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소설 『콩쥐팥쥐전』
조선시대 숙종조 무렵의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국문본. 목판본이나 필사본은 발견되지 않고, 활자본으로 대창서원본(大昌書院本.1919), 태화서관본(太華書館本.1928) 등이 전하고 있다. 서양에 널리 알려진 신데렐라형 설화와 같은 계열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전반부는 신데렐라형 설화와 거의 비슷한 줄거리이지만, 단순한 설화에 권선징악의 주제를 부여하고 소설로 재구성한 특색이 있다. 후반부에서 콩쥐와 감사가 결혼한 후의 복수는 설화에 없는 허구적인 창작이다. 이 이야기는 서양 신데렐라(Cinderella)의 이야기와 같은 계열이다.
조선시대 중엽 전라도 전주 부근에 사는 퇴리 최만춘은 부인 조씨가 딸 콩쥐를 낳고 곧 병사하자 다시 배씨를 후처로 맞아 딸 팥쥐를 낳았다. 마음씨 착한 콩쥐는 계모와 팥쥐에 의해 온갖 방법으로 학대를 당하나 선녀가 준 신발이 인연이 되어 감사와 결혼한다. 콩쥐는 다시 계모와 팥쥐의 흉계에 의해 연못에 빠져 죽게 되지만 결국 소생하여 복수를 하게 된다.
이 작품의 소재가 된 민담은 서양에 널리 퍼진 선고담(仙姑譚)인 '신데렐라'와 같은 계통의 설화인데, 당 나라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속집(酉陽雜俎續集)>에도 이런 설화가 있다. 단순한 설화에 한국적 배경의 개성 있는 내용으로 재구성하여 권선징악의 주제를 부여하고 소설로 재구성했다는 데 특색이 있다. 국문본. 활자본으로 대창서원본ㆍ태화서관본이 전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조선 중엽 전라도 전주 근방에 최만춘이라고 하는 이에게 콩쥐라는 딸이 있었다. 콩쥐의 어머니 조씨는 콩쥐를 낳은 지 백 일만에 죽었다. 최씨는 팥쥐라는 딸을 가진 배씨를 얻어 살았다. 배씨 모녀는 콩쥐를 미워했다. 배씨가 콩쥐에게 나무호미를 주며 돌서덜밭을 매라 하니, 소가 쇠호미를 가져다주었으며,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라 하니 두꺼비가 구멍을 막아 주었다. 벼 한 섬 피 한 섬을 찧고 잔칫집에 오라 하니, 선녀가 내려와 찧어 주었다.
콩쥐가 감사의 후처로 정혼되니, 팥쥐 모녀가 콩쥐를 연못에 밀어 넣어 죽이고 팥쥐가 감사 처로 들어갔다. 근처 할미가 감사를 초대하여 성찬을 베풀 때 감사가 젓가락 하나는 길고 하나는 짧음을 불쾌히 느끼니 콩쥐의 영이 나타나 젓가락의 장단은 알면서 콩쥐 팥쥐의 구별은 못 하느냐고 말하며 사유를 아뢰니 감사가 팥쥐 모녀를 중벌하였다.
몇 년 전 KBS - TV의 ‘스펀지’에서도 소개되었는데 콩쥐팥쥐전의 내용은 잔혹함 자체라는 내용이다.
콩쥐가 꽃신을 주운 원님과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 부분 다음에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콩쥐를 시샘한 팥쥐는 "연못에 놀러 가자"고 꼬인 뒤 콩쥐를 물에 빠뜨려 살해한다. 팥쥐는 콩쥐인 척 하고 원님의 아내 노릇을 하는데 콩쥐의 원혼이 원님 앞에 나타난다. 연못 물을 퍼낸 뒤 시신을 건져 내니 콩쥐가 살아났다. 원님은 팥쥐를 죽이고 시체로 젓을 담가 팥쥐 엄마에게 보냈다. 팥쥐 엄마는 젓갈인 줄 알고 먹다가 그게 무엇인지 깨닫고 기절해 죽는다….
원전의 해당 부분은 아래과 같다. 소름끼치도록 잔인하다.
◐
(전략)김감사가 노파의 집에 와서 젓가락을 드니 한 짝은 길고 한 짝은 짧아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으므로 노파의 소홀함을 나무라니 노파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홀연 병풍 뒤에서 사람의 소리가 있어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젓가락 짝이 틀린 것은 그렇게 똑똑히 아시는 양반이 사람 짝이 틀린 것은 어째서 그토록 모르시나요?"
'내외의 짝이 틀리다니 이 어쩐 말인고?'
감사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다가 그 동안 아내의 거동에 종종 괴상한 일이 있었음을 갑자기 깨닫고 바삐 돌아가 알아보리라 생각하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려 할 때 별안간 병풍 뒤에서 녹의홍상을 입은 한 미인이 앞으로 나와 감사에게 절하며 묻는 것이었다.
"영감께서는 첩을 몰라보십니까?"
감사는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다가 빨리 사연을 말하라고 하였다.
"첩은 의붓동생인 팥쥐에게 해를 입어 연못 귀신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영감께서는 그 팥쥐와 함께 내내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가 곧 팥쥐를 잡아 문초하며 또한 사람들을 시켜서 연못을 치게 하니, 과연 콩쥐의 시체가 웃는 낯으로 누워 있었다.
급히 건져내어 염습하려 할 때 죽었던 콩쥐가 다시 숨을 돌리며 살아났다. 그러자 그 때 노파의 집에 있던 콩쥐는 홀연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에 모든 관속과 읍내에 사는 백성들까지도 이 신기한 일에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감사는 팥쥐에게 칼을 씌워 하옥시키고 사실을 조정에 보고하였다. 며칠이 지나서 조정에서 하회가 있었다. 감사는 그 하회대로 형리를 시켜 죄인 팥쥐를 수레에 매어 찢어 죽이고 그 송장을 젓으로 담아 항아리 속에 넣고 꼭꼭 봉하여 팥쥐의 어미를 찾아 전하였다.
팥쥐 어미는 처음에 팥쥐가 흉계를 품고 콩쥐를 죽이러 들어갈 때 만만 조심하여 아무쪼록 성사하라고 부탁하여 보낸 후에 곧 최만춘을 고추박이처럼 차 버리고 다른 서방을 얻어 갔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후일의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후환을 미리 막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리고 주야로 팥쥐의 덕을 입고자 기다리고 있던 중에 관가로부터 선물이 왔다고 하므로 팥쥐 어미는 좋아라 하고 내달으며 후서방을 안으로 불러들이고는 항아리 아가리를 동여맨 노끈을 풀어 보았다. 큰 항아리에 가득 든 것이 모두 젓갈이었다.
한편 또 따로 글씨를 쓴 종이가 들어 있었다. 종이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흉한 꾀로 사람을 죽이는 자는 누구든 이와 같이 젓으로 담그고, 딸을 가르쳐 흉하고 독한 일을 실행케 한 자로 하여금 그 고기를 씹어 보게 하노라."
팥쥐 어미는 이 글을 읽고 팥쥐의 소행이 탄로나 결국 죽음을 당했음을 알자 그만 기절하여 자빠졌다. 그리고 팥쥐 어미는 기절한 채 영영 일어나지 못하고 지옥으로 모녀가 서로 손을 잡고 가 버렸다.
♣
이 작품은 권선징악의 주제가 잘 나타나 있는 조선 후기의 가정 소설이다. 콩쥐가 신발을 매개로 감사와 혼인하기까지는 서양의 「신데렐라」 설화와 매우 유사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혼인 후 콩쥐의 죽음과 부활, 팥쥐와 계모에 대한 징벌 부분은 「콩쥐팥쥐전」에만 나타나는데, 이는 후대에 추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래 동화로 개작된 형태가 널리 알려져 있다.
● 오페라 ‘콩쥐팥쥐’
김대현이 작곡한 오페라. 전4막. 대본 김초. 연출 이진순. 지휘 김대현. 공연시간 약 2시간 30분. 출연 김영춘ㆍ이영순ㆍ홍선숙ㆍ정문숙ㆍ이인범ㆍ임만섭ㆍ오현명 등. 1951년 12월 서울대학 음대 주최로 부산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950년 현제명이 <대춘향전>을 오페라로 탄생시킨 후, 한국 설화 <콩쥐팥쥐>를 두 번째로 오페라화한 작품이다. 6ㆍ25전쟁 중 피난지 부산에서 초연했다는 것은, 당시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출연자와 스태프, 작곡자의 악전고투 끝의 소산임을 말해준다. 그 후 이 오페라는 초연 때 미흡했던 점을 보완해 가며 지금도 공연된다.
●신데렐라설화와의 유사성은?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신데렐라형 설화를 소재로 하여 소설화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콩쥐팥쥐전>은 그 가운데서도 중국민간의 '신데렐라형 이야기'와 같은 계통인 한국 전래의 콩쥐ㆍ팥쥐 설화를 전폭 수용한 작품이다. 소가 나타나서 사건 전개의 단서가 되는 점, 결말에 가서 팥쥐와 계모에 대하여 철저한 응징을 가하는 점 등이 그렇다.
이 작품이 설화를 소재로 하였으면서도 설화와 구별되는 것은 신데렐라계 설화의 대부분이 남녀 주인공의 혼인으로 끝나는 데 비하여, 이 소설에서는 혼인 이후의 사건을 더 흥미 있고 다채롭게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악한 인간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형상화하여 권선징악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단순한 설화에 개연성 있는 윤리적인 주제를 부여하고 소설적으로 재창조하였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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