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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하나님은 북조선에는 안계시단 말입니까? "Crossing"

by 언덕에서 2015. 6. 25.

 

 

 

 

하나님은 북조선에는 안계시단 말입니까? "Crossing"

 

 

 

 

 

 

 지난 휴일 종편방송에서 <CRY WITH US>라는 공연을 보다가, 공연을 기획한 영화배우 차인표씨가 <크로싱>이라는 영화에 출연하면서 탈북자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크로싱>이란 영화의 내용이 궁금해서 IPTV를 통해서 해당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오늘은 흡사 다큐멘터리 같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CRY WITH US 공연에서 가수 박상민이 부른 '해바라기'를 듣고 눈물이 났다. 사선을 넘어 왔건만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을 둔 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다큐멘터리’의 사전적 정의는 극단적인 허구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전개에 따라 구성된, 기사 소설 영화 방송 프로 등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김태균이 만든 영화 <크로싱>은 픽션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로 봐도 좋을 것이다. 이 영화는 2002년 탈북자의 베이징주재 스페인 대사관 진입사건 등 실화를 모태로 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크로싱>이 마치 허구처럼 느껴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현존하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스타 배우’ 차인표가 출연한다거나, 신인인 아역 신명철이 연기를 퍽 잘 한다는 말은 굳이 입을 열어 말할 필요가 없다. 바로 눈앞에 보이지는 않아서 우리의 뇌 구조에 자리 잡지 못했지만, 이런 이들이 바로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영화는 조감독이 실제 탈북자이며 동네 아주머니, 현지인 브로커 등의 출연자도 탈북자라 더욱 리얼리티가 살아난다. 무엇보다 한국 중국 몽골을 오가며 총 8,000km로 이어진 탈북 경로는, 백 마디 말보다 더한 절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007년, 북한 함경도 탄광마을의 세 가족 아버지 용수, 어머니 용화 그리고 열한 살 아들 준이는 넉넉하지 못한 삶이지만 함께 있어 행복하다. 어느 날, 엄마가 쓰러지고 폐결핵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간단한 감기약조차 구할 수 없는 북한의 형편 때문에 아버지 용수는 중국행을 결심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 끝에 중국에 도착한 용수는 벌목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지만, 불법 현장이 발각되면서 모든 돈을 잃고 중국공안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한의 매체에 간단한 인터뷰만 해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아무것도 모른 채 용수는 인터뷰에 응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족과 완전히 헤어지는 길이 될 줄은 모른다. 한편 용수가 떠난 뒤 두 달이 지나자 용화의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되고, 마침내 용화는 세상을 떠난다. 이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열한 살 준이는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용수는 본의 아니게 한국에 도착해서 정착금, 막노동 등으로 힘들게 모은 돈으로 북한의 가족들의 생존을 수소문한다. 용수는 브로커를 통해 그가 떠난 후 아내가 병으로 죽고 준이가 꽃제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용수가 준이의 행방을 알게 된 후, 헤어졌던 준이와 용수의 불가능해 보였던 만남이 시도된다. 하지만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안타까운 엇갈림으로 이어진다. 브로커의 도움으로 준이는 두만강을 넘어 몽골국경에 도착하여 아버지를 찾지만 몽골에서 여권을 분실한 용수는 주몽골대사관에서 발만 동동거린다. 몽골대사관에서 용수가 발이 묶인 사이 넓디넓은 중국과 몽골 사이 국경의 사막에서 아버지를 찾던 준이는 사체로 발견된다. 얼마 후 아들의 시신을 찾은 아버지는 미친 듯 오열한다(이 장면, 차인표의 연기는 자식을 가진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통곡하게 만든다). 용수는 몽골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하지만 죽은 아들 준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여기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가족 멜로 영화의 슬픔은 사실 너무 뻔하다.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고, 그들의 길은 엇갈렸으며, 타국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그들은 나약한 개인이기에 재회를 위한 어떤 수단도 동원할 수가 없다. 용수와 준이는 너무 착한 사람들이다. <크로싱>은 개인들의 비극을 야기한 사회에 대해 고찰하지 않고 그것을 건드리지 않지만, 무기력한 한탄 대신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몸부림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몽골의 고비사막과 초원, 중국 요령성의 옥수수밭 등을 스크린에 담은 <크로싱>은 때때로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풍광과 그에 걸맞은 음악으로 서정성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준이와 미선(주다영)이 노을 하늘 아래 자전거로 갈대숲을 가르는 장면은 줄거리 진행상 가장 어색한 대목이지만 가장 곱고 예쁜 순간이기도 하다. 준이가 굴다리 아래에서 비를 맞으며 돌을 공삼아 축구놀이 하는 장면도 그렇다. 빗물처럼 흐르는 첼로 이중주의 선율이 오래도록 마음 아프게 기억에 남았다.

 

 

 다시 <CRY WITH US>라는 공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보수언론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진보언론들은 애써 축소했다. 영화 <크로싱>은 어쩌면 많은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다가갈 지도 모르겠다. '탈북자'와 '북한 현실'은 진보로 자처하는 여론의 주도층에게는 껄끄러운 단어이기 때문이다. 사실, ‘진보’라는 용어의 철학적. 역사적 가치를 감안할 때 진보주의자로 자부하는 이들과 정당들이 탈북자 및 북한 내의 인권문제에 애써 침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과 화합과 협력을 해야 한반도에 평화가 완착된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아킬레스건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의식했기 때문에 이 영화 <크로싱>은 과장됨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충실하여 만든 것으로 보인다.

 

 

<KBS 뉴스에서 방송된 북한의 꽃제비>

 

 <크로싱>은 '불편한 진실'을 알리려는 영화다. 그러나 김태균 감독은 그 '현실'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담는 대신 탈북자 모습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그리려 했다.

 배우 차인표의 말대로 이 영화는 '탈북자들은 불쌍하니 그들을 도와주자'는 식의 홍보영화도 아니고, 70~80년대의 '때려잡자 공산당'식의 반공영화도 아니다. 그 때문에 더욱 이 영화의 리얼리티나 비참함이 관객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그리고 이런 느낌을 주기까지는 차인표와 아역배우들의 열연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반도 반쪽에서 일어나는 진실, 그러나 불편한 진실로 다가오는 북한 현실과 탈북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정의하면 좋을 듯하다.

 

 

 

 <크로싱>은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최근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北送) 문제가 국내외의 뜨거운 이슈가 되는 것도 중심엔 바로 인권이 자리한다. 북한 주민들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자유가 그리워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으로 탈출해온 북한 주민들을 단순히 불법 월경(越境)자로 취급해 북한으로 강제송환한다. “탈북자는 삼족을 멸한다”고 공공연히 외쳐대는 서슬퍼런 그 땅으로…. 강제송환을 면한 일부 탈북자도 행방이 묘연하다.

 <크로싱>은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 영화이다. 또한 몰랐던 것이 아니라, 모르는 척 하고 싶었던 현실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때 묻지 않은 신명철이라는 아역과, 맑은 하늘과 뭉게구름으로 수놓아진 몽골 사막의 영상 덕분에 이 영화는 불편함 보다는 감동을 준다. 김태균 감독은 “<크로싱>은 엇갈림, 국경을 넘는 이야기, 어떤 관계를 넘어서는 이야기라는 뜻에서 지은 제목이다”고 말했다. 

 어쩌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한 마디일 것이다. 용수가 울부짖었듯, “하나님은 잘 사는 나라에만 계십니까? 북조선에는 안 계시단 말씀입니까?”라는 말때문이다. 굶주림과 죽음 앞에 이념은 넘어서야 한다는 메시지 아닐까.

 

 


 제1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2011)초청작, 7회 대한민국 영화대상(2008) 신인대상(신명철) 미술상(김현옥), 27회 청룡영화상(2008) 최우수감독상(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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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겸 대학교수인 최란이 4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탈북자 강제 북송 중지 촉구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 콘서트에서 탈북청소년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크라이 위드 어스'는 중국에 잡혀 있는 탈북자들을 걱정하는 연예인들이 결성한 비정치적인 모임으로, 차인표를 비롯한 연예인 30여명은 이날 탈북동포 위로공연과 함께 중국국민과 세계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2012.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