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액트 오브 킬링(Act of Killing)

by 언덕에서 2015. 1. 14.

 

 

 

액트 오브 킬링(Act of Killing)

 

 

 

 

 

 

 

2014년 11월에 개봉된 이 영화는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집단 학살한 인도네시아 암살단의 리더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액트 오브 킬링'은 악의 대리인이 재연하는 악의 연대기'라고 표현한 어느 평자의 영화평은 매우 적절한 면이 있다. 그들의 살인 행각이 할리우드 고전 범죄극, 화려한 뮤지컬 등 영화적으로 재현된다. 대량 학살을 자행한 범인들의 기억을 되짚어보고 생각을 읽어나가는 과정은 서서히 관객의 마음에 재현 불가능한 공포와 경악으로 다가온다. 정치적 테러와 악마적 인간성, 그리고 대중적 재현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로 2013년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되었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160분간의 러닝타임은 가해자들이 실화를 재연하는 영화 제작 과정을 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실체를 벌거벗긴다. 역사가 뚜렷이 증명하고 영화로 생생히 재연된 인간의 비정함이 경악스럽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하긴 여전히 진실을 묵인한 채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는 가해자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안와르 콩고와 그의 손자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65년 100만 명이 넘는 인도네시아 민간인들이 빨갱이로 몰려 살해당한 끔찍한 사건에는 프레만(Freeman)이라는 무장단체 조직과 안와르 콩고라는 인물이 있었다.

 테러리스트이기 전에 할리우드 영화를 동경한 영화광이었던 콩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고 싶다는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제안에 기꺼이 수락한다.

 지금까지도 국민 영웅의 대접을 받으며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콩고는 자랑스레 50여 년 전 '그날들'을 회고한다. 콩고는 비교적 상세하게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지난날 자신이 왜 그 많은 사람을 죽여야 했고, 어떻게 죽였는지, 심지어 피를 덜 내면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던 자신만의 방법을 시연하기도 한다.

 콩고를 비롯한 가해자 일당의 각본과 연출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는 스스로 업적을 찬양하고, 명예를 격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말미에 이르러서는 피해자들이 "일찍 죽여줘서 고맙다"며 가해자들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판타지 장면도 삽입된다. 뻔뻔스럽게도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감독은 콩고를 비롯한 학살의 주역들로 하여금 피해자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신나게 연기하지만, 콩고는 어느 순간에 이르러 반성과 회한의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더불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이따금씩 꿈에서 만난다며, "그들의 눈을 감겨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한다.

 '액트 오브 킬링'의 내러티브가 가지는 놀라운 힘은 인물이 사건을 회고하는 태도와 감정의 변화에서 나온다. 어느 순간 콩고는 끔찍한 소리를 내며 토악질을 해댄다. 그도 인간이었음을 목격하는 순간 관객들은 소름끼치는 공포를 느낀다.

 

 

 

 

무장단체 프레만(Freeman)은 지금도 인도네시아에 건재하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 암살단의 리더 '안와르 콩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배우가 아니고 실제 인물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전면에 내세워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는 점에서도 놀랍다. 이 영화에는 '영화 암표를 파는 동네깡패, 할리우드와 제임스 딘을 동경하던 씨네키드, 가족과 손자를 끔찍이 아끼는 할아버지, 인도네시아 국민영웅, 그리고 1964년 대학살 암살단의 리더'가 자신을 소개하며 등장하여 그들의 소름 끼치는 악마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영화는 인도네시아의 국민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대학살의 리더 안와르 콩고와 그의 동료들의 모습을 통해 가해자가 승리한 세상 속, 악몽 같은 현실을 비춘다.

 붉은 색의 거친 터치감으로 감각적이고 강렬하게 그려낸 안와르 콩고의 비주얼은 각기 다른   다섯 가지 키워드와 함께 어우러지며,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상반된 면모를 담아내 충격적인 장면을 제공한다.

 영화를 본 후 기시감을 느껴야만 했다. 무엇이었을까? 나치가 일으킨 아우슈비츠, 일본인들의 마루타 또는 관동 학살사건 등이 기억났고 종국에는 제주 4.3사건1이나 6.25때 인민군에 가담했거나 부역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우려로 60만 명이나 무참히 학살한 보도연맹2 사건을 떠올려야만 했다.

 

 

 

 

 

 

 영화에는 거대한 물고기 조형물 옆에서 춤추는 가해자들의 이미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죽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역설적으로 성경에서 물고기는 구원을 뜻하는 이미지로 쓰인다. 가해자들은 훌라춤을 추며 죽음의 축제를 벌이지만 그들은 물고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결국, 영화는 묻는다. '악마도 사람입니까?'라고. 과연 악어의 눈물 앞에 동정표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문열의 소설 <사람의 아들>에서는 신약성경의 예수 수난 부분에 등장하는 사탄은 아하르 패르츠라는 평범한 구두 수선공이었다.  그는 이스라엘의 구두장이로 단식을 통해 '위대한 영(靈)'과의 접촉을 이루고, 예수와 논쟁한 유다를 부추겨 예수를 고발하게 하고 예수의 최후를 지켜보다가 시공(時空)을 초월한 방항의 길을 떠난다. 이렇게 사탄 또는 악마라는 이는 시공간을 초월한 신화적 존재라기 보다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 주변 인물 속에서 항상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도 사탄 또는 악마는 이렇게 등장하고 이것은 가공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안와르 콩고가 자신이 수천 명의 공산주의자를 처단하던 모습을 재현해보이고 있다

 

 

 이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은 1960년대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100만 명 규모의 대학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당시 실제 가해자들을 영화 속으로 불러들여 살인의 장면을 재연하게 한 다큐멘터리로 비극의 순간에 가해자들의 감정까지 그대로 노출시켜 그 충격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재연의 형식을 웨스턴, 갱스터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해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더한다.

 이 영화는 평단의 큰 지지를 받았으며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2관왕, 제67회 영국 아카데미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 등 전 세계 70여 개가 넘는 영화제에 초청됐다. 미국 타임지, 영국 BBC 등 전 세계 유력 매체 또한 앞 다투어 놀라운 다큐멘터리의 탄생에 극찬을 보냈다.

 

 

 

 

 

 

 

  1. 1948년 4월 3일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와 미 군정의 강압이 계기가 되어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중항쟁'4.3특별법'에 의하면 제주 4.3사건이란 1947년 3월1일을 기점을 하여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제주 4.3 사건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본문으로]
  2. 1949년 좌익전향자들로 구성된 조직. 정식 명칭은 국민보도연맹이었다. 이 단체는 국가보안법의 구체적인 운용책의 하나로 국가보안법에 저촉된 자 또는 전향자로 분류된 인사들을 이 단체에 빠짐없이 가입하도록 규정해 놓았으며, 그들에 대한 회유와 통제를 쉽게 하도록 했다. 1949년말까지 이 단체의 가입자 수는 약 30만 명에 달했으며, 서울에 1만 9,800명이었다. 1949~50년 이들은 당시 좌익세력을 와해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6·25전쟁이 일어나자 일부 위장전향자들과 북한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는 세력을 뿌리뽑는다는 정부방침에 의해 무차별 검속과 즉결처분이 실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때의 실상은 공개된 것이 없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