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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숙향전』

by 언덕에서 2018. 5. 23.

 

고대소설 『숙향전』

 

 

 

  

『숙향전』은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 염정소설로 <숙향전><요조슉향젼><이화정기><이화정우기><이화정기적><이화정기우기> 등 여러 이름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한문본이다. 국문본ㆍ한문본 및 목판본ㆍ필사본ㆍ활자본이 모두 전한다. 한문본과 국문본의 두 가지가 있으나, 한문본이 원작인 듯하다.

 판각본에는 경판 3책본과 2책본이 있다. 3책본은 하권만 30장인 것, 중권이 22장이고 하권이 23장인 것이 있으며, 2책본은 상권이 23장이고, 하권이 20장이다. 필사본에는 여러 이본이 있고, 활자본은 1914년에 덕흥서림에서 간행한 이래 모두 네 차례 나왔다. <이화정기><이화정기우기><이화정기적>은 모두 한문본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다. 1754년(영조 30년)에 이루어진 <만화본춘향가>에 이 작품이 언급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그 이전에 창작되어서 당시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작품들에서 남녀 주인공 이선과 숙향의 행적이 고사처럼 인용되기도 했다.

 일찍이 조수삼은 <추재기이>에서 전기수가 낭독한 작품으로 제일 먼저 이 작품을 들었다. 이옥의 <이언> ‘아조편’에 규방의 부녀자가 이 책을 읽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조수삼의 <추재집> 권7에 전기수가 동문 밖에서 읽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상하층에 걸쳐 두루 애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천계에서 속세로 내려온 숙향과 이선이 결혼하기까지의 파란 많은 역정을 그린 도선적 애정소설이다. 주인공인 숙향과 이선의 행적이 다른 고대소설 작품에 흔히 인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른 시기에 출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송나라 때 김전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어부들에게 잡혀 죽게 된 거북을 사서 놓아준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홍수에 휩쓸러 가다가 그 거북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김전과 부인 장 씨는 늦도록 자식이 없다가 명산대찰에 기도하고서야 딸 숙향을 얻는다. 숙향이 세 살 때 도적의 난이 일어나서 피난을 가게 되었는데, 김전부부는 피난길에 숙향을 잃어버린다. 부모를 잃은 숙향은 사슴의 도움으로 장승상집에 이르게 된다. 장승상이 숙향을 신임하여 양녀로 삼고 가사를 다 맡기니 시비 사향이 숙향을 시샘하여 흉계를 꾸민다.

  숙향은 도둑 누명을 쓰고 쫓겨나 물에 빠져 죽으려 하였는데, 용녀가 구출한다. 하루는 숙향이 불에 타서 죽게 되었는데 다시 화덕진군에 의해 구출된다. 배가 고파 죽게 되었을 때는 톈타이 산 마고할미가 구출해 주어서 같이 살게 된다.

  어느 날 숙향은 자신이 선녀가 되어 천상에서 노는 꿈을 꾸고 그 광경을 수로 놓는다. 할미가 숙향이 수놓은 것을 저자에 내다 파니 수를 산 장사꾼은 낙양의 이선이 천하 문장가라는 말을 듣고 찾아가 수에 시를 써달라고 한다. 이선이 수를 보고 크게 놀라 할미를 찾아가 천상배필인 숙향과 가연을 맺는다.

  이상서가 이 사실을 알고 낙양원 김전으로 하여금 숙향을 가두게 한다. 김전이 딸인 줄도 모르고 매를 치게 하니 형리의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숙향을 벌하려 하지만 할미가 신이한 술법으로 숙향을 구한다. 숙향을 죽이기로 결정한 날 장 씨는 숙향의 꿈을 꾸고는 죄수의 신원을 물어보았는데 자신의 딸과 비슷했다. 김전이 차마 죽이지 못하니 이상서가 김전을 전출시키고 다른 태수를 부임시킨다. 이선의 숙모가 이 사실을 알고 이상서에게 전말을 알린다.

  할미가 세상을 떠난 후 숙향은 불량배의 핍박을 겨우 모면하고 자살하려고 하며 크게 통곡한다. 이상서 부부가 그 소리를 듣고 숙향을 데려와 그 비범함을 알아본다. 이선이 장원급제한 후 이선과 숙향 두 사람은 화목하게 지낸다. 이선은 황태후를 위해 봉래산에 선약을 구해 온 이후 초왕이 된다. 이선은 숙향과 여러 부인을 거느리고 부귀를 누리다가 마침내 선계로 돌아간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연애소설 『숙향전』은 복잡하면서도 이채로운 성격을 보인다. 여자주인공 숙향이 고귀한 혈통으로 태어나 어려서 고아가 되고 구출자를 만나 양육되었다가 다시 찾아오는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는 과정은 여성 영웅소설이 갖는 특징이다. 이 작품은 영웅의 일생을 통해 특히 여성의 수난과정을 드러낸다.

 천상의 월궁선녀와 태을성이 서로 희롱하는 죄를 짓고 각각 숙향과 이선으로 인간 세상에 내려온다. 인간세상에서 숙향과 이선은 갖은 고난을 겪은 끝에 마침내 사랑을 성취하고 행복을 누리다가 다시 천상으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적강1소설(謫降小說)로서의 『숙향전』은 사건 전개에 있어서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애정은 천상에서 이미 예정된 듯하다. 여자주인공이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애정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소설이 여성의 관심사를 다루면서 애정 성취의 욕구를 중요시하게 되는 고대소설과 관련 깊다. 당시 조선시대 후기의 여성 독자층의 요구나 의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그러한 성향의 소설이 성행하게 하는 데 이 작품이 큰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다.

 한편, 김전이 거북의 보은을 받고, 물 속의 신이한 존재나 사슴, 화덕진군, 마고할미 등이 위기 해결에 계속 도움을 주는 구실을 하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도교적 성격을 가진다. 여성 수난의 상황을 깊이 의식하지만 그 이유와 해결책은 관념적이거나 초월적인 각도에서 찾으려고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숙향의 삶을 위주로 사건이 전개되고 애정의 문제와 여성수난의 상황이 마련되어 있어 여성독자층의 기호에 부합한다. 논자에 따라서는 숙향의 삶을 당대 사회가 만들어낸 대다수 하층민들의 고난에 찬 삶에 대응되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서양의 경우, 연애 소설의 기원은 흔히 중세의 로망스에서 찾아진다. 그리고 서양의 이야기 문학사에서 연애 소설이 싹트고 발전해온 데에는 여성 숭배 사상이라는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천하면서 연애담은 소설의 중심 줄기로부터 밀려나기 시작하며 20세기의 본격소설에 이르러서는 연애담은 거의 사라졌다. 다만 남녀간의 애정의 양상은 대중의 불건전한 성향과 영합하는 통속소설 속에 난잡하고 타락한 모습으로 담겨지고 있다.

 중국이나 한국의 고대 애정소설의 경우도 서양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의 고전문학 역시 나름대로 세계화의 물결에 함께 한 것이 틀림없다.

 

 

 

 

 

  1. 신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오거나 사람으로 태어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