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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아름답지만 슬픈 영상, 흥겨운 음악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지붕 위의 바이올린>

by 언덕에서 2011. 10. 19.

 

 

 

아름답지만 슬픈 영상, 흥겨운 음악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지붕 위의 바이올린>

 

 

 


1971년 노만 주이슨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롱런 기록을 수립한 뮤지컬을 영화화한 것으로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유태인 유목민들의 생활을 그렸다. 그속에서 엄격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는 세 딸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원작은 숄렘 알레이헴(Sholem Aleichem)이라는 작가가 쓴 <테비에와 그의 딸들>(Tevye and his Daughters)이다. 그가 쓴 고통스러운 과거의 삶이 흔적들이 낙관적인 뮤지컬이 되었다. 감독 노먼 주이슨은 인종 문제를 다룬 두 편의 대표작을 남겼다. 유대인 문제를 희망적으로 그려낸 <지붕 위의 바이올린>과 흑백 문제를 다룬 <밤의 열기 속으로>가 그것이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 토폴과 시드니 포이티어의 연기가 뛰어나다. 두 배우 모두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인종 문제를 잊지 않게 만든다.

 이 영화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유태인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교과서적인 영화로 여겨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 뮤지컬 영화는 유태인들의 생활과 풍습, 기질을 비롯해서 그들의 내면적인 신앙과 생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외적인 억압(러시아 혁명과 유태인에 대한 핍박)과 변화하는 시대(사랑으로 대변되는 딸들의 가치관 변화) 속에서도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깊은 신앙심으로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 깊은 영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05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방의 작은 마을 유태인 부락에서 우유가공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테비에는 가난한 삶에도 불구하고 신앙심이 깊은 남자. 그는 수다스런 아내 고르데와 다섯 명의 딸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장녀 짜이텔이 아버지와 상의도 없이 양복점 직공을 사랑한다며 그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테비에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딸아이의 의지를 꺾을 수 없는 처지라 결혼을 승낙하고 만다. 그런데 결혼식이 열리는 식장으로 러시아 경관이 들이닥쳐 식장은 수라장이 되고 만다. 러시아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장녀의 결혼을 마쳤지만 이번에는 둘째딸이 가난한 밀본과 결혼을 하겠다고 나서고, 또 셋째까지 러시아 청년과 사랑에 빠져서는 몰래 도망쳐버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러시아의 정국은 더욱 악화되고, 그 여파는 아나태프카의 마을에도 밀어닥친다. 유태인 퇴거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결국 테비에를 비롯한 유태인들은 정든 땅을 버리고 미국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마을을 떠나간다.

 


 이 영화에서 바이올린은 생존에 대한 은유이며 미래에 대한 상징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음악이 희망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의 배경은 1905년 제정 러시아 시대의 유대인 마을이다. 해가 뜨고 진다. 지붕 위에서 한 남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테비에(토폴)는 관객들에게 직접 얘기를 건네듯이 마을에 대해 설명한다.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향이기 때문이다. 경사진 지붕 위에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 나름대로 마을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영화 전편에 흐르는 테마곡이기도 한 'Tradition'이 합창으로 울려 퍼지고 마을 풍경이 그려진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들. 아이들이 태어나고 생활하고 자란다.

 마을 사람들끼리의 만남, 교회, 푸줏간, 시장, 중매쟁이, 거지, 랍비, 그렇게 정겨운 유태인 마을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러시아 사회를 보여준다. 그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또 서로 괴롭히지 않으면서 살고 있음을 역시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속 무대인 아나테프카(Anatevka)는 샤갈의 고향 비테프스카를 연상시킨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바이올린 연주는 아이작 스턴이 맡았다. 그 역시 우크라이나 땅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이다.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슬프게 화면 가득 흐르는 바이올린 소리만으로도 극장에서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화면 위에 흐르는 아이작 스턴의 바이올린 선율.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지는 영화이다. 영화를 위해서 음악을 총지휘한 것은 존 윌리엄스인데, 그의 1970년대를 여는 작품이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 아름답지만 슬픈 영상, 꿈처럼 아련한 장면들, 흥겨운 음악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뮤지컬로 볼 때나 영화로 볼 때나 여전히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제2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1972) 남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제2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1972) 작품상-뮤지컬코미디, 제4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1972) 음악편집상,  제4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1972) 음향상,  제4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1972) 촬영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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