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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은밀하게 위대하게

by 언덕에서 2013. 6. 18.

 

 

 

은밀하게 위대하게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뭐가 은밀하고 뭐가 위대한' 건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현재 인기영화로 흥행 1위라고 하는데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영화평을 찾아보았다. 아래의 멘트가 눈에 띄었다.


이것도 영화임? 보는 내내 민망할 정도로 유치 그 자체였다. 억지웃음 유발, 억지 설정, 억지 감동유발. 최근에 봤던 영화 중 젤 쓰레기.


 이 영화는 점유율 61.1%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스크린수`와 `상영 횟수`를 보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현재 스크린 수만 1,023개이며 그동안 상영 횟수는 5,096회라고 한다. 이는 2위를 기록한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스크린수 382개, 상영 횟수 1,612회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로부터 `30분에 한 번씩 영화를 시작한다`는 비웃음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제외하고는 볼 것이 없기 때문에 영화를 봤다`며 상영관 수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그러니까 영화자체의 작품성보다는 영화관 점유율이 만든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위의 통계를 보니 일리가 있다.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김수현 보러 극장에 들어갔다가 이현우한테 빠져서 나왔다"라는 내용의 감상평을 올리고 있다. '김수현 효과'로 불러들인 관객들에게 또 다른 배우의 매력이 어필되면서 팬덤 현상을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셈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편했던 건 따로 있다. 현실성. 즉,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너무 희박한 내용으로 구성된 영화여서 만화를 보는듯한 착각 속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다. 알고 보니 이 영화는 동명의 유명만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할 말 없다. 

 

 

 

 

 불편한 점은 또 있다. 이 영화에는 '보이게, 보이지 않게' 장애인에 대한 심각한 편견이 존재한다. 동네 아이들은 어른인 주인공 동구에게 항상 돌을 던지고 막말을 일삼는다. 동구는 그 돌에 맞아도 웃는 표정만을 짓는다. 아무리 지적인 장애가 있어도 그렇게 강력한 타격으로 돌을 자주 맞는데 웃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적 장애인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 자체는 나쁜 것이지만, 영화에서 이를 제지하거나 그 행위가 바르지 않은 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그 아이들의 행동은 끝까지 개선되지 않는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비 오는 날 동구가 대변을 보는 장면이다. 아무리 지적 장애인이라 해도 비 오는 날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대변을 보는 지능 상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 정도라면 슈퍼에서 일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일상에서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우스운 행동들을 보며 영화의 등장인물들이나 관객들은 즐거워한다. 난데없이 지적 장애인 동구를 버리고 남파 특수간첩으로 원류환으로 돌아간 김수현은 장애인에 대한 모든 폭력을 따스하게 포용한다. 하지만 지적장애인들은 그런 그들을 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남파간첩에 대한 미화된 모습도 걱정스러웠다. 북에 인질로 잡혀있는 어머니를 위해 아들은 목숨을 바칠 각오로 대남공작에 뛰어드는 눈물겨운 효자다. 영화관 주변을 둘러보니 어린 초중고 학생들이 많던데 이들의 절반 이상은 6.25가 북침으로 알고 있을 친구들이다.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빈곤국가, 사회주의로 보기 어려운 악질 독재왕조의 20대 애송이 돼지가 핵을 쏘겠느니 어쩌겠느니 하며 동족과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영화는 청소년들에게 국민들을 굶겨 죽이는 그 나라 북한 공작원에 대한 호감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 영화 속의 남파간첩들은 한결 같이 꽃미남이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스토리의 메인 줄기와 디테일이 제대로 조응하지 않는다`며 `장철수 감독의 작품이라고 보기엔 아쉬움을 넘어 의아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어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된 김혜리 영화전문기자도 칼럼에서 `길고 단조로운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심정`이라고 혹평했다.

 영화를 즐겨보는 나도 이 참에 평을 몇 자 써야겠다.

 “웃기는 장면에다 스토리를 덕지덕지 덧붙여서 완성된, 주제가 어색하고 이상한 영화로 보인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다음 기회에 이들 매력적인 인기배우를 출연시켜 청소년들에게 주변의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고 사회상황에 대한 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영화를 꼭 만들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