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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예술과 인간의 희망을 이야기한 영화 <피아니스트 The Pianist>

by 언덕에서 2012. 1. 11.

 

 

예술과 인간의 희망을 이야기한 영화 <피아니스트 The Pianist>

 

 

 

 

이 영화 <피아니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자서전 <피아니스트 The Pianist>를 2002년 영화화한 것이다. 폴란드의 거장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가 감독을 맡았고, 애드리언 브로디, 토마스 크레슈만 등이 출연하였으며,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독일, 폴란드가 합작하였다. 쇼팽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속에서도 숨 막힐듯한 긴장을 느끼게 만드는 감동적인 영화이다.

 인류 역사 최대의 비극으로 기억되는 2차 세계대전은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여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6년간 계속된다.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역시 이 시기에 일어난다. 당시 유럽에 살던 유대인의 80퍼센트인 약 6백만 명이 학살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다. 유명한 유대계 천재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은 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한다. 그는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폴란드의 국보급 음악가이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의 불길이 한창 타올랐던 바로 그때, 스필만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다가 방송국이 폭격을 당하게 되고 그는 연주를 채 끝내지도 못한 채 피난길에 오르게 된다. 그간 유대인 강제 거주지역인 게토에서 생활하던 스필만과 가족들은 얼마 가지 않아 나치 세력이 밀려오자 죽음으로 가는 기차에 강제로 몸을 실리게 된다.

 기차에 오르려는 찰라, 유명한 피아니스트 스필만을 알아본 독일군인들은 그를 제지한고 가족을 죽음으로 내보내고 스필만은 간신히 목숨만을 구한다. 몇몇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치들의 눈을 피해 숨어 다니며, 폭격으로 폐허가 된 어느 건물에 자신의 은신처를 만들게 된다.

 

 

 

 

 허기와 추위, 고독과 공포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마지막까지 생존을 지켜나가던 스필만이지만 나치의 세력이 확장될수록 자신을 도와주던 몇몇의 사람마저 떠나자 완전히 혼자가 되어 자신만의 은신처에서 끈질기게 생존을 유지한다.

 어둠과 추위로 가득한 폐건물 속에서 먹을 거라곤 오래된 통조림 몇 개뿐인 은신생활 중, 스필만은 우연찮게 순찰을 돌던 독일 장교에게 발각되고 만다. 독일군은 한눈에 그가 유태인 도망자임을 눈치 챈다. 스필만에게 신분을 대라고 요구하자 스필만은 자신이 피아니스트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독일장교는 한동안의 침묵 속에 스필만에게 연주를 명령한다. 어쩌면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주가 될 지도 모르는 그 순간, 스필만은 온 영혼을 손끝에 실어 연주를 시작하고 그 덕택에 대학살에서 살아남게 된다. 몇 년 뒤 나치가 패전하고 상황이 바뀌자, 스필만은 그 장교를 찾아나서지만 다시 만나지 못한다.

 

 

 

 

 

 <피아니스트>는 유대계 폴란드인 피아니스트가 나치로부터 생존한 실화를 소재로, 폴란스키의 모국인 폴란드의 어두운 과거를 되짚은 영화로 특별히 흠을 잡긴 어려운 ‘웰 메이드 무비’지만, 반면 진일보한 주제의식이나 형식미를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전형적인 휴먼드라마다. 이 영화는 2002년 칸영화제 기간 동안 거의 유일하게 이 영화의 리뷰를 쓴 <버라이어티>의 토드 매카시조차 “올 경쟁부문 작품 중에서 가장 진부한 영화로, 전쟁과 홀로코스트를 다룬 기존의 영화보다 진정성과 통찰력이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다”고 평했다. 오히려 작품의 면모보다는 감독 본인의 고통스런 과거에 대한 ‘살풀이’로서의 의미에 주목할 만했다고 이야기하는 평자도 있었다. 일반 시사회장에서 많은 관객을 울게 만든, 그러나 칸보다는 오스카에 어울릴 법한 영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 <피아니스트>는 기존의 홀로코스트 영화와는 달리 예술과 인간의 진실에 더욱 치중한다. 즉, 유대인과 나치는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 항이 아니라는 사실, 인간은 혈통과 이데올로기로 구분 짓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존재라는 사실을 영상으로 표현한다. 또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인 스필만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폴란드 출신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자전적 체험이 반영된 영화이기도 하다. 폴란스키는 어린 시절 유대인 어머니가 강제 수용소의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는 불행을 겪었다. 이 영화는 대학살을 다루고 있지만, 학살 자체를 영상화하여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대학살의 회오리 속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고통을 당하고 생존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음악을 통한 교감과 희망을 긴장감 있게 전해주는 감동적인 영화이다.

 


 제75회 아카데미시상식(2003) 남우주연상(애드리언 브로디), 감독상(로만 폴란스키), 각색상(로날드 하우드) 2002년 제5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고, 2003년 1월에는 전미영화비평가협회(NSFC)가 선정하는 최우수영화상·감독상·남우주연상(애드리언 브로디)·각본상(로널드 하우디)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