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찍은 주말 풍경, 또 한 번 봄날은 갑니다
다시 봄꽃들이 난리입니다. 어제와 그제는 많이 더웠어요. 베란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벚꽃은 본격적으로 지는군요. 바야흐로 꽃이 흐드러지게 피지만 지는 꽃에는 관심도 없네요. 사람 마음 참 간사합니다. 며칠 전 어느 학교 담장에 핀 백목련은 시들어 초라함이 온통 가득했습니다. 화무십일홍이라지만 지는 꽃의 모습은 난감합니다.
그러나 어디 아픔 없는 탄생이 있겠습니까. 조선 선조 대의 명신 조호익(1514 ~ 1609)은 가는 봄을 애석해 하며 이렇게 읊조렸다고 합니다. 스스로 피었다 지는 꽃들에게서 노 선비의 회한이 묻어납니다.
雨春去春來更幾
春過殘紅半委廛
비 지나가 남은 꽃잎 반도 더 떨어지매
가는 봄 오는 봄을 몇 번이나 더 보려나
집근처 공원에서는 거제오광대 놀이가 공연 중입니다. 태평소 소리가 경쾌합니다.
오광대는 다섯 광대가 탈을 쓰고 춤추며, 대개 다섯마당으로 구성되어 있어 오광대(五廣大)라고 부른다지요. 경남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민속가면극으로 오광대의 모체는 산대도감극 계통이며, 원래 조선 중기에 합천 (陜川) 고을 초계(草溪) 밤마리[栗旨]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통영(統營) ·진주(晋州) ·창원(昌原) ·고성(固城) 등의 오광대가 있는데 거제오광대 놀이는 통영에서 까까운 거제로 퍼져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수영야유극이라는 행사를 하는 바람에 한복을 입고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오광대나 수영야유극의 내용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 탈놀이는 재담 ·춤 ·탈 ·의상(衣裳) ·반주음악 등에 이르기까지 향토색이 짙으며, 덧뵈기는 이 놀이 특유의 춤입니다. 특히 문둥탈의 병신춤과 사자춤은 이 가면극에서 가장 볼 만한 대목이지요.
공원 입구에는 노래를 썩 잘 부르는 청년 둘이서 불우이웃 돕기 자선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약 한 시간가량을 앉아서 감상했네요. 물론 작은 돈이지만 기부도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좋은 일 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그랬더니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신청해라고 합니다. 소리새가 부른 <5월의 편지>……. 아, 저희는 7080 노래 잘 안 부르는데……. 하며 열창합니다. 노래를 듣는데 바람이 불자, 지기 시작한 벚꽃이 꽃비가 되어 내리네요.
봄비 몇 번 스치고, 봄바람 몇 차례에 내년 봄을 기약하고 말았네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봄흥이 일었는데 말이지요. 저는 이런 시기가 가장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지나는 봄을 매번 그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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