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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특별한 관광

by 언덕에서 2013. 8. 28.

 

 

 특별한 관광

 

 

 

 

 

10년 전 쯤의 일이다. L. A에 살고 있는 K군은 여행객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로 학비를 충당하고는 했다. 어느 날 그는 새로운 단체 여행객을 안내하기 위해서 공항으로 나갔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비행기에서 내린 손님들은 모두 맹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놀란 K군에게 여행객의 리더가 이렇게 말했다.

 “절대로 우리를 맹인으로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우리를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안내해 주십시오.”

 K군은 버스에 타자마자 여행객들에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평소처럼 안내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벌떡 일어나 마이크를 들고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저 푸른 바다는 태평양입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저 산은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할리우드입니다. 언덕 위에 씌어진 영자 간판이 보이시죠? 할리우드. 그렇습니다. 저곳이 그 유명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의 본 고장인 것입니다.”

 그러자 장님들은 K군의 안내대로 차창의 오른쪽을, 차창의 왼쪽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손가락질을 하면서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일주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헤어질 무렵 모든 맹인 여행객들이 다가와 K군과 악수를 나누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덕분에 정말 좋은 관광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인호 수상록 <문장1> p112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