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오아시스> → <숨> → <도가니>

by 언덕에서 2013. 7. 25.

 

<오아시스> → <숨> → <도가니>

 

 

 

 

 

우연히 보게된 이 영화는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으로 장애인 여성의 일상적인 삶을 통해서 우리사회의 편견과 이해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제도적 변화 속에서 반응하는 여주인공 수희의 일상과 감정들을 세세히 관찰한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영화가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장애인들의 삶과 권리에 대한 감독의 진지한 고민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 김제의 기독교 시설에서 실제 벌어졌던 장애원생들에 대한 성폭행과 횡령 사건을 영화화한 함경록 감독의 영화 『숨(Elbowroom)』은 비슷한 소재를 영화화한 영화 『도가니』보다 적어도 열 발걸음은 더 앞으로 나간 영화다. 물론 『도가니』가 기본적으로는 상업적 대중 영화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이 영화 『숨(Elbowroom)』은 실제로 피해를 당했던 장애 여성들의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들의 섹슈얼리티와 그들의 인권, 나아가서 그들의 숨결 하나하나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09.01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봉되었다. 전라북도와 전주영상위원회의 '전북 인큐베이션 제작 지원사업' 지원작이기도 하다.

 

 

 


 지난 휴일 IPTV를 통해 김기덕 감독의 『숨(Breath)』을 보기 위해 TV 전원을 켰다. 해당 영화를 찾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가 시작된 지 5분 만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숨(Breath)』이 아니라 모 영화제에 출품된 동명의 작품을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해당 통신사 직원의 착오로 엉뚱한 영화가 김기덕 감독 작품 대신 업로드 되어 있었던 탓이다. 어차피 해당금액을 결제했으므로 끝까지 보자는 심사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답답함과 진지함이 교차되면서 마지막에는 해당통신사 직원의 착오에 감사의 마음까지 챙기게 되었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별로 흔치 않다. 예전에 뇌성마비 장애인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하여 주목을 받은 문소리 주연의 『오아시스』가 있었고, 사회적 파장이 컸던 『도가니』가 인상적이었다. 『숨』은 『도가니』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도가니』와 『오아시스』의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2011년 9월 초에 개봉한 영화 『숨(Elbowroom)』은 문소리씨와 같은 비장애인이 장애인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 실제 뇌성마비 장애인인 박지원 씨가 열연하여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박지원 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태어날 때 겪은 의료사고 때문에 말하기도 쉽지 않고 굽은 손가락 때문에 물건을 집는 것조차 힘든 상태로 영화에서 그녀의 생활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장애인이 직접 극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 싶은데, 그녀는 몸짓과 호흡 하나하나에서 여주인공의 심리를 내밀하게 표현하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려서 엄마 손에 이끌려 장애인 복지시설에 맡겨져 그곳에서 성인이 된 수희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자라 이제는 성인이 되었고 시설의 운영자인 목사 부부와 관리인을 도우며 건물 청소와 빨래 일 등 궂은 일을 맡고 있다. 그녀는 시설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청년 민수와 사랑하는 사이다. 그들은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자연스레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이 시설은 힘든 환경이고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는 몸은 불편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

 국가의 해당시설 감사를 예상이라도 했는지 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목사는 수희와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그 일은 너와 나, 그리고 하나님만 아는 일이니 누가 물어도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받으며, 누설 시에는 큰일이 생길 것임을 암시하며 협박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러는 와중에, 목사 관할 하에서 시설을 관리하는 목사 아들은 수희의 젖가슴을 손으로 꾹 누르며 ‘너 많이 자랐구나’라는 성추행을 일삼는다. 하지만 수희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국가의 행정력의 위탁을 받은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인을 밝히기 시작한다. 이를 계기로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삶에 있어왔던 숨겨진 일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보통 사람들과 똑 같은 사랑, 자유, 의지, 고통과 욕망을 지닌 여성 수희의 이야기는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갖고 있다. 감독은 수희에게 일어난 일들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도 않고, 향후 그녀에게 일어날 일들을 암시하지도 않는다. 타 기관으로 주거지를 옮긴 상태에서 의사로부터 낙태를 권유받는 장면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 『숨(Elbowroom)』은 지난 2009년 전북 김제에 있는 모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이 시설의 운영자인 목사에 의해 장애인 성폭력이 있었고, 그의 부인인 원장의 업무상 횡령이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 복지시설에 들어가 자란 여주인공 수희와 수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담은 영화로,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수희가 남자친구와 사랑을 하고 있으며 그후 임신하고,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낙태를 권유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회의 목사인 장애인 시설의 원장과 그의 아들이 장애인들을 상대로 성폭행 및 성추행을 하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장애인들을 타이르고 협박하는 등 장애인 시설의 이면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의 여성성과 인간이 기본적으로 간직한 욕망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그녀가 사건에 휩쓸리기 시작했을 때, 이전에 일어난 일들은 그녀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관객들은 거기에 저항하는 그녀의 숨 가쁜 움직임을 보면서 저절로 괴로워하게 된다. 결국 수희는 민수와 강제로 이별하고 미혼모 수용시설로 들어가게 되지만, 거기에서도 그녀는 <소아과 119>라는 책을 보면서 자신과 아이의 앞날을 위해 고민하고 출산을 준비한다. 이 장면은 그녀가 장애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여자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에게 낙태를 권유하는 사람들은 ‘아빠도 없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며 순전히 선의에서 비롯된 걱정과 염려를 한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고는 하지만 장애인 성폭력에 관한 내용보다는, 원인을 알 수 없이 임신하게 된 장애인 여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적 편견과 엇나간 시선에 촛점을 맞춘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장애인 시설의 비리보다는, 장애인 수희가 보통 사람들처럼 애인과 사랑을 나누고, 그 변화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보호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책임지고 결정짓는 과정을 통해 임신한 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는 비장애인들의 시각에 관한 내용이다. 영화의 주인공 수희의 모델인 성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 어려서부터 시설 운영자인 목사의 성폭력이 있었고 증거인멸을 위해 자궁적출 수술까지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함경록 감독은 “영화에서는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일상과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고 실화와 같은 사건으로 영화가 전개될 경우 커다란 사건과 그로 인한 극적 클라이맥스는 오히려 영화의 주제를 흐리게 할 수 있어 시각적으로 자극적일 수 있는 사건들은 배제하고 이야기를 구성했다. 그리고 점차 장애인들의 삶 속으로 자세히 들어가게 되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따라서 다른 매체에서는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감독의 시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완성된 영화 속 카메라의 시선은 주인공 수희의 눈높이를 조용하고도 끈질기게 따라잡다 끝난다. 인간의 야만성, 광기, 사회정의, 인간성 회복, 장애인 복지에 관한 고민은 오로지 관객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