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달랑 정원 하나 가지고도 박람회를 여나?" 누군가의 심드렁한 한마디를 뒤로하고 전남 순천을 찾았다. 순천만에서 열고 있는 정원박람회는 1862년 런던 Kensington에서 RHS(Royal Horticulture Society)가 주관한 Great Spring Show를 시점으로 진행되어 온 정원박람회를 순천만에서 유치한건데, 4월 부터 진행되고 있다.
1925년 파리 국제산업 장식물미술박람회는 정원을 문화이벤트의 주요 소재로 활용한 최초의 박람회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정원이 전시축제에 중요한 소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고, 정원박람회의 전파는 정원문화의 발달과정과 유사한 경로를 거치게 되는데, 영국을 중심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정원박람회가 번성하였고 점차 미국과 아시아지역으로 확산되었다.
한국 첫 정원박람회인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세계적 생태습지로 유명한 순천만 갯벌로 도심이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완충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유럽 및 중국, 일본의 정원박람회와는 전혀 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주최측은 설명한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시 도심에서 순천만으로 향하는 길목인 풍덕동·오천동 일원 111만2000㎡에 자리 잡고 지난 4월 20일부터 시작하여 10월20일까지 184일간 펼쳐진다.
개발이 아닌 보존을 위해 정원으로 둑을 쌓아 갯벌로의 도시 팽창을 막고 환경을 지키는 순천시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원봉사자들이 즐비하게 서있는 출입구를 지나면 가장 먼저 한국정원을 만날 수 있다.
이 박람회는 각국의 정원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전시되어 있는 만큼 여러 곳을 다니지 않고 한자리에서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는 기쁨이 있다.
많은 꽃들과 훌륭한 정원수들이 순천만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DSLR 카메라가 아니라 작은 디카를 가지고 이곳을 찾더라도 훌륭한 경관 때문에 누구나 작가 부럽지 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구의 정원 순천만'을 주제로 순천정원박람회는 111만2천㎡의 거대한 정원이 자리한다. 한마디로 이곳은 세계 유수의 멋진 정원들을 한눈에 돌아다니며 관찰할 수 있는 이곳은 하나의 거대한 꽃밭이다. 정원박람회장은 순천을 가로지르는 동천(東川)을 가운데 두고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행사장 내 '빛의 서문'으로 들어서면 국제습지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 앞쪽에는 한국정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철쭉공원과 에코지오온실 등을 둘러보고 나면 '꿈의 다리'를 만날 수 있다. 길이 175m의 이 다리는 재활용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들었지만 제법 멋이 살아 있다. 외부는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의 한글디자인으로 장식돼 있고 내부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표현한 14만여 점의 작은 타일들이 장식돼 있다.
자신의 작품이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의 순천이란 곳에 장식돼 있다면 그 어린이들이 가지는 순천에 대한 느낌은 남다르지 않을 것인가?
순천이 낳은 화가 이존립의 '갯지렁이' 갤러리도 만날 수 있다.
꿈의 다리를 건너면 영국의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찰스 쟁스가 순천의 모습을 형상화해 만든 '순천호수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정원박람회의 핵심 작품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멋진 풍차가 돌고 있는 네덜란드 정원을 비롯해 이탈리아 정원, 독일 정원 등 세계 각국의 정원들이 펼쳐져 있다.
중국 조각이 입구를 장식한 위의 사진은 중국정원 입구이며 그 옆에 한방체험관과 세계약초원, 에너지식물원, 허브카페, 철쭉숲 등도 자리 잡고 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장식된 곳을 돌아다니노라면 어느새 기진맥진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제대로 구경하려면 어른의 느린 걸음으로 네 시간을 족히 걸어야 한다. 입장료는 성인 1만6천원, 청소년 1만2천원, 어린이 8천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덤으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ㆍ용산전망대코스를 구경할 수 있도록 행사장이 설계되어 있다. 시간에 맞춰 카메라를 갖다 대기만 하면 멋진 석양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이다. 순천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며 '갯벌이란 무엇인가'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석양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용산전망대까지의 노곤한 여정을 감수해야 한다. 자연생태공원을 들어서면 눈앞에 펼쳐진 곳이 모두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거대한 갈대밭 사이로 멋지게 난 2㎞이상의 데크로드를 따라 걷다보면 마음이 어느새 풀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용궁전망대까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걷기 시작한다면 그 노력은 반드시 보답을 한다. 누구나 거대한 S자를 그리는 수로 위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다.
더운 날씨니 만큼 생수는 꼭 지참하시길 권한다. 더불어 챙이 넓은 모자도 필수품이다. 좋은 볼거리가 많지만 네 시간 동안 땡볕을 걷다보면 지치기 일쑤다. 휴일날은 생각보다 전국에서 몰려온 인파가 많아서 그늘 속 쉼터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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