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a Child is Born' <나자리노(Nazareno Cruz)>
1976년 명보극장에서 개봉 상영된 <나자리노>는 남미 영화로는 처음 한국에서 개봉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며, 아르헨티나에선 1975년 6월 5일 개봉하여 3백4십만 명이 볼 정도였고, 자국 영화사상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다. 이 영화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은 주제가이다. 어쩌면 내용보다는 주제곡이 더 오랜 기억에 남아있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주제곡도 사랑을 받게 되자, 폴 모리아(Paul Mauriat) 악단의 경음악으로 재탄생되어 1980년대 라디오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대표음악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나오는 'When a Child is Born'이란 제목의 이름으로 여러 가수가 캐럴 곡으로 부르게 되었다. 국내 개봉된 지 10년 정도 지나 모방송국의 주말의 명화에서 다시 본 기억도 있다.
1970년대 영화인 만큼 카메라 기법이나 연출력은 기대 이하이며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보잘것없다. 소품 부족이었는지 늑대는 보이지 않고 검은 빛깔의 개가 늑대로 등장하는 황당한 장면도 보인다. 여주인공이 완전 누드로 수영하는 씬도 등장하는데 당시 군사정부 시절이어서 과연 검열을 한 작품인가 의심할 정도로 국내 관객에게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괴수 영화 본연의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는 관객들을 압도한다.
제레미아! 제레미아! 네 아내는 더는 아이를 갖지 마라.
신께서 네게 이미 여섯 아들을 주셨는데
일곱째는 사탄의 저주를 받아 늑대 인간으로 태어 날 거야
이 아르헨티나 영화는 위와 같은 마녀의 저주스럽고 어두운 대사로 시작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일곱 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다미아나를 집에 두고 남편과 여섯 아들은 소들을 데리고 방목을 떠나지만, 태풍으로 모두 죽고 만다.
마을에는 일곱 번째 아들이 태어나면 마을에 해가 되고 늑대 인간이 된다는 전설이 있었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여자아이를 기원하지만, 아쉽게도 다미아나는 남자아이인 나자리노 크루즈를 낳게 된다.
보름달이 뜰 때마다 늑대 인간으로 변할까 고심하던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건강하게 성장한 나자리노는 마을에서 멋쟁이 청년이 되어간다.
마을 처녀 크리셀다와 사랑에 빠진 나자리노가 20살이 되던 생일에 신사가 그를 찾아온다. 악마인 신사는 나자리노에게 만일 크리셀다를 향한 사랑을 포기한다면 어마어마한 부를 제공하고 늑대가 되어야 하는 저주에서마저 벗어날 수 있으나, 그가 사랑을 선택한다면 늑대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전해준다. 그러나 나자리노는 크리셀다를 향한 사랑을 선택해 기꺼이 늑대가 돼 버리고 만다. 늑대로 변한 나자리노는 목동과 목동의 아들을 죽이게 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사냥을 피해 도망치던 나자리노는 한 이상한 동굴에 이르러 그 악마를 다시 만나게 된다. 악마는 나자리노가 곧 죽을 운명일 수밖에 없음을 알려준다. 한편, 그러나 나자리노가 선행으로 인해 천국으로 갈 것이라고도 일러준다. 그리고 악마는 나자리노에게 하느님께 반드시 전해달라며 오랫동안 숨겨왔던 그 만의 내밀하고 슬픈 간청을 한다. 이때 사탄은 자신의 지하 세계를 보여주며, 나자리노가 죽게 되어 하느님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구원을 부탁한다.
마을을 위험에 빠뜨리는 늑대가 나자리노임을 안 주민들에 의해 크리셀다는 나자리노 대신 사람들의 총을 맞고 죽는다. 그리고 나자리노 역시 크리셀다의 뒤를 따라 총탄에 맞아 죽는다. 결국, 나자리노와 크리셀다는 마을 사람들에게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여기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아들, 딸을 막론하고 7번째 자녀가 악마와 관련되어 있다는 미신은 스페인, 포르투갈,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 라틴 문화를 지배하는 뿌리 깊은 전승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1920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모든 7번째 아들들의 대부가 되고 세례와 함께 그들에게 금메달을 수여하는 동시에 그들이 21세가 되기까지 장학금을 지급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곤욕을 치뤘다. 이로 인해 7번째 아들에 대한 유기는 종식되었지만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모든 7번째 아들들의 대부가 되는 것은 아직도 전통을 계승해 지속되고 있다.
남미에서 내려오는 토속적인 전설을 모태로 한 이 작품은 일곱 번째 아들은 보름달이 떠오를 때면 늑대로 변신한다는 아르헨티나 고유의 전설을 그린 내용으로 나자리노가 20살이 되던 해에 크리셀다와 사랑에 빠지게 되자, 사탄이 사랑을 포기하면 부귀영화와 저주를 풀어주겠다고 하지만 나자리노는 사랑을 선택한다.
영화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하느님이 "생겨라" 해서 탄생하였다고 생각한 사탄은 모든 인간이 그렇듯 "내가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는데……." 하는 인간의 원론적인 갈등을 갖고 있다.
원작자인 주앙 카를로스 치아페는 이러한 뿌리 깊은 7번째 아들의 악마와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을 완전 다른 각도에서 성찰하는 라디오 연속극 대본을 썼었는데 이를 레오나르도 파비오가 영화화한 것이 바로 영화 <나자리노>다.
'Nazareno'는 '나사렛 사람'을 뜻하며 'Cruz'는 '십자가'를 뜻해 이 영화 주인공인 7번째 아들의 이름 Nazareno Cruz를 우리말로 거칠게 옮기면 "나자렛 사람의 십자가" 또는 곧바로 "나자렛 사람 예수의 십자가"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예수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졌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 나자리노는 결국 악마의 구원을 위해서 십자가를 져야 했던 슬픈 영혼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영화는 그저 단순히 지순 지고한 사랑이야기나 또는 판타지에 그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주앙 카를로스 치아페와 레오나르도 파비오는 자신들만의 뿌리 깊은 비이성적인 문화적 전승과 계승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반성과 성찰을 이 영화를 통해 전 아르헨티나인들에게 촉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1974 년 아르헨티나 개봉 시 총 340만의 아르헨티나 국내 관객을 동원해 현재까지 아르헨티나 국내 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을 36년째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만의 뿌리 깊은 비이성적인 문화적 전승과 계승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반성과 성찰이 갖는 이 영화의 의미와 힘을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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