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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해당향(海棠香)』

by 언덕에서 2018. 3. 29.

 

 

고대소설『해당향(海棠香)』

 

작자창작 연대 미상의 필사본 고전소설로 3권 3책으로 구성된 국문 필사본이 있다. 한 남성과 여섯 여성의 결연 과정을 제재로 삼은 작품이다. 제목의 '해당향(海棠香)'은 주인공 여성의 이름이다.

『해당향(海棠香)』의 정확한 저술 시기와 작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조선 후기 한문 소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18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조선 후기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와 연관된 내용 및 그 당시 여성 문제를 다룬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창작 시기는 정조~순조 연간으로 좁혀 볼 수 있다.

『해당향』의 작가로는 특정 인물이 거론되지 않았으나, 이 시기의 작품 경향을 볼 때 두 가지 가설이 제기된다. 조선 후기의 많은 고전소설은 익명으로 전해졌고, 작가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해당향』처럼 여성 주인공의 자주적 삶을 다룬 작품은 당시의 유교적 사회 체계와 충돌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필명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작품은 필사본을 통해 여러 번 전해졌고, 작가 미상의 고전소설이 많았던 당대 상황과 맞물리면서 익명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조선 후기에는 양반 계층이 학문적 교양을 바탕으로 소설 창작에 참여한 경우가 있었다. 그들은 대체로 사회 비판적 시각을 담거나 유교적 윤리관을 투영하여 작품을 창작했는데, 이와 동시에 상상력을 가미한 한문 소설을 창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해당향의 서사를 통해 당시 여성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담은 만큼, 학문적 배경을 지닌 지식인이 작가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 시기에 비슷한 성격의 작품을 집필한 몇몇 문인이나 지식인이 간접적으로나마 해당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작품의 1 2권 끝에 필사기가 적혀 있어, 이 작품이 한문 원본으로부터 번역되었다는 사실과 광무 3(1899)에 참교 이사관집의 상노 운정쇠와 비 간란이에 의하여 필사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은 남주인공 유곤옥이 여섯 명의 여주인공과 파란만장한 인연을 맺는 것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정혼한 사이인 유곤옥과 화향념은 부친이 패전하자 이사를 하다가 각각 관처사와 마량에게 구출된다. 화소저는 창루(娼樓)에 넘어갈 위기를 남장으로 모면하고 유곤옥은 관처사와 선계(仙界)를 구경한다. 하산한 유곤옥이 기녀 유랑을 만난 후일 약속하고 진시랑과 낙양으로 간다. 여장하고 섭소저 대신 계거인의 후취로 들어간 유곤옥이 첫날밤에 계소저와 동침하니, 계소저는 남장하여 유곤옥을 찾아 나선다.

 화소저는 꿈에 부친으로부터 받은 보검과 전포로 오랑캐의 침입을 막는다. 유곤옥이 양소저와 혼약하고 과거에 급제한다.

 매방의 딸이 앓은 뒤 유곤옥과 인연이 있음을 주장하고, 그 증거로 내놓은 백벽이 유곤옥이 관처사로부터 받은 것과 같다. 화소저는 황제가 병부상서를 제수하자 여자임을 들어 반려하고 진국 부인에 책봉되어 유곤옥과 만난다. 유곤옥이 모친을 만나러 가는 길에 요광사에 머물다 악양왕의 혼령으로부터 받은 축귀검(逐鬼劍)으로 요괴를 죽였으나 요괴는 도망가고 여자의 시신만 남아 살인범으로 몰린다. 이때 도술을 익힌 유랑이 운유보살이라 하며 나타나 죽은 여자를 살려내고, 살아난 매소저는 유곤옥과 혼약한다.

 유곤옥이 모친과 돌아오는 길에 악양묘에서 도인으로 변한 유랑의 도움으로 요괴를 물리친다. 유곤옥이 강화사로서 오랑캐 왕과 만났다가 투옥되나 왕비와 공주의 진정으로 풀려나 공주와 혼약하고 부친을 모시고 귀국한다. 화소저의 부친도 투신하였다가 도사에게 구출되어 유곤옥과 만나 함께 돌아온다. 유곤옥은 화소저, 도중에 만난 남장 차림의 계소저, 천자가 사혼(賜婚)한 매소저, 그리고 유랑, 호공주, 양소저와 혼례를 올리고 부귀영화를 누린다.

 

 조선 후기 한문 소설 중 하나로, 아름다운 여성 주인공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모험을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여성의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주인공은 해당향이라는 여성으로, 작중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유곤옥의 여섯 소저 중 첫째 소저로 '화소저'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그녀는 뛰어난 재주와 아름다움을 지닌 인물이다여러 시련과 고난을 겪으며 신비로운 사건에 휘말리지만지혜와 용기를 발휘해 어려움을 극복한다.

 이야기는 해당향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진행되며기존의 여성적 틀을 벗어나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준다이를 통해 당시의 사회적 한계를 초월하려는 여성상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적 요소가 엿보인다.  또한 『해당향』은 전형적인 고전소설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상상력 넘치는 전개와 환상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독자들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남주인공 유곤옥의 입공(立功)과 결연을 그린 영웅소설 유형의 작품으로 내용은 남주인공이 여섯 명의 여주인공과 파란만장한 인연을 맺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여섯 여인과의 결연에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있고, 특히 색정적인 삽화가 여러 부분에 나온다. 요괴 출현의 삽화도 우리 고전소설의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남녀의 결연 과정을 서사 전개의 축으로 하여 군담(軍談)과 전기(傳奇), 가족의 이합 등이 소재로 차용되어 이루어졌다. 남주인공보다 여주인공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남장 또는 여장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특징을 가진다. 그런데 진서(眞書) 책에서 번역한다는 언급이 있는 점과 색정적 묘사가 지나친 점에 비추어 중국 청대의 통속소설을 번역한 작품이 아닌가 여기는 견해가 다수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