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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폭염 속의 주말농장

by 언덕에서 2013. 7. 23.

 

 

폭염 속의 주말농장

 

 

 

 

 

 

 

 

 

 

 

 

보도에 의하면 중부지방에는 장맛비가 쏟아지고 남부지방에는 불볕더위가 이어진 '반쪽 장마'를 겪은 이달 중순 남부지방은 20년 만에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7월 중순(11∼20일) 남부지방의 평균 최고기온은 31.9도로 집계됐다. 이는 평년기온(28.6도)을 3.3도 웃돌면서 1994년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다. 평균 최고기온은 매일 최고 기온의 평균치를 의미한다.

 기상관측 이래 7월 중순 평균 최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는 35.3도로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이다. 다음은 32.2도를 기록한 1973년, 31.9도를 기록한 올해가 뒤를 이은 것이다.

 

 

 

 

 금년 3월 초순에 부산시농업기술센터로부터 강서구 체육공원 근처에 위치한 주말농장 20평을 분양받은 후 매 주말마다 채소를 가꾸고 있다. 3월 중순에 감자, 삼채, 고추, 상추, 쑥갓, 가지 모종을 심었다. 금년에 주말농장. 텃밭을 시작할 때 내 각오는 이랬다.

 첫째, 바닥에 검은 비닐을 깔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키워보겠다.

 둘째, 당연한 일이겠지만 화학비료와 농약은 일체 쓰지 않겠다. 대신 생명을 다한 채소 잎과 줄기 그리고 뽑은 잡초를 말려서 비료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만하게 생각했던 잡초는 못 말릴 정도로 왕성하게 자란다. 일주일 안에 만나는 채소 옆에 잡초는 배 이상으로 번식력을 자랑한다. 뽑고 뽑아도 어디서 왔는지 계속 자란다. 벌레도 문제다. 농약 대신 틈나는 대로 벌레 먹은 줄기와 잎에 매실효소액에 물탄 것을 뿌려주었는데 다행히 병충해가 없는 것을 보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6월말, 감자 줄기와 잎이 말라서 땅을 파보니 이미 씨알이 주먹만 하게 자랄 대로 자란 상태였다. 땅 속의 열매가 다 자랐으니 줄기와 잎이 수명을 다한 것이었다. 비닐 포대로 세 포대나 수확하여 두 달 동안 지겹도록 감자만 먹었다.

 상추도 3월 말경에 씨를 뿌렸는데 이러 저리 잎을 뜯고 쏙아 내다보니 석 달 동안 매일 상추만 먹은 느낌이다. 아파트 옆집, 위층, 아래층에 나누어 드렸는데 하도 자주 선사(?)하니 이웃들이 나중에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인 것 같았다.

 

 

 고추도 그렇다. 넉넉잡고 다섯 평에 40개의 모종을 심었는데 열매가 너무 많이 열려 처지곤란이다. 아파트 이웃에 나눠 준 것도 모자라 주말마다 다 큰 것들을 따서 친구들을 불러 라면 상자에 한 상자씩 선사(?)했으나 일주일 후에 가면 또 처치곤란으로 이곳저곳 열려있다. 폭염 탓인지 따지 않으면 땅에 떨어진다. 농부 연습하기도 어렵다. 

 

 

 

 

 

 

 이번 폭염으로 상추는 드디어 수명을 다했다. 지난 주말에 텃밭에 가서 확인하니 상추는 폭염에 타서 모두 녹아있었다. 고추도 폭염이 힘들었는지 곳곳에 열매가 떨어져 썩고 있다.

 

 

 주 1회지만 그때마다 물을 열심히 주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상추와 감자를 뽑은 자리에 옥수수와 여주, 호박을 심었다.

 

 

 히말라야에서 왔다는 삼채는 신기한 식물이다. 부추와 맛이 비슷한 삼채는 항암, 고혈압, 당뇨 등에 특효로 알려진 식물이다. 사포닌이 인삼의 60배라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잎을 자르고 난 뒤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사이 이렇게 자랐다.  삼채 겉절이, 삼채 샐러드, 삼채 부침개 등을 지겹도록 먹고 있는 중이다.  고혈압이 있는 친구에게 한 뭉치 선사했는데 그 사이 협압이 뚝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걸 믿어야 하는 건지……. 하하.   항암식물, 성인병 예방식물로 알려진 여주도 종묘 열 포기를 사서 심었는데 아래 사진처럼 놀라운 생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요즘 한 달 동안 비가 오지 않으니 더 신경이 쓰인다. 매주 가서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 반시간 이상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건 좋은데 날이 너무 더우니 그야말로 쌩노가다를 하는 기분이다. 서너 시간 폭염 속에서 물주고 잡초 뽑고 수확하다 보면 현기증에 다리가 후들거릴 때도 있다. 게다가 썬크림을 바르고 챙이 큰 모자를 쓰고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이렇게 일하다보면 아프리카 흑인처럼 얼굴이 검어진다. 알고 보니 썬크림만 얼굴에 바르면 썬크림이 오히려 자외선을 흡수해서 온 얼굴을 검게 코팅한다고 한다. 그전에 로션과 크림을 바르고 나서 최종적으로 썬크림을 발라야 얼굴이 타지 않는다고 한다. 평소에 화장품을 안 바르고 사니 이런 것도 알게 된다.

 이열치열, 그래도 일을 끝내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이래서 폭염 속의 하루는 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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