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장편소설『페터 카멘친트(Peter Camenzind)』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의 출세작이 된 장편소설로 1904년 발표되었다. 한국에서는 <향수(鄕愁)>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페터 카멘친트(Peter Camenzind)』는 전편에 젊은 시절의 헤세의 모습을 방불케 하는 내용이 생생하게 묘사된 서정적인 교양소설로. 스위스 고산 지대의 니미콘 호반 마을에서 자연아로 성장한 페터의 어린 시절부터의 정신적 발전을 묘사한 자서전적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헤르만 헤세의 첫 장편 소설인 이 작품은 헤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지만, 청년기 내내 소설가가 되고자 했던 그를 어엿한 작가로 인정받게 한 뜻깊은 작품이다. 또한 헤세는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자신의 문학적 역량과 잠재력을 분명히 드러냈을 뿐 아니라, 장차 자기가 나아갈 인생의 진로와 세계관, 신념과 예술에의 의지를 함축적으로 선보였다. 따라서 헤르만 헤세의 문학적 토대이자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이 장편 소설은, 앞으로 등장할 그의 모든 예술적 성취를 예고하는 결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마을 사람들이 전부 ‘카멘친트’라는 같은 성(姓)을 공유하는 산골에서 태어난 페터 카멘친트는 농부나 목동이 되어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에 불만을 느끼고 고등 교육과 도회지에서의 성공을 갈망한다. 이후 페터는 마을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회지의 대학으로 진학한다. 그러는 사이에 그의 문학적 재능이 인정되어 문필생활을 시작하고, 젊은 음악가와의 교우, 첫사랑 등 생활체험을 통해서 도시문명의 허위를 깨닫고, 자신의 소명은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문학을 매개로 하여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이라고 인식한다.
마침내 시인이 되기로 결심한 페터 카멘친트는 갖가지 부류의 사람들과 친구를 만나 드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한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결국 실연하고 만다. 그는 온갖 체험을 거듭하다가 곱추인 보피 소년에게서 참다운 사랑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된다.
마침내 늙은 부친이 앓는다는 소식을 듣고 페터는 고향으로 가서 부친이 경영하던 술집을 맡기로 결심한다. 그곳이 바로 자기에게 알맞은 장소라는 점을 깨닫는다. 페터는 속물적이고 이질적인 세상과 분투하다가 끝내 화해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오히려 세상과 충돌하고 난 뒤에 적막한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내면으로 더욱 침잠해 들어간다.
높디높은 산에 둘러싸여, 저 멀리서 불어오는 푄에 열병을 앓아야 했던 한 시골 소년이 학문과 예술을 접하고, 사랑과 우정 그리고 죽음과 구원을 체험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어쩌면 서랍 속에 넣어 둔 시인으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이 이야기는, 질풍노도의 청춘을 보낸 헤르만 헤세의 자화상인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한때 겪었을, 혹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되는 벅찬 젊음의 찬란한 잔영이다.
헤르만 헤세는 1904년에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고, 스위스의 보덴 호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사를 간다. 여기서 그는 시를 쓰는데 전념했고, 1923년에는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이후 초기의 낭만적 분위기의 작품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인도 여행을 통한 동양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의 야만성에 대한 경험, 그리고 전쟁 중 극단적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문학계의 비난과 공격, 아내의 정신병과 자신의 병 등 힘들어져가는 가정생활 등은 그를 변하게 만든다. 그는 정신분석학에서 출구를 찾으려하는데 융의 영향을 받아서 이후로는 '나'를 찾는 것을 삶의 목표로 내면의 길을 지향하며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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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러한 상황에서 헤세가 작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된 첫 번째 작품으로서 고독과 방랑의 시인 헤세에게 확고한 문학적 지위를 안겨주었다. 내용은 헤세 자신의 청년 시절의 추억을 솔직하게 묘사한 자전적 소설이다. 메마른 도시의 삶에 회의를 느끼며 방황하던 주인공이 삶의 기쁨이 되는 친구를 만나지만 헤어지고, 사랑하는 여인을 찾았지만 역시 잃어버리는 아픔을 경험하고는 다시 고향인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애를 탐구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와 깊이 연결된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의 문제를 끊임없이 사색한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헤세의 모든 작품에 일관되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하다. 내면의 변화를 주제로 오랜 작품세계를 그려온 작가로 자기 탐구를 거쳐 삶의 근원적 힘을 깨닫게 되고 관조의 세계를 발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해 나가는 모습들을 주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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