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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아나톨 프랑스 장편소설 『타이스(Thais)』

by 언덕에서 2011. 12. 2.

 

아나톨 프랑스 장편소설 타이스(Thais)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1844∼1924)의 장편소설로 1890년 간행되었다. 플로베르의 <성 앙투안의 유혹>에서 착상을 얻어 쓴 작품으로, 자신의 영적 구원을 위해 사막에서 험난한 고행을 거듭하는 수도원장 파프뉘스가 탕녀 타이스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지만 자신은 도리어 악마의 유혹에 빠져 파멸의 길을 걷는다는 이야기이다. 4세기말 원시기독교시대의 이집트를 배경으로, 수도승 파프뉘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사막의 고행승 파프뉘스가 무희 타이스를 개종시키려다가 오히려 그의 매력의 포로가 되어, 필사적인 고행의 보람도 없이, 흡혈귀와도 같은 형상이 되어 그 여자에게 달려갈 때, 그 여자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아 막 승천하려는 찰나였다는, 정열 전환의 아이러니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아나톨 프랑스는 소설 <실베스트르 보나르의 죄>, 『타이스』, <붉은 백합> 등으로 명성을 떨쳤다. 5년 동안 정기적으로 문예 시평을 썼으며, 극평에도 뛰어났다. 1896년 아카데미 프랑세스 회원에 선출되었고, 1910년에는 철학적인 풍자 소설을 썼으며, 제1차 세계 대전 후에는 평화주의를 강조하였다. 192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드레퓌스 사건 당시 에밀 졸라 등과 함께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며 반유태주의와 반드레퓌스파에 맞서 싸웠다. 훗날 에밀 졸라가 의문의 가스중독 사고로 죽었을 때 그의 장례식에 참석해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에게 바치는 경의 〉라는 명문의 조사를 바쳤다. 드레퓌스의 유죄를 주장하며 끝없이 반유태주의를 퍼뜨리던 로마 가톨릭 교회는 에밀 졸라의 모든 작품들과 함께 아나톨 프랑스의 모든 작품들을 금서 목록(Index Librorum Prohibitorum)에 올렸다.

 

알렉산더 대왕에게 페르세폴리스 궁에 불을 낼 것을 요청하는 타이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기원 4세기경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유명한 발레리나 타이스와 사막에서 금욕 생활을 하고 있는 성자 파프뉘스이다. 어느 날, 파프뉘스는 사막에서 환상으로 아름다운 무희를 보게 되는데, 그 여자를 개종시켜 죄에서 구해 내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타이스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 즈음 타이스는 죽음과 늙음에 대하여 공포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파프뉘스가 말하는 영원한 삶과 영적인 사랑에 깊이 감동한다.

 파프뉘스는 타이스에게 직업을 버리고 재물을 버린 뒤, 사막에 있는 수녀원에서 도를 닦도록 권고한다. 타이스는 그 말에 따른다. 파프뉘스는 자기 사명을 다하고 사막에 돌아와 다시금 수도 생활에 들어가려 하나, 그의 마음에는 밤낮으로 타이스의 아름다운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이었다. 고민한 결과 거기에서 헤어나려고 높은 기둥 꼭대기에 올라가 살며 고행을 한다.

 그런 그에게 타이스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 소식을 듣고 파프뉘스는 다시 고민한다. 설령 지옥에 떨어지는 한이 있을지라도 타이스의 사랑을 받아 보았으면 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미친듯이 타이스로 하여금 일찍이 그 자신이 설교한 영원의 삶으로부터 다시금 속세로 돌아오게 하려 애쓴다. 그러나 타이스는 그의 하소연에는 아무런 주의도 쏟지 않고, 또한 그의 지상적인 정욕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거룩한 죽음을 맞이한다. 타이스의 임종을 지켜보는 파프뉘스의 얼굴은 타오르는 정열 때문에 무섭도록 일그러진다. 추한 그 모습을 본 수녀들은 "흡혈귀! 흡혈귀!" 하고 외치며 그의 곁에서 달아난다. 파프뉘스는 자기 얼굴에 손을 대어보고 자기 꼴이 몹시도 흉측하게 되었음을 느낀다. 

 

타이스. 보스턴 리릭 오페라의 무대. 소프라노 켈리 카두스(타이스), 바리톤 제임스 웨스트맨(나다나엘)

 

 이 작품에서 성스러움 속에서 비천함을, 비천함 속에서 성스러움을 찾으려는 작가의 풍자적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원시 그리스도교 시대의 묘사와 나일강변의 풍경 묘사도 아름답다. 마스네가 오페라로 만들어 94년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되었다.

 파프뉘스가 살던 시대의 성스러움은 모든 인간적인 욕망을 절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었고, 그는 그런 기준에 부합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낀다. 하느님의 존재를 모른다고 이해할 수 없었던 팔레몽보다도, 자신이 구원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타이스보다도, 그의 삶에 염세적이고 회의적이던 니시아스보다도 누구보다도 절제된 생활한 그는 왜 영원의 삶을 얻지 못한 것일까?

 작가인 아나톨 프랑스는 이에 대해, 파프뉘스의 독백을 통해 이렇게 답한다. "인간의 사랑만큼 참되고 진실한 것은 없다". 신이 존재한다면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은 구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신의 영역이 인간을 구원 보살피는 것이라면, 인간의 영역은 같은 인간을 구원하기보다는 서로를 사랑하고 보살피며 살아가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이런 인간적인 욕망을 억압하지 않고 직시하며 인정해야만 행복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회의주의자인 작가가 그리스도교를 비판하려는 의도에서 쓴 것이 아니라, 모든 관념적 이론을 떠나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율동을 느끼는 마음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직 인간과 인간의 행복에만 가치를 두고자 하는 고전적 의미에서의 모랄리스트로서의 작가의 면모가 돋보인다. 이 작품에서 성스러움 속에서 비천함을, 비천함 속에서 성스러움을 찾으려는 작가의 풍자적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원시 그리스도교 시대의 묘사와 나일강변의 풍경 묘사도 아름답다.

 『타이스』는 오페라로도 유명한데, 유명한 문호 아나톨 프랑스의 소설을 소재로 해서 마스네가 작곡한 3막 7장의 가극으로, 1894년 3월 16일에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명상곡 제2막 제1장과 제2장의 중간에 연주되는 곡에서, 아타나엘이 타이스의 개심을 재촉하자, 타이스는 ‘사랑이냐 신이냐, 이 곡은 육체인가 영혼인가’ 하며 번민한다. 타이스의 마음을 말해 주는 곡이기도 하다.

 

 

 


   

☞ 타이스(T나카지마 아스시 단편소설 『산월기(山月記)』.?∼?) : BC 4세기말 활동한 아테네의 고급 창녀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를 침공할 때 원정군과 함께 돌아다녔다. 타이스는 술잔치가 벌어진 자리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부추겨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인 페르세폴리스에 불을 지르도록 했다는 일화가 있다.

 드라이든이 쓴 <알렉산드로스의 향연>의 주제인 이 일화가 사실인지는 의심스럽다. 이 이야기는 클레이타르코스의 저서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전기를 쓴 역사가들 가운데 가장 믿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세폴리스에 불을 지른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인 듯하다.

 그리스와 로마의 희극 작품에 나오는 창녀의 이름이 타이스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스도교에도 타이스라는 이름의 성녀(聖女)가 있는데, 이 타이스는 창녀 노릇을 하다가 회개해 성녀가 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허구일 가능성이 많다. 이 이야기는 아나톨 프랑스의 소설 <타이스>(1890)와 쥘 마스네가 작곡한 오페라 <타이스>(1894)의 소재로 이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