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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퀘이커 교도의 <우정 있는 설복(Friendly Persuasion)>

by 언덕에서 2015. 7. 10.

 

 

 

 

퀘이커 교도의 <우정 있는 설복(Friendly Persuasion)>

 

 

 

 

 

 

 

 

 

 

흘러간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우정 있는 설복(Friendly Persuasion)>이라는 미국 서부영화(西部映畵)를 기억할 것이다. 남북전쟁1 영화 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같은 대작이 여럿 있지만 내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명작은 게리 쿠퍼2가 나오는 <우정 있는 설복(Friendly Persuasion)>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2본동시' 상영하는 싸구려 극장에서 본 이 영화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한 단란한 퀘이커 교인 가정의 사랑이 주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전쟁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정물(家庭物)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이기적인 양심에만 따라 살겠다든지, 희생 없이 모든 사람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한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까? 남북전쟁 당시 평화를 절대 신봉하던 퀘이커교3 신자들도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 퀘이커 신도들을 포함해서 60만 장정들이 죽은 뒤에야 남북전쟁은 끝난다. 피부색이 검은 흑인노예들까지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한 다음에야 남북전쟁은 끝난 것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북전쟁이 일어나서 남부 반란군이 들이닥치는데도 인디아나 주에 살던 평화주의자 퀘이커 교도들은 비폭력 평화주의를 내세우면서 전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한다. 예나 지금이나 이 세상에서 퀘이커 신자들만큼 평화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종교인들은 드물다. 하지만 남부 반란군이 옆마을에까지 들이닥친다. 집과 농장과 사람들이 불에 타죽고, 이제는 자신의 가족까지 위험해지자 퀘이커 교도들도 총을 들고 전투에 나선다.

 제스(게리 쿠퍼)가 가장인 이 가정에는 아직 성장하지 않은 어린 아들 조쉬(앤소니 퍼킨스)가 있다. 그 아들은 자기의 사랑하는 친구가 전쟁에 희생되는 것을 목격하고는 깊은 충격에 빠진다. 조쉬는 사냥도 못할 만큼 여린 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나간다. 엄마 엘리자가 아들 조쉬에게 전쟁에 나가지 말라고 달래고 어르며 눈물을 흘린다. 아들 조쉬가 엄마에게 말한다.

 사람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살지 않으면 차라리 죽느니만 못해요(A man's life ain't worth a hill of beans except he lives up to his own conscience).

 아무리 아들을 만류해도 그가 말을 듣지 않자 남편에게 아들을 붙잡으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아들을 잡지 않는다. 남편은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저 애의 애비일 뿐 그의 양심도 아니며, 더구나 그 애의 인생 그 자체도 아니오. 따라서 나는 그를 붙잡을 수가 없소. 그의 인생의 주인은 그 자신이니까…….”

 아들은 다음날 아침 총을 들고 집을 나선다. 아들은 전투에서 남군 소년을 향해 울면서 방아쇠를 당긴다.

 아버지는 이웃집 친구가 타고 나간 말이 주인 없이 혼자 돌아온 것을 보고 그의 시체라도 찾으려고 단신으로 집을 나선다. 친구를 죽인 남군 패잔병과 격투 끝에 그에게 총을 겨누게 되지만 복수를 하지 못하고 그를 살려 보낸 뒤 아들을 찾아 나선다. 아들은 자신이 죽인 소년의 시체를 붙잡고 아직도 엎드려 울고 있었다.

 그 동안 집에 남은 가족들은 굶주린 남군 병사들이 찾아오자 그들에게 음식과 친절을 베푼다.

 이후 전쟁이 지나가고 평화가 돌아온다.

 다시 일요일 아침이다.

 이웃집 청년과 결혼을 하기로 한 딸은 그의 마차를 타고 교회로 간다. 다른 식구들은 모두 마차를 탄다.

 "그대를 사랑한다 (Thee I Love)"는 주제가가 스크린에서 객석으로 흐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면서 궁금하고 놀라웠던 것은 퀘이커 교도의 정체와 그들의 보편적 인간애였다.

 남북전쟁이 일어나 그 시골마을(인디아나 주)에까지 남군이 쳐들어오자 군 당국은 남자들에게 민병대 입대를 권유한다. 평화주의를 신앙생활의 기본으로 하는 그들은 고민에 빠진다. 싸우고 살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들에게 "기도하라"면서 아들의 입대를 만류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가족끼리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웃과 심지어 잘 모르는 남들까지, 모든 사람들을 향한 보편적인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점차 느낀다.

 

 

 

 

 

 

 

 1956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어느 종교적인  신념을 가진 한 가족의 평화주의를 그린 매우 감동적인 전쟁 휴먼 드라마이다.

 영화의 배경은 1862년 남부 인디애나 주에 사는 퀘이커교도 제스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화롭게 사는 그들에게 전운이 심해지면서 장남 조쉬가 의용군으로 참전한다. 여기서 눈물을 머금고 적군에게 총을 겨누는 장남 조쉬(앤소니 퍼킨스)와 적군과 맞닥뜨려 몸싸움을 하다가 적군을 살려주는 아버지 제스(게리 쿠퍼)의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되는 명장면이다.

 2시간 17분의 비교적 긴 러닝타임의 이 영화는 1957년 제10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으며, 1968년 국내 개봉 당시 <우정 있는 설복>이란 제목으로 개봉되었고 현재는 <우정 어린 설득>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화 제목 <우정 있는 설복(Friendly Persuasion)>의 뜻은 "우정 있는 설득"이 아니라 "퀘이커 교도들의 믿음"이라는 해석이 옳을 듯하다. 퀘이커 교도들은 서로를 존중하여 너, 당신, 그대를 Thee라고 부르며, 교우들을 Friend라고 부르므로, friend의 형용사인 friendly는 '퀘이커 교도(들)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서로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그들은 persuasion을 '믿음"의 뜻으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교리와 관습에 철저한 이 퀘이커교도들은 사용하는 언어에 있어서도 세상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이들은 ‘You‘ 라는 단어를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 일상대화에서 평범하게 무척이나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이 단어를 항상 시적인 고어, ‘Thee’로 대신 사용한다. 무폭력주의를 천명하는 그들이 교리에 위배되는 총을 잡고 전쟁터로 가는 일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살인은 안된다’는 교리에 위배되기에 조쉬가 울면서 적군을 사살한 일에 대해 바로 이 영화는 이들이 안고 있는 교리와 현실 간의 타협점을 보여준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을 잡는 일과 누가 죽더라도 그저 무폭력 무저항으로 가만있는 일 중에서 과연 하느님께선 어느 쪽을 지지하실 것인가.

 

 

 

 

 

 

  1. 미국 남북 전쟁(美國南北戰爭, 영어: American Civil War)은 미국에서 일어난 내전이다. 1861년 4월, 노예제를 지지하던 남부주들이 모여 남부연합을 형성하며 미합중국으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한 뒤, 아메리카 남부 연합군(이하 '남군')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항의 섬터 요새를 포격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1865년까지 4년 동안 벌어진 전쟁이다. 전쟁 결과 남군이 패했고, 미국 전역에서 노예제가 폐지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본문으로]
  2. (1901 ~ 1961) 인물 역을 잘 소화해내 매력적인 평범한 남성상을 확립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누린 미국의 대표적 스타 가운데 한 사람이다.몬태나 주 대법원 판사의 아들로 태어난 쿠퍼는 1924년 아이오와의 그리넬대학을 그만두고 할리우드에서 임시 고용직 카우보이, 스턴트맨으로 일했다. 그의 대리인은 그의 이름을 게리 쿠퍼로 바꾸었고, 그는 예산규모가 크지 않은 서부영화에 주역으로 출연하여 종종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그에게 찾아온 가장 큰 행운은 〈바버라 워스의 승리 The Winning of Barbara Worth〉(1926)에 출연한 일이었다. 초기에 출연했던 유성영화 중의 하나인 〈버지니아 사람 The Virginian〉(1929)으로 스타의 자리에 올랐고, 〈모로코 Morocco〉(1930)·〈삶을 위한 계획 Design for Living〉(1933)·〈벵골인 창기병의 삶 The Lives of a Bengal Lancer〉(1935)·〈욕망 Desire〉(1936)·〈유목민 The Plainsman〉(1937)·〈호의적인 행동 Beau Geste〉(1939)·〈서부인 The Westerner〉(1940) 등의 영화에 출연하여 할리우드를 주도하는 남자배우가 되었다.그는 강직한 성격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던 영웅적 행동을 하게 되는 용감하고 무뚝뚝하며 다소 신중한 남자 역을 자주 맡았다.그는 프랭크 캐프라가 감독한 두 영화 〈디즈 씨 도시로 가다 Mr. Deeds Goes to Town〉(1936)·〈존 도를 만나다 Meet John Doe〉(1941)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위해 싸우는 우직한 남자 역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밖에 그가 출연한 주요영화로는 〈요크 상사 Sergeant York〉(1941)·〈Ball of Fire〉(1941)·〈야구왕 루 게릭 The Pride of the Yankees〉(1942)·〈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1943)·〈원천 The Fountainhead〉(1949) 등이 있다. 많은 사람들〈하이 눈 High Noon〉(1952)에서의 나이든 보안관 역을 그가 가장 탁월한 연기를 보였던 배역으로 여기며, 이 영화를 서부영화사의 걸작으로 꼽는다.말년에는 〈우정어린 설복 Friendly Persuasion〉(1956)·〈하오의 연정 Love in the Afternoon〉(1957) 등의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기량을 펼쳤다.쿠퍼는 1941년에 〈요크 상사〉로, 1952년에 〈하이 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961년 그의 경력과 영화계에서 얻은 세계적 명성을 인정받아 아카데미 특별상이 수여되었다. 1980년 래리 스윈들이 쓴 그의 전기 〈마지막 영웅 The Last Hero〉이 출간되었다. [본문으로]
  3. 프렌드 협회라고도 한다. 1647년 영국인 G.폭스가 창시하였고 1650년대 이후 미국에 포교가 적극적으로 행해졌다. 특히 1681년의 W.펜에 의한 펜실베이니아 식민지 건설은 영국과 독일의 라인란트 지방에서 박해를 받고 있던 퀘이커 교도에게 신교(信敎)의 자유천지를 약속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그들은 ‘안으로부터의 빛’을 믿고, 그 신앙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나 또 인디언과의 우호(友好), 흑인노예무역과 노예제도의 반대, 전쟁 반대, 양심적 징병거부, 십일조 반대 등 일반 사람의 태도와 달라 특수한 사람들로 간주되었다. 19세기 전반에 정통파와 히크사이트로 분열하였다가 화해하였다. 미국과 캐나다에 약 13만 이상의 교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 약 13만여 명의 교도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955년 2월에 전파되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퀘이커교도로는 함석헌(咸錫憲)이 있으며, 그는 1960년 이후 퀘이커교 한국대표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