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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박효랑전(朴孝娘傳)

by 언덕에서 2012. 9. 23.

 

 

 

고대소설 박효랑전(朴孝娘傳)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본. 1권 1책으로 구성된다. 전당서포(田堂書鋪)에서 나온 활자본과 필사본이 있다. 이 작품은 박원형의 후손 수하의 두 딸의 효행을 적은 실화소설이다. 18세기 초 숙종 시절, 경상도 성주 지방에서 실제로 있었던 묘지송사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 시대 조상의 묘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묘지소송인 ‘산송(山訟)’. 특히 조선 후기의 문중 사회에서는 전체 소송의 절반이 조상의 묘소를 둘러싼 다툼이었다. 산송은 당사자에 그치지 않고 일가와 문중 전체가 사활을 걸고 매달린 다툼이기도 했다. 임금이 직접 나서서 중재를 해도 해결이 안될 만큼 그 갈등의 뿌리가 깊었다. 사대부 가문의 양반들이 죽음도 불사하며 묘지 소송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산송’은 조상의 묘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송을 말한다. 조선 시대 관아에 내던 청원서 중 70%가 묘지에 관련된 것이었다. 선산(先山) 영역을 지키려는 사대부 가문의 싸움이 주를 이뤘다. 산송을 겪지 않은 집안이 없을 정도였다. 유교이념이 지배하던 조선 사회에서 조상의 묘지 문제는 가문과 가문의 대립이었고, 이는 곧 패싸움으로 번져 사망자가 속출하는 지경에 이른다.

 18세기 장안의 화제가 된 대표적인 산송 사건이 있다. 숙종 38년(1712년), 앳된 얼굴의 선비가 돌연 왕의 행차를 가로막고 아버지의 원수를 처벌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한다. 사연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열일곱 어린 처녀 박효랑이었다. 그녀가 남장을 감행하고 왕 앞에 나선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박효랑의 아버지는 묘지 소송에 휘말려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집안 대대로 모시던 조상의 묘지마저 빼앗겼다.

 박효랑의 언니 또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다 석연찮은 죽음을 맞는다. 산송으로 하루아침에 아버지와 언니를 잃은 박효랑의 한 맺힌 사연은 전국 유림의 여론을 들끓게 했고 당시 이 광경을 목격한 세자 영조는 임금 즉위 후 사건의 재조사를 지시한다. 과연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숙종 35년 청안현감 박경여가 박원형의 10세 손으로, 5대째 경상도 성주 땅에서 살고 있던 박수하의 선산에 조부의 묘를 쓴다. 박수하는 곧바로 성주 관아에 그 시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다. 그는 상경하여 격쟁1을 하여 조정으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아낸다.

 그러나 박경여의 친척인 관찰사는 차일피일 조치를 미루다가 오히려 박수하를 하옥하고 혹독한 곤장을 쳐서 그를 죽게 한다. 분개한 박수하의 큰딸 문랑이 박경여 조부의 묘를 파헤치고 관을 태워버리다가 박경여의 수하들에게 살해된다.

 비명에 언니를 잃은 작은딸 계랑이 다시 신문고를 울려 그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 소문이 퍼지면서 삼남과 경기의 유생 7,000여 명이 통문을 돌려 사건처리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박수하의 두 딸에 대한 정려2 표창과 동시에 박경여의 처벌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리게 된다. 그 결과 사건 발생 후 16년이 지난 1726년에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루어져 진상이 밝혀지고, 두 효녀는 효녀 정문(旌門)3을 받는다. 그러나 관찰사와 박경여에 대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호 이익

 

 

 

 이 책의 출판에 있어서 원고는 문중의 남사(南沙)라고 부르는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졌지만, 상대방이 두려워 받아주는 곳이 없던 중, 합천군 가야면 출신의 박서산이라는 유명한 풍수가 대구의 여러 권력가들의 도움으로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상대방 후손이 이를 몽땅 사서 태워버렸기 때문에,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한 권만이 유일하게 전해지고 있다.

 이 사실은 <성호사설> 권 17에 실려 있고, 전후경과와 각도에 들렸던 통장 및 이에 호응한 통문 등 관계 자료를 모아 엮은 한문본 2책의 <박효랑 실기>가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 권세가들의 편파적 송사처결은 물론 부도덕성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

 

 

 송사소설의 문학사적 의의로는 우리 설화의 중요한 모티프의 하나인 수수께끼 모티프를 소설로 형상화함으로써 추리적 성격을 지닌 소설작품이라는 점과, 여타의 고전소설에 비하여 리얼리티가 비교적 풍부한 소설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송사소설은 평범한 인물의 일상적 활약상, 삶의 한 단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꿈의 기능 퇴조, 지상계에서의 사건진행 등의 측면에서 여타의 고전소설과는 구별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는 바로 송사소설이 리얼리티를 지닌 작품들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까닭을 현실적 주요 관심사의 소설화, 우연성이 절제된 구성방식, 작자의 현실 지향의식이 기존질서의 회복의지와 모순ㆍ부조리의 현실 고발의지 등 두 방향으로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점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송사소설은 리얼리티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고전소설에서 차지하는 위치 또한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1. 조선 시대에, 원통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임금이 거둥하는 길에서 꽹과리를 쳐서 하문을 기다리던 일. ≒격금01(擊金). [본문으로]
  2. 충신, 효자, 열녀 등을 그 동네에 정문(旌門)을 세워 표창하던 일. [본문으로]
  3. 충신, 효자, 열녀 들을 표창하기 위하여 그 집 앞에 세우던 붉은 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