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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피할 도리가 없는 부끄러움

by 언덕에서 2013. 9. 4.

 

 

피할 도리가 없는 부끄러움

 

 

 

 

 

 

 

 

*사람들은 흔히 가난을 뻔뻔스러움으로 잘못 보고 있지만, 실은 피할 도리가 없는 부끄러움이다. 다시 말해서, 없는 사람들이 가진 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그들이 뻔뻔해서가 아니라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어떤 종류의 개미는 길을 가다가 자기 보다 야윈(배고픈) 동료를 만날 때 자기가 먹은 것을 토해내어 동료를 먹인다고 한다. 무슨 도덕감에서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것이겠지만,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그와 같이 본능에 가까운 의식이다.

 

 **나에게 사회의 평균치 이상 가는 혜택이 돌아왔을 때 그것이 혹시 다른 운수 나쁜 동료의 몫을 훔친 것이 아닌가를 먼저 의심해 보는 것, 재산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그것에 수반되는 것은 '누릴 권리'가 아니라 '바르게 써야 할 의무'라는 것을 당연하게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자신과 무관한 것 같아도 고통받는 동료가 있으면 자기가 그 원인이 되지 않았는가를 먼저 의심해보고 당연히 함께 나누어야 할 짐으로 여길 수 있는 사회 일반의 의식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남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 될 때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살이의 여러 아픔은 그만큼 적어질 것이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적어지므로.

 

 - 이문열 저 <사색> *p127,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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