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지드 중편소설 『전원교향곡 (La Symphonie pastorale)』
프랑스 소설가 A.지드(Andre Gide.1869∼1951)의 중편소설로 1919년 발표되었다. “정말로 땅은 새들이 노래하는 것처럼 아름다운가요? 사람들은 왜 그 이야기를 더 해주지 않는 걸까요?”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 제르트뤼드는 자신을 돌보는 목사에게 간절하게 묻는다. 목사는 그녀에게 위로하듯 대답한다. “눈이 보이는 사람들은 새들의 노래를 잘 듣지 못한단다.” 제르트뤼드는 목사의 인도를 받으며 전원에 나가 보통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전원의 교향악, 대지의 교향곡을 즐겨 듣는다. 환희와 은총에 젖어 든다. 그녀의 영혼에 은혜의 빛이 깃든다.
자유인 지드는 그리스도 자신의 말 가운데에는 계율이나 금지는 없으며, 그리스도가 가르치는 것은 오로지 사랑이라고 해석하였으나, 이 해석도 좌절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따라서 만일 소녀가 목사의 아들에 의하여 개종(改宗)하지 않았더라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평자는 소녀가 가톨릭교적인 죄악감의 희생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지드의 문제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완벽한 문체는 더욱 이 소설을 빛나게 하고 있다. 앙드레 지드는 194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목사는 의지할 곳 없는 무지한 장님소녀를 얻어 키우는 동안에 자기도 모르게 소녀를 사랑하게 되며 목사의 아들도 사랑을 느끼게 된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그녀가 목사의 도움으로 말하게 되고 세상과 인생을 알게 된다. 은총을 알게 되고 마침내 인간적인 사랑도 알게 된다. 사랑 때문에 마침내 죄를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죽음을 택하고 만다. 수술로 육체의 눈을 뜨게 되었지만, 사랑 때문에 영혼의 눈을 잃게 되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목사의 감화로 인생을 아름다운 것으로 믿어왔던 소녀는 수술로 눈을 뜨게 된 후, 자기가 진실로 사랑한 것은 목사가 아니고 그의 아들이었음을 깨닫고 목사 집안의 행복을 위하여 자살한 것이다. 그리고 목사는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 있던 에고이즘을 발견하고는 기도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전원교향악』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감미로우면서도 삶의 장중한 무게가 실려 있는 작품이다. 눈이 멀었을 때 제르트뤼드는 죄를 몰랐다. 영혼의 희열 속에서 사랑의 충만감을 만끽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계속 눈이 멀었더라면’ 하고 역설적으로 소망할 정도로 이제 눈뜬 그녀는 사랑의 상실감과 죄의식에 시달린다. “전에 법을 깨닫지 못할 때는 내가 살았더니 계명(종교, 도덕상 꼭 지킬 조건)이 이르매 죄는 살아나고 나는 죽었노라” 는 성 바울의 말씀 구절 그대로다. 눈멀었을 때 그녀는 목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눈뜨고 보니 그녀가 사랑한 것은 목사가 아닌 아들 자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목사를 사랑할 수도, 이미 가톨릭으로 개종해 신부가 된 자크를 사랑할 수도 없는 제르트뤼드는 무척 괴로워한다. 결국 그녀는 죽어 목사 곁을 떠나고, 아들 자크는 개종하는 것으로 목사 곁을 떠난다. 목사는 마음의 황무지를 절감한다.
♣
목사는 눈먼 소녀 제르트뤼드에게 타인의 행복을 손상시키는 것과 자신의 행복을 훼손시키는 것은 인생의 죄악이라고 가르치려고 했던 사람이다. 제르트뤼드와의 사랑이 아내 아멜리의 행복을 파손시킨다면, 그것은 죄악이 되고 타자의 윤리에도 어긋난다. 제르트뤼드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자크가 가톨릭 성직자의 길로 나서 결혼할 수 없는 사이가 되긴 했지만, 그를 사랑하는 것은 곧 목사의 행복을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결국 자기의 행복을 손상시키고 만 것이다.
자유인 지드는 그리스도 자신의 말 가운데에는 계율이나 금지는 없으며, 그리스도가 가르치는 것은 오로지 사랑이라고 해석하였으나, 이 해석도 당시의 사회적, 종교적 분위기에 압도 당해 좌절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따라서 만일 소녀가 목사의 아들에 의하여 개종하지 않았더라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즉 소녀는 가톨릭교적인 죄악감의 희생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문제작인 동시에 완벽한 문체의 주옥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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