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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장화홍련전(薔花紅蓮傳)』

by 언덕에서 2012. 3. 20.

 

고대소설 장화홍련전(薔花紅蓮傳)

 



 

조선 시대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 국문 소설. 필사본ㆍ목판본ㆍ활자본이 모두 전하며, 이들을 표기문자에 따라 다시 한글본, 한문본, 국한문본으로 나눌 수 있다. 평안북도 철산 지방에 전해 오던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계모형 가정비극 소설의 전형적 작품으로, 전래하던 귀신설화의 한 갈래인 아랑형 설화를 소설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글본은 효종 연간에 전동흘이 평안도 철산 부사로 가서, 배 좌수의 딸 장화와 홍련이 계모의 흉계로 원통하게 죽은 사건을 처리한 사실담을 소재로 하여 쓴 한문본을 대본으로 하여 썼다. 한문본은 전동흘의 6대손 만택의 간청 때문에 박인수1818(순조 18) 121일에 쓴 것이다. 이 한문본은 전동흘의 8대손 기락 등이 1865(고종 2)에 편찬한 <가재사실록(嘉齋事實錄)><가재공실록(嘉齋公實錄)>(全庸甲.1968)에 실려 있고, 국한문본은 <광국장군전동흘실기(光國將軍全東屹實記)>에 전한다.

  한글 필사본은 신암본과 의산본이 있으며, 한글 목판본은 자암본ㆍ송동본ㆍ불란서동양어학교본 등이 있다. 구활자본(딱지본)13종이나 되는데, 특징에 따라 세창본(世昌本. 1915)ㆍ영창본(永昌本. 1915)을 비롯하여 동명본(同明本. 1915) 계열로 나뉜다. 또한, 40면의 박문서관본(博文書館本. 1917), 판각본으로 36면의 경판본도 전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철산 좌수 배무룡에게는 장화와 홍련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부인 장씨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후실로 허씨를 맞게 된다. 허씨는 외모도 추했고 마음씨도 고약했는데 3형제를 낳은 뒤 장화와 홍련 자매를 학대하기 시작한다.

  장화가 혼인하게 되자 허씨는 혼수가 아까운 나머지 흉계를 꾸민다. 허씨는 큰 쥐의 껍질을 벗겨 장화의 이불 속에 넣고 낙태한 것처럼 꾸며 장화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알린다. 배 좌수는 크게 당황하여 허씨의 흉계대로 허씨 소생 장쇠로 하여금 장화를 못에 빠뜨려 죽이게 한다. 홍련은 언니의 죽음을 억울하게 여기다 못해 못에 빠져 자살한다.

  그날 이후 그 못에서는 계속 울음소리가 났고, 그 고을에 부임하는 부사마다 원귀에 놀라 연달아 죽었다. 이때 정동우라는 사람이 부사를 자원했다. 부임한 첫날 밤 장화·홍련의 원귀가 나타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부사는 계모 허씨를 문초하여 모든 것을 밝혀내고 능지처참했다. 배 좌수는 윤 씨를 다시 아내로 맞았는데 꿈속에 장화·홍련이 나타나 못다 한 부녀의 인연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 뒤 윤 씨는 쌍둥이 자매를 낳자 그 이름을 각각 장화와 홍련으로 지었다. 이들은 자라서 평양 부자 이연호의 쌍둥이 형제에게 시집가서 행복하게 살았다.





  대부분의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계모는 남성적 취향에 따라 각색된 미인형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계모 허씨는 못생기고 추한 몰골의 여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외부의 신체적 특징을 통해 그 천성이 흉악함을 미리 제시하려는 작가적 의도였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장화, 홍련은 허씨의 극악무도한 행동에 대하여 불만이나 반감을 갖지 않았다. 허씨에게는 착한 면이 전혀 없고, 장화, 홍련에게는 나쁜 면이 전혀 없다.

 배 좌수는 허 씨와 재혼한 뒤에도 전 부인의 덕을 말하고 전실 자식인 장화, 홍련에 대한 애틋한 정을 표면화함으로써 허 씨의 시기심을 자극하여 갈등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허씨가 장화를 죽이기 위해 흉계를 꾸몄을 때, 양반의 체통만을 중시하고 사건의 진상 파악에는 소홀하여 장화를 죽게 하였다. 허 씨의 적극적이고 악독한 행위에 비교해 배 좌수는 너무나 소극적이고 무능하게 묘사되어 있다.



 조선 시대 효종 때 평안도 철산에 전해오던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계모형의 가정 비극소설 중에서 가장 대표적 소설이며,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현재 한글본과 한문본 두 가지가 전해오는데, 전래하던 귀신설화의 한 갈래인 아랑형 설화를 소설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공안류소설(公案類小說)인 동시에 가정형계모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계모와 전처 자식의 관계에서 빚어질 수 있는 윤리의 문제점과 무능한 가장으로 인해 가정이 파멸되는 비극적 모습을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후처제의 제도적 모순과 함께 가장의 무책임을 함께 다루는 현실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계모 허씨를 악인으로, 장화·홍련을 선인으로 묘사하여 선ㆍ악의 대립에서의 선의 승리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장화홍련전은 계모와 전처 자식의 관계에서 빚어질 수 있는 윤리의 문제점과 무능한 가장으로 인해 가정이 파멸되는 비극적 모습을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