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 1코스, 임랑해수욕장에서 일광해수욕장까지
제주도에는 올레길이 있듯이 부산에도 스토리를 담은 갈맷길이 있습니다. 총 9코스로 되어있는데요.
그 코스를 여러분께 간간히 짬을 내어 소개해볼까 합니다. 부산에는 해운대나 광안리해수욕장, 금정산성, 자갈치 시장 등 대외적으로 알려진 관광명소가 많습니다. 저는 부산시민들도 잘 모르는 숨은 명소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부산광역시는 관광객들을 위한 부산의 걷기 좋은 길, 갈맷길을 구석구석 안내하는 상세 지도를 제작하였는데요. 항공사진을 활용한 ‘갈맷길 700리 위성 상세 안내도’ 2만5천부를 제작, 지난 4월부터 시·구·군 안내데스크, 관광안내소, 주요 호텔 등에서 무료로 나줘 주고 있습니다. 부산시청 관광과의 모 공무원께서 고맙게도 제 블로그를 발견하고 메일로 주소를 확인하여 우편으로 송부해주었답니다. 이 지도는 갈맷길 700리를 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빠짐없이 담고 있는데요. 우선 항측도(항공사진)를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9개 코스 20개 구간에 이르는 갈맷길을 한 장으로 담아낸 전면도 뿐만 아니라 코스와 구간별 상세정보를 현장감 있게 수록한 세부도도 있습니다.
이 지도를 참고로 휴일 트레킹을 해봅니다. 당일은 이슬비가 간간히 뿌린 관계로 폭염을 느낄 수 없었구요. 죽마고우와 함께 한 트레킹이라 더더욱 즐거웠네요. 친구와 저는 마나님들의 업무관계로 휴일만 되면 홀아비가 되고야 마는 불쌍한 인간들입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울산광역시와 접경에 있는 기장군 장안읍 월내역에서 출발하여 장안읍 임랑해수욕장을 경유하여 일광면 일광해수욕장까지의 걸어보는 해안 갈맷길(약 10km) 입니다.
부산일보 문화담당 기자가 쓴 기사는 기차를 타고 이곳을 여행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부산광역시에 편입되기 전에는 외딴 어촌이었던 관계로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여 도보로 구석구석을 즐기자는 취지인데 일리가 있습니다.
기장군 월내역까지 보통 자가승용차나 버스로 이동하지만 기차 타고 떠나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부산 시내의 중심지인 서면의 부전역이나 해운대역에서 동해남부선 기차를 타고 월내역에서 내린 뒤 임랑해수욕장, 그리고 일광해수욕장까지 걷는 코스입니다. 친구와 저는 아침 일찍 부전역에서 만납니다.
부전역에서 완행열차를 탑승하고 출발합니다. 열차 시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열차종류 | 부전역 | 동래 | 해운대 | 송정 | 기장 | 좌천 | 월내 | 종점역 | 가격 |
새마을 | 08:40 | 08:58 | 09:13 | 동대구 | 4,800 원 | ||||
무궁화 | 09:05 | 09:14 | 09:25 | 09:39 | 09:49 | 강릉 | 2,600 원 | ||
09:20 | 09:30 | 09:40 | 09:48 | 09:57 | 10:10 | 동대구 | |||
09:53 | 10:02 | 10:13 | 10:20 | 10:27 | 10:36 | 10:41 | 포항 |
일단 부전역에서 열차를 타고 동래역 => 해운대역 => 송정역 => 기장역 => 좌천역 => 월내역 코스입니다.
해운대역부터는 기장역 사이에는 열차 내에서 감상하는 동해남부선 특유의 해안풍경이 유명합니다. 해안가에 철길이 있지요.
월내역에서 내립니다.
일단 월내역에서 임랑해수욕장까지 걸어봅니다. 그 사이에 월내 장터가 나타나는군요. 매월 2일과 7일이 장날입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트레킹 당일이 장날입니다. 월내 5일장의 특징은 아침 07:00경에 개장하여 12:00까지 반나절만 장을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안개비까지 내리는 터라 한산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임랑해수욕장 끝 좌광천 하구 풍경입니다. 월내역에서 임랑해수욕장까지의 거리는 2.6㎞ 정도되는데, 길이 험하지 않고 호젓한 분위기가 운치 있어 걷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시골집 담벼락에는 백합이 만발했군요.
임랑해수욕장 전경입니다. 윗 사진 정중앙, 멀리 보이는 건물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리 원자력 발전소이군요.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임랑리 해변에 있는 임랑해수욕장은 예부터 월내해수욕장과 함께 임을랑포라 불리었습니다. 임을랑포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주된 성책이 있는 갯가라는 뜻이며, 임을랑을 한자로는 임책(任柵)이라 하였다지요. 이 곳의 월출경(月出景)은 차성팔경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사장 주변엔 노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7월 7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장하며, 최대 5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괴테에 정통한 독문학자 제 친구 Dr. Lee는 요즘 연시(戀詩)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한 수 조언을 합니다. "자고로 연시(戀詩)는 유치찬란해야 한다네!"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우리의 정서에 단비와도 같은 그 무엇이지요.
임랑해수욕장에는 가수 정훈희- 김태화 부부가 운영하는 <꽃밭에서>라는 카페가 유명합니다. 국보(國寶)급의 미성(美聲)과 우아한 창법... 저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정훈희씨 팬입니다. 애초 계획엔 <꽃밭에서>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하는 그림이었는데 내부 수리 중입니다. 아쉽네요. ㅠㅠ
약 십 몇 년 전에 부산의 하단 포구 횟집에서 정훈희씨를 본 적이 있었더랬습니다. 당시가 IMF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요. 너무 평범하다 못해 다소 허름하게까지 보이는 '초장집(활어를 밖에서 사서 들어가면 회를 만들어 초고추장과 야채, 술 등속을 제공하는 식당) '에서 였지요. 당시 어려운 경제상황에 회식경비 겨우 조달해서 부하 직원들과 부서 회식을 하는데 제가 앉은 바로 맞은 편 자리에 정훈희씨가 앉아 있는 겁니다. 너무나 화사한 모습이어서 거의 정신을 잃을 뻔... ㅎㅎ
그때 싸인을 한 장 받아야 하는건데 부하 직원들이 워낙 많았던 관계로 체통을 지키느라 받지 못했더랬습니다. 아아, 오늘도 싸인을 받지 못하는군요. ^^;;
임랑해수욕장에서 바닷바람을 몸으로 받으며 해변을 계속 걸어봅니다. 해운대 해변, 이기대공원이나 암남공원 해안산책로와는 또 다른 멋이 느껴집니다. 한적한 분위기에서 사색하기 좋았군요.
해안길을 걷는데 해변에 즐비한 민박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민박을 권유합니다. 민박 가격이 궁금해졌습니다.
"얼만데?"
"원래 5만원인데 4만원으로 해드릴깨요. 히히~~~ "
음, 이곳의 적정 민박가는 4만원이겠군요.
계속 걷습니다. 소금끼가 느끼지는 깨끗한 바닷바람은 청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안내 푯말도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해안길을 따라 쭈~욱 걷다보니 해안산책로가 아름다운 '일광해수욕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일광해수욕장은 고려말 정몽주·이색· 이숭인이 유람하였다는 삼성대(三聖臺)가 백사장 가운데 솟아 있고 왼쪽에는 강송정이 있습니다. 일광해수욕장의 해안선을 따라 수백 년이 된 노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고 전하지만 현재는 남아있지 않군요. 해안선의 오른쪽 끝에 있는 학리마을에는 노송림에서 살아가는 학에서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일광해수욕장의 수심은 얕고 해안선이 강송정에서 학리 어구까지 원을 이루며 펼쳐져 있어 해변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휴양지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 민박과 야영 등 숙박과 편의시설이 그런대로 갖추어져 있습니다. 해안에서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고 인근 칠암에서는 어항이 있어 생선 횟집이 늘어서 있구요. 매년 8월 1일부터 4일간 수상무대에서 갯마을마당극 축제가 열립니다.
일광해수욕장은 1965년 오영수의 소설을 영화화한 김수용 감독의 《갯마을》을 촬영한 곳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소설가 오영수님를 모르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군요. 한국 화단에 획을 그은 민중판화가 오윤의 아버지가 오영수님이지요.
옛부터 동해남부선이 일광 역을 지나며, 1995년에는 부산광역시에 편입되면서 도로가 포장되어 교통이 편리해졌습니다. 주변에 국수당· 남산봉수대·기장향교·죽성리성·황학대 등 관광지가 많지요.
일광해수욕장에서 담소하며 즐겁게 걷다가 188번 버스를 타고 다시 임랑해수욕장으로 돌아갑니다(소요 시간 약 30분).
다시 임랑해수욕장입니다.
분명 어디선가에서 많이 본 듯한 낮 익은 골목 풍경... 어디에서 봤을까요?
홍상수씨가 감독하고 김상경, 추상미, 예지원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주인공 경수(김상경)가 선영(추상미)을 찾으러 갔을 때 나타났던 그 골목과 같은 분위기입니다.
오전에 보았던 바다의 모습과 오후의 그것은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임랑해수욕장에서 2.6km를 걸어서 다시 월내리로 돌아옵니다.
월내역... 시골스러운 역전 풍경입니다.
월내역에 다시 도착합니다.
시골역은 조용합니다. 부전역으로 돌아가는 열차 시간이 40분 이상 남은 관계로 역 대합실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아무도 없는 대합실 자판기에서 차를 한 잔씩 뽑아 마시니 특급 호텔커피샵보다 편안한 느낌입니다.
플렛폼에서는 참새같은 꼬마들이 떠들고 있었구요.
시골역 역무원은 플렛폼 옆에 나팔꽃과 국화 화분을 잔뜩 배열해 두었네요. 바다가 있는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행복감을 또다시 느껴보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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