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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좌파와 우파의 분류기준은 무엇일까?

by 언덕에서 2012. 5. 31.

 

 

 

좌파와 우파의 분류기준은 무엇일까?  

 

 

 

 

 

 

 

좌와 우, 이념이란 무엇일까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친한 분이 제게 어느 쪽인지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제가 부산 사람이니 새00당 지지자일거라는 말을 한 분도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평소 저는 블로그를 통해 정치적인 견해를 잘 표현하지 않기에 많은 분들은 그 점이 궁금했겠지요. 제주 강정마을 문제도 그렇습니다. 공사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진영이 있는데, 누군가 제 생각을 물었습니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는 논리는 해군력이 약한 우리나라가 북한, 중국, 일본의 침략에 대비해 전략적 요충지인 제주에 군사기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고, 한 번 파괴하면 회복이 불능한 청정지역에 굳이 해군기지를 만들어야 하느냐 하는 반론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논리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그 속에는 이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는 경우에 따라 어느 부분의 논리가 더 타당하다는 비교우위적인 판단을 하지만 표현을 않고 있습니다.

 

 

 

 제 자신의 정치적인 개똥철학을 밝혀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헤겔이 말했듯이 역사는 정과 반 이후 합일의 변증법으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좌나 우, 둘 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다만 극좌나, 극우의 발호를 경계할 따름이지요. 구태여 표현한다면 정과 반이 반복되어 합의로 발전이 되는 변증법의 중용을 더 신봉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사회는 항상 좌파와 우파간의 논쟁으로 불이 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저 개인적인 인간관계는 주변의 좌파건, 우파건 상관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절친들도 박정희를 흠모하는 극우주의자에서부터 제헌의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극좌파까지 다양합니다(박정희는 원래 여순반란사건에 연루된 좌파였습니다). 분명한 것은 위의 그림처럼 한 쪽 날개만으로는 제대로 날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우려하고 걱정하는 부분은 단 한 가지입니다. 이데올로기를 가지되 ‘건전하고 상식 있는’ 좌파와 우파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 한 권 읽은 것으로, 또는 누구에게 들은 몇 마디의 사탕발린 이야기 때문에 무턱대고 나와 의견이 다르거나 반대편에 있다고 해서 무차별적인 비판과 비난을 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건 또 하나의 야만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지만 다르기 때문에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이 성숙한 인격체의 표현방식입니다.

 

 자유와 평등을 바라보는 관점이 좌와 우를 규정

 

 토마스 홉스로부터 죤 록크, 칸트, 헤겔에 이르는 철학자들이 품었던 인간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정치사상사적으로 볼 때는 자유라는 개념을 개인으로부터 출발시키느냐? 사회로부터 출발시키느냐? 하는 매우 단순한 명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유럽 근세사상의 가장 커다란 오류는 이러한 명제의 핵을 이루고 있는 명사들인 <자유, 개인, 사회> 등의 문제를 상호연결된 현실로 파악하지 않고 고립된 개념적 실체로서 관념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사이아 베를린은 적극적 자유(positive freedom)를 소극적으로 파악하고, 소극적 자유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자유라는 개념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와 그 자유를 향유하는 인간존재의 그릇된 관념적 규정에서 유래하는 이분적 대립에서 귀결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념적 오류는 현실정치사회의 비전을 너무 맹목적으로 단순화시켜버리는 오류를 낳습니다.

 원래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시작은 프랑스 혁명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시민혁명 이후 국민공회 의장을 기준으로 의장이 볼 때 오른쪽 자리에 지롱드당이, 왼쪽에 자코뱅당이 위치한 것으로 좌, 우가 갈라졌지요. 

 자유를 개인으로부터 출발시키는 모든 사상을 우리는 우파라고 부르지요. 그리고 자유를 사회로부터 출발시키는 모든 사상을 우리는 좌파라고 부릅니다. 또한 좌파계열의 관념 속에서의 개인을 주체(subjectivity)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결국 서구근대사상사는 인간(interject)을 개체(individual)와 주체(subject)로 인위적으로 분열시킨 대립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체는 자본주의라는 형태로 발전하여 갔고 주체는 공산주의라는 형태로 발전하여 간 것입니다. 개체는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발현된 듯이 보이고 주체는 북한에서 극단적으로 기이하고 비정상적인 형태로 발현된 듯이 보이네요.

 

 

 

 

 

 당시 온건주의와 부르주아적 성향의 지롱드당, 그리고 급진주의와 프롤레타리아 성향(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는 지금 사용하는 의미와 다소 차이가 있지요)의 자코벵당이 각각 우파와 좌파가 되었습니다. 이 일 이후 이 말들은 좌파는 급진적인 혁명 혹은 변화를 바라는 성향으로 표현되었고, 우파는 보수적이면서도 안정 유지라는 의미를 담다가 이후에는 국수적,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포함하게 되었지요. 진보와 보수란 말처럼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단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진보는 과거의 안정-고착을 깨부수는 의미가 강한 데서 주로 좌파의 성향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주장한 사회-공산주의도 혁명적이고 급진적인 의미에서 분명 좌파로 볼 수 있겠군요. 하지만 마르크시즘만이 좌파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불행한 현대사에서만이 좌파가 마르크시즘-공산주의와 동일화되었을 뿐인 것이지요(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충분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좌파와 우파의 구분에 있어서 노르베르트 보비오에 따르면 그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기준은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평등이라는 이상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느냐 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보비오의 의견에 따르자면 좌파는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고, 우파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흔히 사람들은 과격한 방식과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좌파고 우파는 온건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떤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에 따라 입장을 나누는 것에 불과하지요. 스탈린과 히틀러는 좌와 우를 대표했던 인물이지만 둘 다 과격의 극을 달린 인물이지요. 좌우 구별은 실현방법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닙니다. 평등은 이상(ideal)이고 가치(value)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평등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되 급진적으로 하려는 태도는 급진좌파라 할 수 있겠고, 평등의 실현은 불가능하고 적극적으로 막으려는 태도는 급진우파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즉 급진은 좌파건 우파건 가질 수 있는 태도일 뿐이라는 말이지요.

 

 

 

 

 그리고 평등과 평균을 혼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을 혼동하는 사람은 좌파를, 어떤 기준도 없이 만사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일 뿐입니다. 평등주의란 불평등한 사람을 좀 더 평등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지 모든 개인이 만사에서 평등한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은 평균주의일 따름입니다. 또한 평등주의는 개인의 차이를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만약 그 차이가 사회적, 제도적인 차별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으려고 합니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나는 자유롭다'는 말은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합니다. 그런데 '나는 평등하다'라는 말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평등은 이미 사회적 관계를 전제할 때에만 성립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평등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취급받아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때에만 떠오르는 주제인 것입니다. 평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 어떤 사람들 간에?,  무엇을?,  무엇을 기준으로?>라는 세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게 아직도 민감한 주제입니다. 힘깨나 쓴다는 사람도 이 개념들에 대한 '한국식 분류법'에 걸려들면 주눅이 들기 십상이지요. 그러니까 방대하고 다양한 내용으로 정치철학 박사논문을 쓸 분량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보비오는 "좌파와 우파라는 말은 당대의 사회가 작동하는 보편적인 방식을 알려주는 기본개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우리나라의 여당과 제1 야당은 좌파와 우파의 정치철학이 혼합된 이념적 잣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한국사회에서는 '제3의 길'보다는, 좌파가 뭐고 우파가 뭔지를 분명히 알아두는 게 먼저인 듯 합니다. 좌파는 평균주의가 아닌 평등주의라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근대에 들어오면서 의식이 깨인 지식인들은 사회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 중 마르크스 주의, 즉 사회주의가 가장 큰 흐름이었음은 부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 선언(1848) 이후 러시아혁명(1917)과 함께 70여 년간 시행된 레닌.스탈린식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적 내용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사회민주주의나 복지국가에 용해되어 있습니다. 좌파와 우파의 정책과 사상이 혼합되어 있는 것이지요.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주의는 아마도 영국.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가 아니었을까요? 그는 애초에 기술의 발전이 계급투쟁을 야기하고 그것이 상부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