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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화문록(花門錄)』

by 언덕에서 2012. 11. 1.

 

고대소설 『화문록(花門錄)

 

작자 · 연대 미상의 국문 고전소설로 7권 7책으로 구성되며 필사본으로 남아있다.『화문록』은 쟁총형(爭寵型) 가정소설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내고 있는 ‘조선 왕실의 소설’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작품은 화경의 간악한 둘째 부인 호홍매가 선량한 첫째 부인 이혜란을 질투하여 모해하지만 결국 지난날의 죄를 뉘우친다는 큰 구조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이혜란과 호홍매는 상호 동화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당대 상층 여성들의 내적 갈등과 그로 인한 자기 인식의 분열을 반영한 것이다.  

 1847년 헌종이 후궁 김씨를 위해 지은 창덕궁 낙선재에는 2000여 종의 소설이 보관돼 있는데, 이 중 왕실 여성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는 작자미상의 한글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성화연간에 좌승상 화운(花雲)은 부인 한씨와의 사이에 늦게 아들을 둔다. 화공자가 장성하여 이상서의 딸과 정혼한다. 화공자는 외가에 갔다가 호각로의 딸 홍매를 엿보고 와서 잊지 못해한다. 호각로가 화부(花府)에 매파를 보내어 청혼하나, 화부에서는 이미 이부(李府)와 정혼하였다 하여 거절한다. 화공자는 이소저와 택일성례하나, 호소저를 잊지 못해 한다.

 화공자가 호소저가 보고 싶어 외가에 와 있자, 호각로는 화공자를 딸의 방에 들여보내 가연을 맺게 한다. 화공이 문복(問卜)에 의하여 급제 전에는 화공자의 이름을 부르지 않다가 나라에서 과거를 베풀자 비로소 아들의 이름을 경(景)이라 한다.

 경은 응과 하여 장원으로 급제한다. 호각로가 축하차 화부에 와서 화승상에서 다시 청혼하니. 화승상이 주저하다가 이상서의 권유를 받아들여 승낙한다. 화한림은 호소저를 취하고 못내 기뻐한다. 호씨는 본심이 간특하여 이부인을 모해한다.

 호씨는 화승상의 생일날 이 부인이 올리는 술잔에 독약을 타니, 화승상은 노하여 이부인을 별당에 가둔다. 이부인이 별당에서 아들을 낳자 호씨는 이부인과 아기를 강물에 갖다 버리게 한다. 이부인은 오빠 이시랑의 도움으로 구출되어 본가로 간다.

 이부상서가 된 경은 본부로 돌아와 호씨와 노비들의 밀담을 듣고 노비들을 문초하여 자백을 받아낸다. 모든 것이 호씨의 음모임을 알게 된 화상서는 호씨를 내쫓는다. 화상서는 처가에 갔다가 이부인을 만나 지난날의 잘못을 눈물로 사과한다. 이부인은 처음에는 남편을 냉담하게 대하나 남편의 간곡한 호소에 마음을 돌려 비로소 금실이 좋아진다.

 화부에서 쫓겨난 호씨는 화상서 부부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반귀비(潘貴妃)를 움직여 공주를 화상서에게 허가하도록 한다. 화상서가 이에 불복하자, 황제가 대로하여 화상서를 하옥하고 이 부인을 유배시킨다. 유배 가던 이부인은 도적을 만나 강물에 몸을 던졌으나 한 도인에게 구출되고, 북정(兆征)을 갔다 회군하는 아버지를 만나 본가로 온다.

 반귀비가 황후를 몰아내려는 음모를 꾸미는데, 황후가 죽자 황제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화승상을 다시 기용하여 조정을 바로잡는다. 화상서는 이부인을 집으로 데려오고 이부인의 간청으로 호씨를 다시 집으로 데려온다.

 

 

‘옥 같은 얼굴에 샛별같이 빛나는 눈’을 가진 조선시대 꽃미남 화경이 주인공이다. 부모의 뜻에 따라 이혜란 이란 여성과 정혼을 하지만, 우연히 호홍매를 보고 한눈에 반해 그녀를 둘째 부인으로 삼는다. 그러나 홍매는 혜란을 죽이고 남편을 홀로 차지하기 위해 모략을 꾸미는 악녀였던 것이다.

 홍매의 기상천외한 계략들은 현대 드라마 작가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만하다. 시부모에게 올리는 술에 약을 탄 후 그 죄를 혜란에게 뒤집어씌우고, 산적들에게 납치를 사주하기도 한다. 얼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약 ‘변용단’을 먹고 혜란으로 변신, 외간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같은 시리즈물로 출간된 『천수석(泉水石)』 역시 비슷한 연애소설인데, 이 작품에는 신분을 숨기려 여장을 하는 남성과 간통으로 이혼하는 부부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스토리는 뻔하지만 전지적 작가 시점의 서술자가 들려주는 인간관계에 대한 철학적 해석과 은유적 화술은 꽤 신선하다. '화문록'에서 후궁에게 푹 빠져 국사를 망치는 왕이 등장하는 등 정치적 함의도 담겼다. 수위 높은 장면들은 애교 있게 눙친다. 화경과 홍매가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이 그것이다. ‘화경이 미소를 머금고 즉시 촛불을 끄고 이부자리에 나아가니 애정이 비길 데가 없었다. 마치 원앙새가 푸른 물가에서 함께 만나고, 비취새가 연리지에서 짝지어 노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음란함은 여기서 차마 기록할 수가 없다.’

 

 

 막장의 본뜻은 탄광의 갱도 끝에 있는 작업장을 뜻한다. 요즘 쓰이는 막장의 의미는 이와는 다른데, ‘갈 때까지 갔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듯하다.

 막장 드라마라고 하면, 불륜, 살인, 폭력 등등 보기 안 좋은 내용들로 가득 찬 드라마를 의미한다. 불륜, 폭력 등의 내용이 없더라도 극의 전개가 좀 말이 안 되게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가도 막장드라마일 것이다.  현실에서 가능한 일들을 드라마로 내놓는다면, 그런 상황들을 이미 봤었기 때문에 극적인 흥미가 반감될 것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다루기 때문에 사람들은 막장 드라마에 열광한다.

 이 작품은 간악한 제2부인 호씨가 선량한 정부인 이씨를 모해하는 사건이 주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선량한 이 부인이 자기를 끝까지 죽이려고 간악한 호씨를 남편으로 하여금 다시 데려오게 하여 전죄를 뉘우치게 하는 것은 가정소설의 공통적 주제인 개과천선을 그대로 답습하였다. 장서각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