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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옹고집전(雍固執傳) 』 )

by 언덕에서 2016. 10. 26.

 

 

고대소설『옹고집전(雍固執傳)

 

 

 

 

 

 

작자ㆍ연대 미상의 판소리계 고대소설로 1권 1책. 국문필사본이다. 원래 판소리 열두마당의 하나였다고 하지만 판소리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목판본이나 활자본은 발견되지 않고, 김삼불(金三不)이 1950년에 필사본을 대본으로 하여 주석본을 출간한 바 있다. 그 때 사용한 필사본은 전하지 않는다. 그 밖에 최래옥본(崔來沃本)ㆍ강전섭본ㆍ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본(舊 金東旭本)의 필사본이 있다.

 불교적인 설화를 주제로 한 한글본 풍자소설인데, 판소리로 불리어질 때 ‘옹고집 타령’이라고 한다.  <흥부전>의 '놀부'와 <옹고집전>의 '옹고집'은 심술이 많고 인색하다는 점에서 그 인간형이 비슷하다.  '옹고집'과 '놀부' 모두 조선 후기 계층의 분화에 따라 등장한 신흥 서민 부자 계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극단의 이기적인 행동과 사회 윤리를 무시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자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옹고집전>은 <흥부전>과 함께 바로 이런 악덕 서민 부자에 대한 일반 서민들의 반감을 기반으로 한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소설로 볼 수 있다.

 현대 소설에서도 이와 같은 놀부형 인물이 등장하는데, 채만식의 <태평천하>에서 윤직원은 일제가 조장한 상업자본주의에 기생하여 자신의 부를 늘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한 오영진의 희곡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에서의 '이중생' 같은 인물을 옹고집과 놀부의 후예로 볼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옹정 옹연 옹진골 옹당촌이라는 묘한 이름을 가진 곳에 옹고집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성질이 고약해서 풍년을 좋아하지 않고, 매사에 고집을 부렸다. 인색하기만 해서, 팔십 노모가 냉방에 병들어 있어도 돌보지 않는다.

 월출봉 비치암에 도통한 도승이 있어서, 학대사라는 중에게 옹고집을 질책하고 오라고 보낸다. 그런데 학대사는 하인에게 매만 맞고 돌아간다. 도승은 이 말을 듣고 옹고집을 징벌하기로 한다. 허수아비를 만들어 부적을 붙이니 옹고집이 하나 더 생겼다. 가짜 옹고집이 진짜 옹고집의 집에 가서, 둘이 서로 진짜라고 다투게 된다.

 옹고집의 아내와 자식이 나섰으나 누가 진짜 옹고집인가를 판별하지 못해서 마침내 관가에 고소를 하게 된다. 원님이 족보를 가져오라고 해서 물어보니, 가짜가 더 잘 안다. 진짜 옹고집은 패소하고 곤장을 맞고 내친 다음에 걸식을 하는 신세가 된다. 가짜 옹고집은 집으로 들어가서 아내와 자식을 거느리고 산다.

 옹고집의 아내는 다시 아들을 몇 명이나 낳는다. 진짜 옹고집은 그 뒤에 온갖 고생을 하며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나, 어쩔 도리가 없어 자살하려고 산중에 들어간다. 막 자살을 하려는데 도승이 나타나서 말린다. 바로 월출봉 비치암의 도승이다. 옹고집이 뉘우치고 있는 것을 알고 부적을 하나 주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집에 돌아가서 그 부적을 던지니, 그 동안 집을 차지하고 있던 가짜 옹고집은 허수아비로 변한다. 아내가 가짜 옹고집과 관계해서 낳은 자식들도 모두 허수아비였다. 그러자 진짜 옹고집은 비로소 그동안 도술에 속은 줄 알고서, 새사람이 되어서 착한 일을 하고, 또한 불교를 열심히 믿는다.  

 

 

 

 진짜 옹고집과 가짜 옹고집이 벌이는 여러 사건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독자들에게 무한한 웃음과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고대소설로 조선 시대의 영.정조 때 나온 풍자소설이다. 불교 설화를 소재로 하여 인색하고 불효한 수전노를 풍자, 징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우선 설화소설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냥 온 중을 괄시해서 화를 입게 되었다는 설정은 '장자못 이야기'와 상통한다. 부자이면서 인색하기만 한 인물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 도승이 도술을 부렸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한다. 그러면서 가짜가 와서 진짜를 몰아내게 되었다는 줄거리는 쥐를 기른 이야기와 같다.  

 쥐에게 밥을 주어서 길렀더니 그 쥐가 사람으로 변하여 주인과 진짜 싸움을 한 끝에 주인을 몰아냈다는 유형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인데, 이 작품에 수용되었다. 이처럼 설화를 적극 수용한 것은 판소리계 소설의 일반적 특징과 연결된다. 옹고집이라는 인물은 놀부와 상통한다.

 

♣ 

 

 심술이 많고 인색한 점에서 이 둘은 공통적인데, 금전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난 인간형으로 볼 수 있다. 조선 후기에 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오직 부를 추구하는 데만 몰두하여 윤리도덕이나 인정 같은 것은 온통 저버린 부류가 나타나자, 이에 대한 반감이 작품을 통해서 반영된 결과이다.

 그런데 반감이 새로운 사회윤리를 제시하는 데 이르지 못하고, 전래적인 가치관과 불교신앙을 다시 긍정하고 만 것은 작품의 한계라 할 수 있다. <흥부전>에 비한다면, 작품 설정도 단순하고, 수법도 수준이 낮다 할 수 있다.

 판소리 열두마당의 하나로 불리다가 전승이 중단되고, 필사본마저도 널리 전파되지 않은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작품 전개에 도술을 개입시켜 현실감을 살리지 못한 편이고, 과장이나 말장난에서 흥미와 웃음을 찾으려고 하였다. 좀더 사실적인 소설이 나타나자, 이런 특징 때문에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