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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중국 명나라 때 장편소설 『금병매(金甁梅)』

by 언덕에서 2015. 8. 21.

 

중국 명나라 때 장편소설 『금병매(金甁梅)』

 

중국 명나라 때(1368∼1644) 작자 미상의 장편소설로 전편 100회로 되어 있다. 작자에 관하여 명대의 문학가 왕세정(王世貞. 1526∼1590)이 지었다는 설과 난릉 소소생(蘭陵笑笑生)이 지었다는 설이 있다. 왕세정이 지었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없으며, 난릉은 당시 지명에 해당되고, 소소생은 필명으로 보이나 어떤 인물인지는 분명히 알려져 있지 않다. 결국 확실한 것은 작가 미상이다. 다만 글 속에 산둥(山東) 사투리가 씌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산둥 사람이 지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1568∼1582년 무렵 기고하고, 1602∼1626년 무렵 탈고, 1610년 무렵 쑤저우(蘇州)에서 간행했다고 추정된다. 배경은 송나라로 하고 있지만 사실 명나라 말의 암울한 사회상을 반영한다. 루쉰은 동시대에 나온 작품들 중 금병매를 따를 작품이 없다는 말로 『금병매』를 평가하기도 했다.

 내용은 서문경과 그의 6명의 부인에 대해 쓴 성담론에 관한 대담한 일대기이다. 『금병매』의 주인공은 서문경이지만, 그를 둘러싼 많은 여자 가운데 특히 관계가 깊었던 것은 '반금련', '이병아', '춘매' 세 사람이다. 이 여성들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제목을 만들었다. <수호전>의 24∼25회에 나오는 서문경과 반금련의 이야기에서 확대생산하여 전개된다. 문제의 불량배 서문경이 주인공이다. 인간의 욕망덩어리 같은 이 인물이 집에서는 많은 여자들과 향락을 일삼고, 밖에 나가서는 시정잡배의 보스 노릇을 하여 관계에까지 들어가 무뢰한들과 패를 지어 유락에 빠진다. 그는 악랄한 수법으로 돈을 모으고 주변인들을 괴롭히는 등 자기 마음대로 살아간다. 이후 서문경은 음락의 도를 넘어 급사하므로, 처첩들은 비참한 운명에 빠지고, 그 자식들은 출가하여 중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시대는 북송의 휘종 임금의 치세 1113년에서부터 시작되어 1126년 금나라의 침입으로 끝난다.

「금병매」는 <수호전>의 서문경과 반금련의 정사에 이야기를 보태어 명대 사회의 상류층과 관료, 그리고 무뢰한의 어둡고 추악한 작태를 폭로한 소설이다. 책 이름은 주인공 서문경의 첩 반련ㆍ이아(李甁兒), 그리고 반금련의 시녀 춘(春梅)에서 한 글자씩 땄다. 또, 에로틱한 장면을 삭제한 <진본금병매(眞本金甁梅)>도 있다. 중국에 등장한 최초의 사실적인 사회소설로 알려져 있다.

 

<그림 출처 : 고우영 수호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칭허현(淸河縣) 현청의 문 앞에서 생약상을 경영하는 불량배 서문경(西門慶)은 악질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모아 관리와 결탁하여 그 지역의 실력자로 올라선다. 약방 주인 서문경은 만두장수인 무태랑(武太郞)의 아내 금련(金蓮)과 밀통하고, 금련을 빼앗기 위한 서문경의 과욕은 무태랑(무대)의 독살로 이어진다. 이때에 무태랑의 아우인 무송(武松)이 돌아온다.

 서문경은 뇌물의 힘으로 무송의 복수를 피하고 금련을 다섯째 부인으로 맞아들인다. 무대의 아우 무송은 형의 원수를 갚는다는 것이 다른 사람을 살해하여 유죄1(流罪)에 처해진다. 이웃 친구(화자허)의 불행을 이용해 화자허의 아내인 이병아(李甁兒)도 여섯째 부인으로 삼고 재산을 빼앗는다. 이 밖에도 왕성한 색욕(色慾)을 충족하려고 살인, 모함, 권력을 이용한 압력행사 등 갖은 수단을 다 쓴다. 금전이나 권세에 지나치게 탐닉해 약방 외에 비단 등의 옷감 장사에도 손을 뻗치고 염인을 획득하여 소금을 판매하며, 엽관(獵官) 및 매직으로 관리 자리도 얻는다. 집 안팎에서는 주로 반금련에 의해 첩끼리의 반목이 발생하고 주변 사람들 간 복잡하게 관계되며, 질투·추종·불행·사기 등의 악덕과 거기 수반되는 불행이 소용돌이친다. 결국 서문경은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호승이 준 미약(최음제)을 과다 복용해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이윽고, 이병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금련에게 구박을 받다가 어린 나이에 죽고, 이병아도 죽는다. 서문경은 음탕한 생활 끝에 급사한다. 금련은 쫓겨나고 마침내 무송에게 살해된다. 그러나 영락(零落)과 이산(離散)의 막이 내릴 때까지 금련의 시녀였던 춘매(春梅)를 중심으로 음란하고 방자스러운 인간의 모습 등은 여전히 계속된다.

 서문경의 처 오월랑(吳月娘)은 금나라 군대의 침입을 피해 절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인과응보의 이치를 깨닫고, 유복자 효가는 출가한다.

 

영화 [금병매], 2012

 

 작자는 무대를 칭하현, 그것도 주로 서문경의 저택 내로 설정하여 서문가의 흥망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작자의 목적은 동시대의 사회와 인물을 그리는 데 있으며, 작중의 인물은 서문경과 그의 가족ㆍ하인ㆍ하녀를 비롯하여 서문경 집을 출입하는 크고 작은 벼슬아치ㆍ군인ㆍ학자ㆍ환관ㆍ장사꾼ㆍ중개업자ㆍ점쟁이ㆍ의사ㆍ산파ㆍ도사ㆍ승려ㆍ기생ㆍ광대ㆍ뚜쟁이 등 온갖 계층의 사람이 다 망라되어 있다.

 작자는 이러한 서문가를 그려냄으로써 이 고을, 더 넓게는 중국의 축도를 보여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동시대의 사회와 인간을 그린 소설로 종래에 단편은 있었으나, 장편으로서는 「금병매」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런 뜻에서 이 작품은 중국문학사의 한 시기를 그은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 봉건시대의 부패한 사회상을 잘 나타내고 있으나 비판정신은 약하다. 인물의 성격묘사에 뛰어났으며, 뒤에 나온 소설에 영향을 주었다.

 이 소설의 전편에서는 가정 말∼만력 중기의 부패한 사회상과 어린 여자아이를 매매하는 밑바닥 서민생활을 폭로하여, 명대의 도시상업자본의 발전 양상과 시민계급의 의식형태가 반영되어 있다. 정밀한 묘사와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많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명확하게 묘파한 수법은, 뒤에 나온 장편소설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냉혹함과 절망이 전편에 넘쳐흐르고 봉건사회의 죄악상이 대담하게 폭로되고 있으나, 비판정신은 희박하며 노골적인 에로티시즘의 묘사가 많다.

 

 

 이 소설은 성욕 묘사에 있어서 적나라한 내용은 더욱 유명하며, 그 때문에 음서(淫書)라고 하여 자주 발매금지되었다. 당시의 사회 사정이나 가정생활의 세부에까지 걸쳐서 정밀하고, 무서울 정도로 당시의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또 한 면에 있어서는 전편의 구성도 조금도 빈틈이 없다. 다만, 무대가 산동(山東) 지방인 까닭에 그 지방 방언이 많이 섞여 난해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 소설은 민간전설이나 역사적 사건에서 유래하지 않은 첫 번째 중국소설로, 부유한 상인 서문경 가문의 일대기를 자연주의적으로 상세하게 묘사했다. 「금병매」는 서문경의 난잡한 성생활을 생생하고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많은 독자들에게 외설로 여겨져 배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정적인 부분들은 쾌락의 덧없음을 나타내려는 작가의 도덕적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여기는 견해도 있다.

 보통 <제일 기서(第一奇書)>라고 하는 판본은 청 나라 시대 초(17세기 후반)의 장죽파가 평어를 붙여서 출판한 것이다. <속 금병매>나 <격렴화영>은 모두 후세 사람의 속작이며, <훙루몽>도 이의 영향을 받았다.

 

 

  1. =유형04(流刑).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