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한 남자의 인생역정 <인생 (Lifetimes)>

by 언덕에서 2011. 10. 25.

 

 

한 남자의 인생역정 <인생 (Lifetimes)> 

 

 

 

 

 

 

 

 

 

 

중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역정을 그린 영화로 1994년 상하이영화제작소(上海電影製片廠)의 후원으로 만들었다. 장이머우(張藝謀)가 감독하고, 궁리(鞏莉)와 거여우(葛優)가 주연을 맡았다.

 중국 작가 위화(余華)가 쓴 소설 <활착(活着)>이 원작으로, 중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40여 년에 걸친 인생역정을 그렸다. 1994년 제4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40년대 중국, 푸구이(福貴: 거여우)는 지주의 아들이다. 경제적 풍요는 물론이요 아름다운 아내까지 얻은 푸구이는 부러울 것이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 그는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다. 집문서가 넘어가던 날, 아버지는 충격으로 숨을 거두고 남편의 도박을 만류하던 아내 자전(家珍: 궁리)는 임신한 상태로 딸 봉화를 데리고 집을 나가 버린다.  

 재산을 잃은 충격으로 아버지는 죽고, 푸구이는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남의 집 문간방에 세 들어 살게 된다. 그러나 곧 아내가 봉화와 출산한 유경을 데리고 돌아오면서 그는 밥벌이를 위해 그림자극을 하며 끼니를 이어간다. 그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편한 날들을 보낸다.

 그러나 1949년, 국민당과 공산당 간에 내전이 시작되자 푸구이는 국민당 군대에 끌려가 군인들을 위해 그림자극을 연기한다.

 어느 날 추위에 떨며 일어나 보니 눈으로 뒤덮인 들판 위에는 국민당 군인들의 시체가 가득하고 눈이 녹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공산군이 들판을 차지한다. 푸구이는 동료 춘생과 동고동락하며 공산당을 따라 다닌다. 공산군에게 그림자극을 보여주며 목숨을 유지하던 푸구이는 전쟁이 끝나자 가족들에게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내 자전은 벙어리가 된 딸 봉화와 아들 유경을 데리고 물 배달로 끼니를 연명하고 있었다.

 내전에서 장제스 국민당이 물러나고 마오쩌둥 공산당이 중국을 점령하게 된다.  얼마 후 중국에는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이 전개된다. 어느 날 푸구이는 끔찍한 일을 목격하게 된다. 도박 빚으로 자신의 집을 차지하여 지주가 된 용이가 동네사람들 앞에서 처형된 것이다. 여전히 지주였다면 아마 자신이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는 사는 게 두려워 진다. 그러니 전쟁 중에 받아둔 공산당 증명서를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다. 당을 위해 일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마오쩌둥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주들은 발붙일 곳이 없게 되었고 평범한 시민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무기를 만들기 위해 가정에 있는 모든 쇠붙이를 모을 정도로 당은 개인의 재산이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모두 함께 공장에서 일하며 오로지 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살 수 있다.  

 어느 날 그림자극을 하고 잇던 푸구이는 아들 유경의 사고 소식을 듣는다. 잠결에 학교에 불려간 아들은 담장에 기대 졸다가 후진하는 트럭에 부딪쳐 무너진 담벼락에 깔려 죽고 만다. 차의 주인은 공산당 간부가 된 그림자 극단의 옛 동료 춘생이다.

 다시 세월이 흘러 1966년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맞이한다. 그림자극의 주인공들이 황제나 가진 자들이라는 이유로 푸구이는 더 이상 공연을 할 수 없게 된다. 춘생은 평생 유경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다가 어느 날 사라진다. 딸 펑샤(鳳霞)는 다리에 장애가 있는 홍위병인 당 간부 청년 완얼시(萬二喜)와 결혼을 하게 되고 모처럼 푸구이와 아내 자전은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의사들이 반동분자로 몰려 쫓겨나고 새파란 학생들이 병원을 차지한 상황에서 딸 펑샤는 아이를 낳다가 과다출혈로 숨을 거둔다. 푸구이와 자전은 펑샤의 아들인 손자를 데리고 살아간다. 여기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인생>은 장이머우 감독의 <귀주 이야기>의 다음 작품으로 대만연대공사(-年代公司)의 투자와 상해영화제작소(上海電影制片-)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는데 상해에서 상영된 후 장이머우의 모교인 북경 영화 아카데미에서 후배들에게 먼저 보였다.

 

 


 중국의 한 농촌 부부가 반세기에 걸쳐 국공내전, 공산정권수립,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의 정치적 격동을 거치면서 겪는 희비를 묘사하면서 중국 공산당에 대해 비교적 냉정한 평가를 가하고 있다. 특히 문화혁명당시 홍위병 등에 의한 가혹한 민중 탄압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촬영이 끝난 뒤 서안영화제작소와 북경 영화학원에서 시사회를 가져 장 감독의 완숙한 연출 기법이 한층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검열 당국은 그 반대의 평가를 내려 상영 보류 결정을 내렸다.

 

 

 

 장이머우는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후보작으로 유력시 되었으나 중국 당국의 이 같은 태도 때문에 칸 행을 포기하고 대신 공리 등 주연 배우를 보내 득표 활동을 펼치게 한 일화가 전해진다.

 제목 그대로 이 영화는 한 인생의 여로를 따라가고 있다.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가진 자들은 부르주아로 낙인찍혀 숙청당하거나 처형되었다.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푸구이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갔다. 그가 지주로 그대로 남아 있었더라면 속임수를 써 푸구이의 전 재산을 빼앗은 용이처럼 처형을 당했을 것이다. 푸구이의 인생이 그러했듯이 우리의 삶 또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이 이 영화가 제시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남우주연상, 박애주의상 수상, 1994년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1994년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