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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안데르센 동화 『어머니 이야기(Mors historie)』

by 언덕에서 2014. 3. 6.

 

안데르센 동화 『어머니 이야기(Mors historie)』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1805-1875)의 동화로 1847년 발표되었다. 『어머니 이야기』는 죽음의 사자, 밤의 여신, 생명의 커다란 온실 등 안데르센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환상적인 소재와 함께,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달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운 오리 새끼>나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눈의 여왕> 등 안데르센의 다른 동화에 비해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작품은 아니다. 원작은 1847년에 처음 발표되었으며, 영미 유럽권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한국에는 주로 ‘안데르센 동화집’의 여러 편 중 하나의 이야기로 소개된 정도이다.

『어머니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숨은 명작으로, 아이를 데려간 ‘죽음’으로부터 아이를 되찾아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며 동분서주하는 한 어머니의 절절한 모성을 담고 있다. 또한, 『어머니 이야기』는 가까운 이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통과 의례를 모티브로 하여 슬픔, 절망, 인정이라는 애도의 과정이 그려지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만큼 안데르센이 인생의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과 시련을 다루는 데에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추운 겨울밤, 가난한 어머니가 아픈 아이를 돌보고 있다. '죽음의 사자'가 찾아와 아이를 데려가 버리고, 어머니는 절박한 마음으로 아이를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머니는 며칠동안 뜬눈으로 아기를 간호했다.

 노크소리가 들려서 어머니가 문을 열었으나 아무도 없었다. 자리로 돌아간 어머니는 아기가 죽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들어온 사람이 '죽음의 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는 '죽음의 신'을 찾아 아기를 돌려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가는 도중 길을 잃은 어머니는 가시나무를 만나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하지만, 나무는 춥다며 어머니에게 안아줄 것을 요구한다. 가시나무를 품으로 안은 어머니의 가슴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어머니의 뜨거운 피를 마신 가시나무에 한겨울인데도 잎이 돋고 꽃이 피어난다.

 가시나무에게 길을 들은 어머니는 계속 가다가 다시 길을 잃는다. 노파가 길을 가르쳐 줄 테니 어머니의 길고 고운 머리채와 자신의 백발을 바꾸자고 한다. 어머니는 기꺼이 머리채를 바꾸고 '죽음의 신'을 찾아간다.

 '죽음의 신'에게 건너가기 위한 호수가 나타나는데, 배도 다리도 없었다. 호수는 어머니를 건네주기 위한 조건으로 어머니의 아름다운 눈을 빼줄 것을 요구한다. 어머니는 눈을 모두 빼주고 강을 건넌다.

 드디어 만나게 된 '죽음의 신'은 '생명의 꽃밭'을 보여주며 수많은 꽃 중에서 그녀의 아이를 찾아내면 아이를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앞이 안 보이는 어머니는 꽃의 숨결을 듣고 자신의 아이를 찾아낸다. '죽음의 신'이 그래도 아기를 돌려주지 않자 그녀는 양손에 다른 꽃들을 움켜쥐고 뽑아버리겠다고 위협한다.

 “네 자식을 살리기 위해 다른 어머니들에게 너와 같은 고통을 주겠느냐?”는 '죽음의 신'의 물음에 어머니는 꽃을 놓치고 울음을 터뜨린다.

 '죽음의 신'이 그녀의 아기의 수명은 여기까지이며, 억지로 데려간다면 살릴 수는 있지만 아기의 생애는 비참하고 죄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어머니는 자신의 부탁을 철회하고 아기를 데려가 달라고 외친다. '죽음의 신'은 호수에서 건져온 어머니의 눈을 돌려주고 아기를 데리고 사라진다.

 

 

 어렵게 찾아간 '죽음의 온실'에서 어머니는 아이를 되찾아올 수 있었을까? 탁월한 이야기꾼인 안데르센은 이야기를 극한으로 몰아가며 주인공 어머니를 딜레마에 빠트린다. '죽음의 신'은 어머니에게 두 아이의 미래를 보여준다. 행복으로 가득한 삶과 궁핍과 불행, 죄로 가득한 삶. 둘 중 하나는 어머니의 아이가 겪을 미래라고 말한다. 도대체 둘 중 누가 내 아이란 말인가? 어머니는 혼돈에 빠진다. 아이를 데려와야 할까, 하느님이 계신 ‘미지의 땅’으로 보내야 할까?  

 덴마크의 오덴서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서 11살에 아버지를 여읜 안데르센은 공장에 나가 일하다가 15세 때 혼자 코펜하겐으로 가서 코펜하겐 대학에 입학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안데르센은 그 시절 가난한 집의 살림살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자는 가난한 어머니가 아픈 아이를 죽음으로 떠나보내는 과정을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 아닌 신비롭고 환상적인 모티브와 함께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안데르센은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슬픔과 상실감이 어떤 것인지 ‘괘종시계의 큰 시계추가 떨어지며 시계가 멈춰버렸다’와 같은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한다. ‘어머니’가 상실감과 슬픔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슬픔을 딛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안데르센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이탈리아와 독일, 영국 등 유럽을 여행하면서 생애를 보냈다. 그는 요나스 콜린의 딸 루이제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안데르센은 그런 루이제를 위해 자서전 <회상기>와 시집 <덴마크 시인에게 바치는 꽃장식>을 썼다. 35살 때 만난 '스웨덴의 나이팅게일'이라 칭송받은 예니 린드와 우정을 나누지만, 이들의 관계는 6년 후 파경을 맞는다. 예니 린드와의 교제 중에 탄생한 작품이 안데르센의 출세작 <즉흥시인>과 <가난한 바이올리니스트>, <그림 없는 그림책>이다.  

 

 

 안데르센은 평생 사랑을 원했지만, 단 한 번도 그의 사랑은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는 사랑을 잃고 수많은 시와 동화, 소설, 희곡들을 썼다. 1838년 그의 나이 33세 때 이미 예술가를 위해 설치된 연금을 받을 만큼 일류 문인으로 인정받았고, 유럽에서는 <안데르센 동화집>이 아이들이 가장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겨질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1875년 8월 4일 코펜하겐 교외에 있는 멜키오 가의 별장에서 사망했다. 장례식은 스웨덴 국왕 내외가 참석한 국장으로 치러졌다.

 안데르센은 평생 212편의 동화를 발표했는데, 그 중에는 엽기적인 동화로 오해 받는 작품들이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가 항상 권선징악의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행간의 숨은 의미를 이해한다면 새드엔딩인 작품들도 인생에 관한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데르센이 남긴 동화는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현실의 이면을 향하고 있었다. 삶에 내재된 슬픔과 고통, 그 안에서 발견한 희망과 웃음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이야기 속에서 항상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심을 날카롭게 꼬집지만 그 끝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구원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안데르센 동화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