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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노후 문제에 관해 생각케 만드는 영화 About Schumidt <어바웃 슈미트>

by 언덕에서 2012. 1. 18.

 

 


노후 문제에 관해 생각케 만드는 영화 About Schumidt <어바웃 슈미트>

 

 

 

 

2002년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만들고 명배우 잭 니콜슨과 캐시 베이츠가 주연한 이 영화는 제목처럼 '슈미트씨에 관한 이야기'로 보험회사 중역까지 있다 정년퇴직한 슈미트씨의 노후 인생 이야기다.  이 영화 '어바웃 슈미트’는 노년기에 받을 상처와 그 치유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소재들을 구석구석 제기한다.

 평탄 그 자체의 인생을 살아온 잘 나가는 보험회사 중역 슈미트는 드디어 60대가 되어 정년퇴임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여유를 즐겨야 할 시기에 그는 갑자기 커다란 사건을 겪게 된다. 그것은 바로 평생을 함께해 왔던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사이가 소원해진 딸의 결혼이다. 이 영화는 탄탄대로에서 갑자기 험난하고 울퉁불퉁한 길로 내몰리게 된 한 남자가 지금까지의 자신의 인생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과정을 그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보험회사에 다니던 슈미트는 퇴직을 한 뒤 아내와의 편안한 노후를 생각한다. 평생을 몸담았던 회사에서 물러난 슈미트(잭 니컬슨)에게 하루 24시간은 길기만 하다. 우연을 가장해 전 직장을 찾아가 후임자에게 "뭐 도와줄 일 없느냐"고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말은 청천벽력이 따로 없다.

 "모든 일은 잘 돌아가고 있어요."

 자신의 청춘과 인생을 모두 바친 직장이 ‘나’ 없이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고 있다니 섭섭하기 그지없다. 쓸쓸히 집으로 돌아온 그에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아내에게 여전히 멋진 남편으로 남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한다.

“내가 가서 그 애송이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왔지.”

 그러나 그가 처한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TV는 그의 유일한 친구가 됐고,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해 소액을 기부하고 양부모가 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수록 아내에 대한 불만도 커진다.    열심히 일하느라 변변한 여행 한 번 가지 못하고 살았던 그는 캠핑카를 사서 아내와 여행을 하면서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기로 작정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내는 죽고 만다. 아내를 떠나보낸 후, 혼자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된 슈미트는 어느 날 할인점에서 대량의 쇼핑을 한다. 슈미트는 자신이 끌고 온 거대한 RV에 물건을 가득 채우지만, 중요한 품목 몇 개를 깜빡하고 만다. 상처가 날 때 바를 연고 하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로움을 느낄 때 달래줄 유일한 친구인 술을 사오지 않은 것이다. 다시 할인점에 들어가 연고와 술을 집어온 슈미트는 계산대에 길게 늘어선 줄이 귀찮아 막바로 출구로 나오다가 직원에게 들키고 만다. 결국 그는 절도죄로 꼼짝없이 유치장에 갇혔다가 밤이 되어서야 풀려나오고 만다. 그런데 슈미트는 자신을 그리도 아껴주었던 아내에게 그동안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유품을 정리하면서 알게 되어 허탈감에 빠진다. 그러한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하나 있는 딸에게 함께 살자고 청하지만 딸은 자신의 삶을 강조하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부녀간이지만 참으로 냉정한 현실이다.

 

 

 어느 날 그는 아프리카에 사는 어린이에게 그를 후원하는 편지를 쓰게 된다. 슈미트는 그 아이에게 현재 그가 처한 외로움의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그가 보내는 후원금과 편지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슈미트 자신을 향해 보내는 구조 신호처럼 보인다.

 마침내 그는 커다란 캠핑카를 준비해 살림살이를 싣고 여행길에 오른다. 쓸쓸한 여정이 시작된다. 커다란 캠핑카를 끌고 이곳저곳을 방문하지만 그를 반겨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그가 향한 곳은 '고향'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은 상점으로 변해 있고, 기억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는 다시 차를 돌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외동딸을 찾아간다.

 피붙이인 딸 또한 냉정하다. 딸은 건달 같은 녀석과 결혼하겠다며 고집을 피운다. 그는 사돈이 될 사람과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지만 그런 행동 마저도 가슴 한 켠을 쓸쓸하게 만들 뿐이다. 결국 그는 쓸쓸하게 혼자가 되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딸은 결혼식을 강행하고 슈미트는 결혼식 당일 속에 없는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고개를 떨어뜨리며 혼자 쓸쓸히 집으로 돌아간다.


 

 

 슈미트씨가 딸의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탄자니아의 꼬마에게서 온 편지를 읽는 대목이 마지막 장면이다. 글을 모르는 탄자니아 꼬마는 글 대신 그림을 그려서 보내는데 그 그림을 보는 슈미트는 눈물을 쏟는다. 여기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회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노후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판단된다. 시대가 지나면서 우리의 생명은 의학발전에 의해 조심씩 연장될 것이다. 그러면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고독과 소외라는 병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슈미트 또한 그 어떤 약으로도 치료될 수 없는 외로움이라는 병과 싸우고 있지 않은가?  영화 속에서 슈미트씨는 나름대로 자신의 외로움과 상실감을 극복해 보려 하지만 잘 안된다. 그나마 그가 만족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TV 광고 프로그램에서 우연찮게 보게 되어, 탄자니아의 한 꼬마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편지를 쓰는 뿐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슈미트의 부인인 헬렌이 갑자기 죽어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이 나온다. 한데 슈미트는 부인의 관을 싸구려로 맞추게 되고 그것을 딸이 알게 된다. 딸은 아버지를 위해 40년 넘게 고생해온 어머니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슈미트는 왜 싸구려 관을 샀을까? 돈이 아까워서, 아니면 부인을 사랑하지 않아서? 아니다. 혼자 남겨진 자신의 삶 때문이다. 

 루이스 베글리의 소설이 원작인 <어바웃 슈미트>는 미국 중산층 남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위트 있게 보여준다. 슈미트의 말, 몸짓, 표정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지만, 코미디는 한결 같이 냉소와 회한을 수반한다. <어바웃 슈미트>는 당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골든글러브 3개 부문과 LA비평가협회상 4개 부문을 휩쓸었었다. 여러 번 보아도 우리의 마음을 매번 새롭게 위무해주는 이 영화와 함께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연말을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영화가 정말 괜찮은 영화인 이유는 관객들 스스로 자신의 삶 속에 있는 기억과 경험을 불러일으킨다는데 있다. 항상 여유만만하게 정도를 걸어오던 사람이 우발적으로 절도를 저지르게 되는 이 상황은, 갑자기 인생의 방향과 균형을 잃어버린 한 인간의 단면을 서글프게 보여준다.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는 장면임에도 다양한 표정과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캐릭터의 심리를 표현하는 니콜슨의 연기력은 압권이다.


 2003년 제60회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잭 니콜슨), 작품상, 각본상, LA비평가협회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