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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심청전(沈淸傳)』

by 언덕에서 2012. 3. 27.

 

고대소설 『심청전(沈淸傳)』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1책으로 구성되며 국문 목판본ㆍ필사본ㆍ활자본 등이 존재한다. 활자본 중 <강상련(江上蓮>(1912)은 이해조가 신소설로 개작한 것이다. 심천전은 수십 종의 이본이 있는데, 이들 중 성격이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 경판본계열과 완판본계열이다.

 경판본은 판소리와 관계가 없이 설화가 소설화된 작품이며, 완판본은 판소리로 불리다가 소설로 정착된 작품이다. 경판본으로는 한남서림본, 대영박물관 소장본, 송동본, 안성본 등이 있고 완판본은 6종이 있는데 이들은 내용은 물론 판형ㆍ장ㆍ행ㆍ자수ㆍ자위까지 동일하나 부분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들 판본의 선후관계는 한남서림본 → 송동본 → 안성본 → 완판본으로 추정된다. 또한 활자본인 이해조의 <강상련>은 완판본의 내용을 바탕으로 첨삭을 가하여 신소설로 개작한 것이다.

 다른 활자본의 모본이 되어 그 후 1915년 [광동서국], 1921년 [대창서원] 등에서 <강상련>에 약간의 첨삭을 가하여 출판하였다. 이본들 중 공통 줄거리에 가장 가까운 것이 경판본계열이고, 완판본계열로 가면 더 많은 내용이 첨가된다.

 『심청전』은 그 형성적 측면에서 설화소설이기에 일찍부터 근원설화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심청전』의 근원설화에 대하여 최초로 거론한 이는 김태준이다.

 그는 인도의 <전동자><묘법동자전설>, 일본의 <소야희>를 말하고, 우리나라의 < 삼국사기><삼국유사> 소재 ‘효녀지은설화’, 전라남도의 ‘관음사연기설화’ 등을 들었다. 그는 또 <삼국유사>의 ‘거타지설화’와 <적성의전><양풍운전>의 ‘개안설화’를 그 관계설화로 들었다.

 그 뒤 장덕순은 근원설화로 인신공희설화와 효행설화를 들고 이 중 전자가 주류를 이룬다고 말하였다.

 이 밖에 오구굿계 <황천무가>와 강릉 단오제, 동해안지방의 별신굿에서 불려지는 <심청굿무가>와 관련지어 무가기원설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한편, 사재동은 불전설화에 입각하여 목련구모담ㆍ성녀구모담ㆍ인욕태자구부담ㆍ자동녀양모담 등을 효자불공구친설화라 명명하여 『심청전』의 근원설화로 보았다. 

 

영화 <효녀 심청>, 1972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황해도 황주 땅 도화동에 영락한 양반인 한 소경이 있었는데, 성은 심이요. 이름은 학규고, 그 아내는 곽 씨였으며 늦게 딸을 낳으니 이름을 심청이라 하였다. 그러나 부인은 딸을 낳은 지 7일 만에 병사하고 눈먼 부친이 동냥젖으로 딸을 키웠다. 심청은 효성이 지극하여 15세 때 부친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에 바치려고 자기 몸을 남경 선인들에게 팔았다. 이 선인들은 인당수 용왕이 인제수를 받기 때문에 제수로 쓸 소녀를 구한 것이다. 그래서 심청은 부친과 작별하고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

 한편, 심청이 떠나간 뒤에 심 봉사는 뺑덕어미라는 음란한 여자와 살게 된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은 옥황상제의 전교로 죽지 않고 용궁에서 3년을 지내다가 옥황상제의 분부로 다시 인당수에 환송되었다.

 한편, 선인들이 돌아오는 길에 인당수에 다다르니 연꽃 한 송이가 바다 위에 떠 있다. 이것을 건져 황성으로 가지고 가 황제에게 바쳤다. 이 꽃 속에서 심청이 환생하여 마침 곤위가 비어 있던 터라 곧 황후가 되었다. 심청은 부친을 찾으려고 맹인 잔치를 크게 베풀어 전국의 맹인들을 초대하였는데, 여기에 심 봉사가 나타나 부녀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 반가움에 심 봉사는 눈을 뜨게 된다.

  

 주제가 유교의 근본 사상인 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그 효가 불교의 인과사상에 의해 달성되도록 꾸며 놓은 윤리소설이라 하겠다심청이 앞 못 보는 아버지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 것이 ()’이 되어서 심청이 인당수에 투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옥황상제의 지시로 용왕의 조화에 의해 연화(蓮花)로 변했다가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와서 왕후가 되었다는 것은 ()’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현실 세계가 중심을 이루는 전반부와 환상의 세계가 중심을 이루는 후반부로 구분된다. 가난한 심 봉사의 외딸 심청의 지극한 효성과 아버지를 위한 헌신적인 사랑은 전반부의 중심 내용이다. 이 부분에서는 부모에 대해 효성이라는 사회 윤리적인 가치가 중심축에 놓여 있다. 물론, 이야기의 핵심적인 동기는 인신공희이다. 후반부는 심청의 환생과 함께 심 봉사가 광명을 얻는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덧붙여 이 작품은 배경 사상에 있어서 그다지 분명치 않은 모습을 보인다. 효를 최대의 덕목으로 강조한다는 면에서는 유교적이고, 화주 승을 통해 부처의 신통력을 내세운 점에서는 불교적이며, 옥황상제와 선궁, 선녀 등이 등장해서 심청을 소생시킨다는 점은 도교적이라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이들 외래적 사상의 밑바탕에는 고유의 민간 신앙이 자리 잡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심 봉사가 제의적 행위를 통해서 눈을 뜰 수 있다고 믿는다든지뱃사람들이 인간을 제물로 바쳐 제사를 지낸다든지 하는 등의 행위가 이를 증명해 준다

 유교불교도교민간 신앙 등은 서로 쉽게 융합할 수 없는데도 '심청전속에서는 아무런 모순이나 갈등을 보이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이런 혼합적 사고는 한국 문학의 사상적 특성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