. 6년간(1348∼1354)에 걸쳐 쓴 작품으로, ‘10일간의 이야기’라고 번역된다. 단테의 <신곡(神曲)>에 대하여 <인곡(人曲서)>이라고 하며, 분량으로 본 단편소설의 남상(濫觴 : 양쯔 강(揚子江) 같은 큰 하천의 근원도 잔을 띄울 만큼 가늘게 흐르는 시냇물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처음이나 기원을 이르는 말)이라 일컫는다.

 서사(序詞)에서 불행한 사람들의 고뇌를 덜어 주기 위하여 이 책을 쓴다고 말하고, 1348년의 전염병인 페스트에 관한 기술로 작품 제1일의 서화(序話)가 시작된다. 책의 첫머리말은 다음과 같다.

 "괴로워 하는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인정입니다. 인정은 모든 사람에게 요구됩니다만, 이미 위안이 필요했던 사람이나, 남에게서 그런 위안을 얻은 사람에게 특히 요구되는 것입니다."

 

 

 

 페스트로 인한 난을 피하여 이탈리아 피렌체 교외의 별장으로 옮겨 온 귀족들 - 숙녀 7명, 신사 3명이 10일간 체류하며 오후의 가장 더운 시간에 나무그늘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한다. 한 사람이 한 가지씩, 하루에 열 가지의 이야기를 하고는 헤어지기 전에 좌상(해당일만의 왕 또는 여왕)을 임명하여 다음날의 주제를 정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노래를 부르고 잠자리에 든다. 신을 경외하는 뜻으로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설화는 12일간에 100가지에 달하고 한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내용은 다채로우면서 통일성이 유지되고 있다. 여성 중에서 가장 젊은 네이피레의 이야기는 제일 천진스럽고, 팜피로와 디오네오가 성적으로 대담한 이야기를 하는 등,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서 내용과 리듬이 달라지고 등장인물도 여러 계층이다.

 

우측부터 보카치오, 르기리우스, 호메로스, 단테

 전작을 통하여 2개의 주제를 끌어낼 수가 있는데 사랑과 지혜가 그것이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누를 수 없는 성적인 욕망이 때로는 냉정히 억제되고 또 여러 가지로 위장되어 표현되고 있다. 내용상의 문제로서, 수세기 동안  성적인 부분이 강조되었던 설화의 호색성(好色性)에 대한 독자의 집요한 관심은 사실, 작자의 의도가 아닐 것이다. 그 당시의 문제의식은 무엇이었겠는가?

 데카메론은 단테의 《신곡》과 견주어 지며 《인곡》이라고 불리워 지지만, 단테는 교도적인 입장에서 나름대로의 높은 이상을 내걸고 중세사회의 부패상에 대하여 경고를 했다. 그러나 보카치오는 그러한 풍속 비판자로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그러면서도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위트와 풍자를 섞어 서술함으로써 근대소설의 앞길을 틔우게 되었다. 《데카메론》의 모작(模作)은 대단히 많아서 많은 작가에게 다양한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100개의 이야기 중 몇을 소개하자고 한다.  

 ●몬페르라토 후작이 섬기던 왕은 호색한이었다. 그는 몬페르라토 후작의 부인에게까지 흑심을 품고 있었다. 일이 이쯤 되자 후작 부인은 꾀를 내게 된다. 그는 왕의 식탁에 계속해서 암탉으로 만든 요리만 내놓는다. 매일 암탉 요리만 먹다 질린 왕이 왜 암탉 요리만 내놓느냐고 묻자 후작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아시겠죠. 모든 암컷들은 겉을 어떻게 꾸미든 속은 똑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자신의 탐욕을 반성하며 후작 부인에게 품었던 흑심을 거둔다.

 

 

 마세토(남자주인공)가 벙어리 행세를 해 수녀원의 수녀들과 잠자리를 가진다. 정확히 말하면 속인 게 아니라 주인공이 수녀들(총 10명)과 서로 죽이 맞은 것이다. 수녀들은 주인공이 벙어리이므로, 잠을 자도 소문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차례차례 관계를 가진다. 물론 수녀들의 등살에 못이긴 주인공이 나중에 노년이 되어서, 도저히 체력이 안 되자, “자신은 벙어리가 아니다. 그동안 거짓말했다. 더 이상 못하겠다. 저를 고향으로 돌아가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하고 떠난다.

 

 

 어느 귀부인이 수도사를 속이고, 그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외간남자(잘생긴 젊은이)와 잠자리를 가진다. 귀부인은 '젊은이'가 자신에게 음흉한 눈빛을 보내느니, 자신의 집 앞에 서성거리느니, 자신의 창문을 두드린다느니, 자신에게 선물을 준다느니 하며 교회의 수도사를 찾아가 충동질한다. 그래서 수도사가 화를 내면 젊은이(수도사의 친구)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하며 꾸지람을 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던 젊은이는 자신을 흠모하는 귀부인의 마음을 알고, 귀부인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육체관계를 갖게 된다.

 

 

어떤 어리석은 남편이 있었다. 그는 항상 교회에 다니며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다. 남편은 이탈리아로 유학 갔다 돌아온 장래 촉망한 잘생긴 예비종교인인 젊은 친구를 데려와 식사를 함께 하며 고행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어 했다. 곧 젊은이는 주인공의 아내와 함께 남편에게 말했다.

"사실, 모르시겠지만, 이탈리아에선 이러이러하게 고행을 하며 천국에 갑니다.”라며 밤새도록 발가벗고 십자가 모양으로 팔을 벌린 채 남편에게 이슬을 먹게 했다. 물론 절대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지침도 주었다. 그리고 젊은이는 부인과 밤새도록 뒤엉켜 사랑을 나눈다. 이때 침대가 너무 흔들리자 남편이 고행을 하다 말고 “뭐하니?”라고 묻자 부인이 웃으며 남편을 따라 고행(음식 안 먹기)을 너무 하다 보니 배가 고파 몸을 흔들게 되었다고 속이곤 계속 젊은이와 뒤엉켜 관계를 가진다.

  

 

『데카메론』이 나온 700여 년 전 유럽에서는 라틴어로 된 운문이 수준 높은 문학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기에 보카치오는 민중의 언어였던 이탈리아어와 민중의 표현 방식으로 문학 작품을 쓰며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고, 이후 많은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이처럼 『데카메론』은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동시에 민중들의 사랑 속에서 널리 구전된 인기 있는 고전문학이다. 페스트를 피해 아름다운 별장에 모인 10명의 젊은 남녀가 10일간 주고받는 100편의 이야기 속에서 기발한 재치와 삶의 진면모를 찾을 수 있다.

 보카치오는 중세에서 근대로 옮겨 가는 과도기의 급격한 변화들을 온몸으로 겪어 냈으며, 당시 전 유럽을 휩쓴 페스트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다. 이를 통해 혼돈과 불안 속에서 절대적인 도덕과 신성함이 무너진 현실을 직시하고,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자신의 욕망과 현세적 삶을 추구하는 근대적 세계관을 담은 걸작 『데카메론』을 탄생시켰다.

 열 명의 젊은 남녀가 페스트를 피해 피렌체 교외로 가서 자연을 벗 삼아 어울리며 다양한 주제 아래 열흘 동안 100편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내용으로, 중세적 이상론이나 도덕적 교훈을 엄숙하게 내세우는 대신 유쾌한 속어로 기발한 재치와 거침없는 욕망, 생동하는 삶의 진면모를 숨김없이 드러내 보여 준다. 대담하고 파격적인 구성과 내용으로 당대 문인들에게는 냉대를 받았지만 민중들의 사랑 속에서 널리 구전되었으며,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비롯한 후대의 수많은 고전들이 탄생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