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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허생전(許生傳)』

by 언덕에서 2012. 6. 13.

 

고대소설허생전(許生傳)

 

 

 

 

 

 

 

조선 후기의 실학자ㆍ소설가인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단편 한문소설로 제작 연대가 분명하지 않으며, 작자의 <열하일기> 권10의 <옥갑야화>에 실려 있다. 원래는 제명이 없이 수록되었으나, 후대에 『허생전』이라는 이름이 임의로 붙여졌다. 박영철본 <열하일기><옥갑야화>에 수록되어 있으며, 판본에 따라 <진덕재야화>에 들어 있기도 하다.

『허생전』은 작자의 <호질><양반전>과 아울러 박지원의 소설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허생의 상행위를 묘사하는 가운데 부국이민(富國利民)의 경제사상과 건전한 인본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대에 이르러 이광수의 『허생전』이 나오면서 더욱 많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양재연이 국역(國譯)한 것 등이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3류(類)ㆍ15종(種)의 이본(異本)이 있다.

 내용은 작자 자신의 말이 아니라, 소설에 나오는 변승업의 할아버지인 윤영에게서 들은 변승업의 치부 유래를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옥갑야화> 가운데에 삽입되어 당시 육의전과 같은 도고상 같은 행위를 비난하고 집권층의 무능을 풍자하고, 무위(無爲)의 유생 노릇을 할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하여 재리(財利)를 늘려야 한다는 사상을 고취한 작품이다.

 

연암 박지원(1737∼1805)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허생은 남산아래 묵적골의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집에 살고 있었다. 그는 독서를 좋아하였으나 몹시 가난하여 아내가 삯바느질을 하여 살림을 꾸려 나갔다. 굶주리다 못한 아내가 푸념을 하며 과거도 보지 않으면서 책은 무엇 때문에 읽으며 장사 밑천이 없으면 도둑질이라도 하라고 대든다.

 허생은 책을 덮고 탄식하며 문을 나선다. 한양에서 제일 부자라는 변씨를 찾아가 만 냥을 꾸어 안성에 내려가 과일 장사를 시작하여 폭리를 얻고, 제주도에 들어가 말총장사를 하여 많은 돈을 번다.

 그 뒤, 어느 사공의 안내를 받아 무인도 하나를 얻어 변산에 숨어 있는 도둑들을 설득하여 각기 소 한 필과 여자 한 사람씩 데려오게 하고 그들과 무인도에 들어가 농사를 짓는다. 삼 년 동안 거두어들인 농산물을 흉년이 든 일본에 팔아 백만금을 얻게 된다. 그는 섬사람을 모아 놓고 이 섬은 땅이 작은 데다 자신 또한 덕이 부족함으로 이 섬을 떠난다고 하고, 외부로 통행할 배를 불태우고 50만금은 바다에 던져 버린 뒤 글 아는 사람을 가려 함께 본토로 돌아와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고 남은 돈 10만금을 변씨에게 갚는다.

 허생은 집을 떠날 때의 모습 그대로 남산 아래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그는 변씨가 돈을 돌려주려고 하여도 받지 않으며 호구 할 정도의 식량만 받고, 술을 가져가면 즐겨 마시면서 변씨에게 돈을 번 까닭을 이야기한다.

 변씨로부터 허생의 이야기를 들은 이완 대장이 변씨를 데리고 허생을 찾는다. 허생은 이완에게 와룡선생을 천거하고, 종실의 딸들을 명나라 후손에게 시집보내고, 강남을 정탐하고 국치를 설욕할 계책을 세우겠냐는 물음에 이완이 모두 어렵다고 하자 화가 난 허생은 칼을 찌르려 하자 이완은 피하여 달아났다. 이튿날 다시 그를 찾아갔으나 이미 자취를 감추고 집은 비어 있었다.

 

 

 

『허생전』은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한 한문으로 된 풍자소설이다. 주제면에서 볼 때 위정자의 무능력과 양반 사대부들의 위선적ㆍ형식적 생활을 풍자하여 몰락해 가는 상류계급의 진로를 제시하고, 우리 민족의 자각의식을 고취하기 위하여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작자는 주인공과 이완의 문답을 통하여 현실문제와 장래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요약해 보면, 조정에 들어가서 권세와 횡포를 부리고 있는 권신훈척들을 축출할 것, 국내의 수재들을 뽑아서 청나라에 유학시켜 선진문명을 받아들일 것, 중국과의 무역을 장려해서 부국의 방책을 강구할 것, 남방 오랑캐들의 습속인 상투와 문약의 상징인 광수백의(廣袖白衣)를 폐지할 것 등이다.

 

 

 그리고 허생이 유학자로서 서민과 같이 장사를 하는 것은,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현실의 핍박한 생활과는 동떨어진 공리공론만 일삼으며, 무위도식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200여 년 전사농공상의 서열이 엄연한 유교 이데올로기 사회에서 외국 유학외국 무역단발여행(斷髮勵行), 백의 폐지(白衣廢止등을 주장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하여 연암은 위대한 민족의 선각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을 통하여 그의 실학사상을 잘 표현해 놓았으며, 문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작품을 남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