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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첫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영화 <집으로 가는 길>

by 언덕에서 2011. 11. 9.

 

 


첫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영화 <집으로 가는 길>

 

 

 

 

 

1999년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색채 미학이 한껏 발휘되어 눈부신 자연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다. 가을날의 노랗고 붉은 단풍 사이로 보자기에 찐만두를 담아 들고 연인을 향해 달려가는 소녀가 있다. 흰 눈이 온 세상을 덮은 날, 빨간 옷을 입고 눈밭을 달리는 배우 장쯔이의 모습이 뇌리 속 깊이 남아있는 첫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영화이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여배우 장쯔이가 주인공 소녀 역을 맡았고 순홍레이가 선생님 역을 맡은 이 작품은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졌으며 5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장이머우), 심사위원대상(장이머우)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루오 유셍은 평생을 한 곳에서 교사로 지내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시골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의 아버지는 낡은 학교를 다시 세우기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러 타 지역에 갔다가 객사했던 것이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아들에게 전통 장례를 치러 줄 것을 간곡하게 청한다. 전통 장례를 거행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제약이 따르지만 어머니의 뜻대로 따르기로 한다. 부모의 사랑을 떠올린 아들은 전통 장례 의식이 “집으로 오는 길을 잊지 말라”는,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당부임을 깨닫고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을 회상하며 손수 장례용 베를 짜는데 아들이 보기에는 어머니의 그러한 행동은 고식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그 옛날, 떠나버린 선생님을 그리며 기다렸던 소녀시절의 모습과 맥이 닿아있다. 그리고 영화는 어머니의 소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낡은 시골학교에 젊은 남자 선생이 부임해 온다. 소녀는 선생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사랑하게 된다. 도시에서 시골마을로 온 스무 살의 앳된 교사 아버지와 마을토박이였던 열여덟 살의 어머니는 첫눈에 사랑을 느끼고, 수줍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총각 선생은 정치적인 문제에 얽혀 도시로 가버렸지만, 소녀는 가을과 겨울을 마을 입구에서 내리 기다린다.

 눈보라가 쏟아지는 추운 겨울, 소녀는 선생이 떠난 길목에 서서 하루도 쉬지 않고 그를 기다린다. 소녀는 날이 갈수록 야위어 가고 결국 쓰러지고 만다. 눈먼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걱정은 그녀의 신열은 선생을 만나가 전에는 결코 떨어질 것 같지 않기에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은 시골학교로 돌아와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재회한 다음 다시는 헤어지지 않았다.

 

 

 


 1950년대 연인의 사랑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은 단순한 이야기가 발휘할 수 있는 감동의 극한을 시험하고 있다. 영화는 아버지의 부고를 들은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만나는 데서 시작한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마을 길목까지 관을 둘러메고 걸어오는 전통 장례 절차를 고집한다. 아들은 간소하게 무리 없이 치르자고 설득해 보지만, 어머니는 “네 아버지를 그렇게 보낼 수는 없다”며 뜻을 꺾지 않는다. 아들은 오래된 사진 속에서 젊은 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고, 그들의 옛이야기를 떠올린다. 중국의 전통, 고유한 정서와 이미지가 어우러진 구식 러브스토리에 이상하게 가슴이 짠해졌다는 고백은 국적을 막론하고 모든 관객들 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집으로 가는 길>(我的父親母親)은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이라는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섬세한 심리의 결을 녹인 유려한 영상에 담아낸, 소박한 동시에 화려한 영화다.

 

 

 추억의 빛은 결코 바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인지, 오늘이 건조한 다큐 느낌의 흑백인 반면, 어제는 황홀한 만큼 아름다운 총천연색이다.  영화에서 아버지를 잃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버지의 장례에 쓸 물건을 손수 만드는 어머니 곁에서 아들은 참사랑을 배웠을 것이다. 유독 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를 사랑했다는 어머니를 위해 아들은 아버지처럼 하루 동안 학교에 나가 학생들과 글을 읽는다. 인스턴트 사랑, 원 나이트 데이트 등의 식상한 단어가 난무하는 시대에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