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Sneedronningen)』
덴마크 작가 한스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이 창작동화로 1845년 발표되었다. 변해버린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기 보다는 진실된 사랑으로 감싸주었을 때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
2014년 새해 벽두에 단연 돋보이는 영화는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이었다. 전미박스오피스 1위, 타임지와 뉴욕포스트 선정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독보적인 영화 <겨울 왕국>은 국내에서도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로써 역대 국내 개봉 외화 흥행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 중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겨울 왕국>의 주인공 자매 엘사와 안나는 모티프 고전 원작인 「눈의 왕국」속의 어느 동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남녀 두 아이를 있는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발전시킨 반전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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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무엇이든 실제보다 더욱 흉측하게 비추는 거울을 가진 악마 트롤이 천사들을 놀리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 그러던 중 들고 있던 거울을 놓치고, 그 거울은 수억 개의 조각들로 부서져 인간 세상 사람들의 심장과 눈에 박혀버린다. 거울 조각이 박힌 사람들은 차갑게 변하고 또 무엇이든 나쁘게 보게 되는데, 작은 마을에 살던 소년 카이의 심장과 눈에도 이 거울 조각이 박혀버리고, 이후 카이는 단짝 친구였던 소녀 게르다와 멀어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 카이는 눈의 여왕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카이에게 추위를 느끼지 않게 하고 게르다와 가족을 잊게 하는 입맞춤을 한다. 그리고는 카이를 자신의 궁전으로 데려가 얼음 조각으로 된 퍼즐을 풀어야지만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카이를 찾아 길을 떠나는 게르다는 갖가지 고난과 역경을 만나지만, 친구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이겨내며 마침내 눈의 여왕의 궁전에 도착한다.
홀로 얼어붙은 강에 서있는 카이를 보고 게르다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은 카이의 심장에 박힌 거울 조각을 녹인다. 카이도 함께 눈물을 흘리자 그의 눈에 있던 거울 조각도 빠져 나오게 된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카이는 게르다와 함께 얼음 조각 퍼즐을 맞추고, 둘은 무사히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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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왕국>이 1000만 명을 넘는 관객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수많은 전문가들은 월트디즈니의 기술과 픽사의 창의력으로 탄생한 작품 속 반전 캐릭터들을 꼽는다. 그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보여 준 진부한 메시지를 벗어날 수 있었던 까닭도 상식을 뛰어넘는 캐릭터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이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현상은 단지 읽기만 했던 문학이 영상과 상호 보완해 이만큼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증명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겠지만 무엇보다도 원작이 가진 탄탄한 스토리 구조와 탁월한 문장력, 흥미진진한 내용에 비롯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본문을 잠시 읽어보도록 하자.
눈송이들이 점점 커지더니 커다란 흰 닭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닭들이 갑자기 길 위로 솟구치더니 큰 썰매가 멈추어 섰다. 썰매를 몰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으로 만든 털외투와 모자를 쓴 여자였다. 키가 크고 날씬하고 눈부시게 빛이 났다. 바로 눈의 여왕이었다.
여왕이 말했다.
"잘 도착했구나! 하지만 넌 꽁꽁 얼었겠는걸. 내 외투 속으로 들어오렴."
여왕은 썰매 옆자리에 카이를 앉히고는 털외투로 감쌌다. 카이는 마치 눈더미 속에 파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춥니?"
여왕이 이렇게 물으며 카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 얼음보다 차가운 입맞춤이 이미 반은 얼어 버린 카이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카이는 자신이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곧 마음이 편안해지며 추위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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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그림 형제와 함께 동화의 대명사이며, 특히 창작 동화 분야에서는 그야말로 일인자에 해당한다. 그림 형제의 동화가 언어학과 민담 채집이라는 학술 연구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로 간결하고도 직설적인 형식을 지녔다면, 안데르센의 동화는 기발한 상상력과 화려한 묘사와 독특한 내용이 돋보이는 본격적인 문학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안데르센의 이전이나 이후에도 동화를 쓰는 사람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이 장르에서 그처럼 독보적인 지위에 오르지는 못했다. 따라서 안데르센이야말로 본격적인 아동문학의 창시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비록 동화 작가로서 불멸의 명성을 얻긴 했지만, 사실 동화는 안데르센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했다. 그는 시와 소설, 기행문과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했고, 특히 극작가로 성공하기를 원했지만 평생 뜻을 이루진 못했다. 나아가 안데르센은 '아동문학가'로만 낙인찍히는 것을 싫어했으며, 말년에 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의 동상을 세우려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나는 한 번도 아이를 내 등에 태우거나 무릎 위에 올려놓은 적이 없다. 내가 쓴 이야기들은 어린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단지 내 이야기의 표면만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야 온전히 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코펜하겐에 있는 안데르센 동상들은 모두 그 혼자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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