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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허생전(許生傳)』

by 언덕에서 2018. 4. 25.

 

 

고대소설『허생전(許生傳)

 

 

 

 

 

 

조선 후기 실학자ㆍ소설가인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단편 한문소설로 제작 연대가 분명하지 않으며, 작자의 <열하일기>10<옥갑야화>에 실려 있다. 원래는 제명이 없이 수록되었으나, 후대에 허생전』이라는 이름이 임의로 붙여졌다. 박영철본 <열하일기><옥갑야화>에 수록되어 있으며, 판본에 따라 <진덕재야화>에 들어 있기도 하다.

 『허생전』은 작자의 <호질>, <양반전>과 아울러 박지원의 소설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소설의 주인공 허생의 상행위를 묘사하는 가운데 부국이민의 경제사상과 건전한 인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춘원 이광수『허생전』이 나오면서 더욱 많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양재연이 국역한 것 등이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315의 이본이 있다.

 내용은 작자 자신의 말이 아니라, 소설에 나오는 변승업의 할아버지인 윤영에게서 들은 변승업의 치부 유래를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옥갑야화>가운데에 삽입되어 당시 육의전과 같은 도고상 같은 행위를 비난하고 집권층의 무능을 풍자하고, 하는 일 없는 유생 노릇을 할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하여 재산을 늘려야 한다는 사상을 고취한 작품이다.  

 

▲ &nbsp;물건이 동이 나거나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필요 이상으로 사 두는 일을 사재기라고 한다. 사진 출처 : 조선일보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허생은 서울 남산골에 사는 가난한 선비였다. 그는 날마다 독서만 할 뿐 살림에는 무관심하였다. 아내의 바느질품팔이로 겨우 연명해 가는 형편이었다하루는 그의 아내가 남들은 23년만 책을 읽고도 과거에 급제하여 출세하고 잘 사는데, 당신은 평생 책만 읽고 있으니, 어떻게 살아갈 셈이냐고 불평하였다.

 허생은 읽던 책을 덮고 표연히 집을 나선다. 허생은 장안에서 제일가는 부자인 변 부자를 찾아가 돈 만 냥을 빌린다. 그 길로 안성 시장으로 가 장사를 하여 10만 냥을 번다. 그는 그 돈으로 농기구ㆍ옷감 등을 사서 제주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이것을 팔고 다시 말총을 사서 10배의 이익을 보고 판다. 허생은 사공에게 물어 무인도를 찾아간다이때 마침 변산 땅에 도둑이 창궐하였는데, 허생이 이들을 달래 무인도로 데리고 가 섬에서 3년을 보낸다. 이 무렵 일본 장기(長岐)에는 흉년이 들어 허생은 먹고 남은 양곡을 팔아 은 백만 냥을 벌어 돌아온다.

 그 뒤 허생은 섬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은 50만 냥을 가지고 육지로 돌아와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10만 냥을 변 씨에게 되돌려 준다. 변 씨는 그 돈을 다 받지 않으려 하였으나, 허생의 태도가 완강하여 이기지 못하고 받았다. 그 뒤로는 허생의 생활비를 대면서 지기가 되어 수년의 세월을 보낸다.

 변 씨는 당시 어영대장이던 이완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이완이 변 씨에게서 허생의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허생을 찾아가 나랏일을 도와달라고 청한다. 허생은 시사삼난(時事三難)의 해결책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한다. 그 이튿날 이완이 변 씨와 다시 찾아갔을 때는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아주 가난한 선비가 뛰어난 머리로 떼돈을 버는 색다른 이야기, 그 돈으로 도둑의 무리를 외딴 섬으로 몰아낸 기발한 이야기가 시대 풍자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생김새는 보잘것없지만 익살과 재치, 번뜩이는 지혜와 꾀로 한 시대를 날카롭게 꼬집는 그의 일생이 큰 감동을 준다. 선비에서 상인으로, 상인에서 가난한 선비로, 다시 되돌아가는 허생의 삶을 통해 옛 조상들의 생활에 비친 정치, 경제, 사회와 역사의 미모저모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당신은 나를 장사꾼으로 보는가?”
 허생의 이 한마디는 큰 충격을 전해준다. 허생이 단순히 장사를 통해 큰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면, 양반의 도리를 저버린 잔꾀 많은 장사꾼으로 남았을 것이다. 박지원은 허생을 통해 허례의식에 가득 찬 양반의 모습에 일침을 가한다.

 『허생전』을 보면 조선의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다. 돈이 없어 결혼도 못 하고 도둑질로 생계를 연명하던 도둑들, 그들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화폐의 흐름은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고, 이들을 관리해야 할 지배계층은 자신들의 배만 채우기에 급급한다. 정작 돌봐야 할 것은 무관심하고 겉치레와 위선만으로 뭉쳐 있는 그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 허생의 상행위를 통하여 부국이민의 경제 사상과 건전한 인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독립된 작품으로 지은 것이 아니고, 허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른 여러 사람의 이야기 끝에 붙여 놓은 형식을 취했다.

 이 소설은 전체적인 스토리가 매우 엽기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 서술은 대단히 사실적이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실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이 작품에 대해서 연암의 제자 박제가는 형태적ㆍ사상적인 면에서 중국 사마천의 <화식열전>과 광성 두광정의 <규염객전>에서 영향받은 점이 많음을 밝히고또 그 문장의 수더분함과 슬프고 분한 것이 압록강 동쪽에서 손꼽히는 문장임을 극찬하였다.

 그 수법에 있어서 사실주의적으로 일관된 이 작품은 전편에 걸쳐 대체로 다음과 같은 사상을 고취하고 있다즉, 상업경제사상의 고취, 이상국가의 건설, 북벌파의 배격, 사대부 관념의 타기, 중국에 대한 통상과 유학, 치발(薙髮)ㆍ호복(胡服)의 강조 등 실학사상의 극치를 보여준 점에서 이 작품이 지니는 문학사적ㆍ사상사적 의의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