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 장편서사시 『실낙원(失樂園.Paradise Lost)』
영국 시인 밀턴(John Milton.1608 ∼1674)의 장편서사시로 10권이었으나 후에 12권으로 재편되었다. 1667년에 출판되었다. 원래는 ‘아서왕의 전설’ 등 영국사에서 구하려 했으나 성경의 ‘인간의 원죄’에 의한 타락을 취급하려고 의도한 것은 1640∼1642년경부터였다.
현존하는 자필 원고에 의하면, 초기에는 비극으로 하려 한 것 같으나 그에게 닥친 분주한 정치적 생활(청교도혁명 1642, 크롬웰 비서)은 집필 여유를 주지 않았었다. 실제로 눈이 먼 그가 구술하면서 이 서사시를 완성한 것은 1658∼1663년경이라 추정된다.
이 작품은 아담과 이브의 낙원 추방에 대한 성서의 이야기를 중심 소재로 하여 신과 인간의 기본 과제, 즉 인간의 자유 의지와 원죄(原罪), 신의 아들에 의한 인간의 구원 문제를 다룬 대서사시이다.
전편을 통하여 작자의 강렬한 상상력이 충만되고 섬세ㆍ정확ㆍ장중한 무운시(無韻詩)를 마음껏 구사하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에 의하여 셰익스피어 다음가는 대시인이라는 지위를 얻었다. 밀턴은 이 작품에 이어 <복낙원(Paradise Regained)>(1671)을 썼다.
작자는 1640년경부터 일대 서사시를 쓸 뜻을 가지고 있었으나, 정치적 위기로 집필할 기회를 잃고, 근 20년 동안 청교도혁명에 휩쓸려 시국적인 논쟁에 정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가 참여한 공화제가 실패하고, 그 자신도 실명하여, 불운에 빠지게 되자, 다시 시작(詩作) 활동을 결심, 이 웅대한 규모의 작품을 구술로써 완성하였다. 서사시라는 일정한 형식에 인간의 원죄와 구원의 가능성이라는 내용을 담는다는 어려운 과제를 작자는 훌륭하게 완수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옥으로 떨어진 사탄은 훨훨 타오르는 불바다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9일 동안이나 지냈으나, 잠에서 깬 그는 옆에 있는 ‘비엘제바브’를 깨워 일으켜 함께 천당에 있을 때의 과거의 영광과 지옥에서의 현재의 굴욕을 생각하고 신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다.
무수히 누워 있는 반역한 천사들을 질타 격려하면서 “깨어라, 일어나라,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멸망하여라.‘라고 외친다. 그들은 만마당(萬魔堂-Pandemonium)을 세우고 사탄을 중심으로 복수를 꾀한다. 결국 지상의 인간을 유혹하는 것만 못하다하여 이 신세계의 탐색 임무를 사탄 스스로가 자원하여 지옥의 울을 뚫고 무한한 혼돈을 헤치며 날아간다.
한편, 사탄의 탈출을 안 신은 인간의 앞으로의 타락을 예언하고 그 죄를 갚기 위해 지상에 내려갈 천사를 구하니, 독자 그리스도가 그 임무를 맡을 것을 자원한다.
사탄은 차츰 ‘에덴동산’에 접근함에 따라 신의 권능을 인정하면서도 복종할 수 없는 고뇌를 의식하여 그 모습, 처참하기 그지없게 된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에서 그들이 선악과의 열매를 따먹지 못하도록 금지되어 있는 것을 알고 사탄은 대단히 기뻐한다. 그러나 꿈으로 ‘이브’를 유혹하려다 실패한다.
신은 천사 ‘라파엘’을 보내 사탄의 반역과 지옥에 떨어진 사실을 고하고 유혹에 대한 경고를 발하도록 한다. 천사는 그 외의 천지창조와 천체의 행운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끝내 사탄의 계획이 성공하고 ‘이브’는 금단의 과실을 먹는다. 이를 안 아담은 차라리 함께 망하려고 그 뒤를 따른다. 그러자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고 그들은 자신이 나체임을 부끄럽게 여기며 정욕을 느끼고 불안과 고뇌에 휩싸인다. 사탄은 의기양양하여 지옥으로 돌아가고 신은 그리스도를 보내 두 삶을 심판한다.
사탄은 의기충천하여 성공한 경위를 ‘만마당’의 반역 천사들에게 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뱀으로 변해 영원한 저주 속에 빠진다.
한편, 아담은 천사 ‘미카엘’에게서 ‘노아의 홍수’에 관한 것, 구세주의 탄생, 죽음, 부활에 관한 것을 듣고 이브와 함께 섭리를 믿으면서 낙원을 떠난다.
유명한 <신곡>을 구교를 대표하는 시라면, 신교를 대표하는 시로 「실낙원(失樂園: Paradise Lost)」이 있다. 교황 그레고리 1세의 명령으로 캔터베리의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서기 597년 영국에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한 이후부터 성경에서 소재를 얻은 종교시가 많이 나오게 되었다. 종교서는 오늘날까지 세계문학사상에서 뚜렷한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오래되기는 이탈리아 시인 단테의 <신곡)>이 있다.
「실낙원」의 작자 밀턴이 인류의 타락에서 구원을 가르침에 반하여, 단테는 자기의 해탈을 노래한 데 구성과 시적 이미지의 차이가 있다. 밀턴은 또한 영문학사에서 셰익스피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인이다. 셰익스피어가 인간과 인간의 문제를 주로 다룬 데 반하여 밀턴은 인간과 신과의 관계를 중심 테마로 했다.
밀턴은 1608년 9월 8일 런던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하고 이탈리아를 비롯해서 여러 도시로 여행을 해서 견문을 넓혔다. 한편, 고전을 연구해서 후일 시인으로 대성할 바탕을 마련했다. 1640년 영국에 돌아오자 왕정과 대립된 의회를 지지하는 운동을 문서를 통해 치열하게 전개하였다.
그는 교회파에 대항하여 비국교도를, 군주정체에 대항하여 공화정체를 강력히 옹호했다. 이때 그가 쓴 문서는 지금도 많은 교훈을 준다. 특히 언론자유를 부르짖은 <아레오파지티카>는 당시 모든 출판물은 물론 엄격한 검열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이것을 공격한 글로서, ‘나에게 다른 모든 자유보다도 자유로이 공부하고, 자유로이 발표하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자유로이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외쳤다. 동시에, 언론을 탄압하는 것은 정부의 부패를 가리게 되어 더욱 부패를 조장하는 행위가 된다고 즈장했다. 이렇게 위정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말은, 언론자유를 논구하는 고전일 뿐 아니라, 산문 문장으로서도 획기적인 것이었다.
밀턴은 자기가 지지하는 크롬웰공화국의 서기로 초빙되어 너무 지나치게 일을 했기 때문에 귀중한 눈을 상하게 되어 실명하였다. 후일 그는 친구에게, 자기는 자유를 위한 전쟁에서 눈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뒤에 여러 번 거듭되는 정치적인 혁명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 1663년 세 번째 결혼을 한 다음 집에서 조용히 시(詩)에 몰두했다.
「실낙원」은 그보다 앞서 1658년에 쓰기 시작했고, 그 구상은 1639년부터였다. 1667년에 처음 10권이 출판되기까지 감옥 속에서도 시상(詩想)을 놓치지 않았다. 이 「실낙원」은 구상으로부터 30년, 쓰기 시작해서 1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치게 것이다. 그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으로서 남, 즉 여식(女息)들에게 필기시켜서 완성되었다는 데 특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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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당시의 타락한 양심과 부패한 종교계에 대한 경종과 구원의 목소리이다. 작가 개인적인 면에서는 결혼에 실패하고 실명한 상태에서 이상을 향해 현실과 싸워나간 생활 고백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다.
「실낙원」의 모럴은 작자 자신이 말하듯,
‘영원한 섭리를 말하고 신의 인간에 대한 도리가 옳은 것임을 밝히려는 것’에 있으며, 그 모럴이 시종 명확히 의식되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사탄의 강렬한 성격에 작자의 자아 투영을 볼 수도 있을 것이나, 그것 때문에 전체의 구상이 왜곡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 작품은 ‘웅장한 구상, 장엄한 문체, 심각한 종교적 통찰에 있어 전무후무’하다는 평을 듣는다.
「실낙원」의 주요 인물이 지옥에 떨어져도 굴복하지 않고 신을 향한 복수의 투쟁을 벌이는 사탄인가, 아니면 그의 유혹에 빠져 죄를 짓고 낙원에서 쫓겨난 아담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담과 이브의 신에 대한 불복종과 이에 대한 신의 정당한 처벌을 노래하면서도 역경 속에서 재기를 바라던 시인의 마음이 스며들어서 사탄의 복수심과 행동이 영웅적인 필치로 그려져 있다. 사탄의 이러한 영웅적 모습은 블레이크와 바이런 같은 낭만파 시인들에 의해 찬양되어져 왔다.
여기 그려진 가장 중요한 성격은, 악의 화신인 사탄으로서의 그의 패배를 그리는 데 있다. 신앙의 회복을 노래한 <복락원>(1671)이 있으나 여기에 따르지 못한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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