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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세 여자의 반복적인 삶의 이야기 <디 아워스(The Hours)> 

by 언덕에서 2011. 10. 12.

 

 


세 여자의 반복적인 삶의 이야기 <디 아워스(The Hours)>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세 여인의 하루 동안의 삶을 그린 미국 영화로 마이클 커닝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2003년 스티븐 달드리(Stephen Daldry) 감독이 연출하고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줄리언 무어 등이 출연하였다.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 사는 세 여인들의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이다. 세 가지 이야기는 겉으로는 모두 다른 듯 보이지만, 주인공들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과 어떤 이미지로든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결국 모두 같은 세월을 살고 있다. 영화는 평화롭고 따사로운 6월의 어느 하루를 배경으로, 1923년, 1951년, 2001년이라는 3개의 시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세 여자의 디테일한 상황과 감정 묘사를 통해 한 시대를 살고 있는 누군가는 전 시대 누군가의 삶을 반복해서 사는 것 같은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마이클 커닝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1998년 출간된 이 소설은 1999년 펜포크너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소설 <디 아워스(The Hours)>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 내용을 바탕으로 두 명의 가공 인물과 실제 버지니아 울프의 삶,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 절묘하게 얽혀 있는 수작이다. 영화는 이런 원작 소설의 독창적인 구성을 고스란히 살려 빠르고 경쾌한 화면을 보여준다.

 제60회 골든글로브 작품상 및 여우주연상(니콜 키드먼), 제 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 여우주연상(니콜 키드만, 메릴 스트립, 줄리언 무어), 제75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니콜 키드만)을 수상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23년 영국 리치몬드 교외, 버지니아 울프는 집필 중인 소설 <댈러웨이 부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런던에서 방문한 언니와 짧은 만남을 가진 후 버지니아는 갑자기 가출하여 기차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따라온 남편 레너드에게 답답한 시골 생활을 벗어나 런던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레너드는 버지니아가 런던에서의 생활로 얼마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는지를 상기시키며 설득하지만, 버지니아는 삶을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며 이제는 런던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레너드는 버지니아의 뜻대로 런던에 간다.

 

 

 

 195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로라는 남편, 아들(2001년의 리처드)과 함께 평범하고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 남편 댄의 생일날 아침, 안절부절 못하며 남편을 위해 생일 케이크를 준비한다. 로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는 중인데, 친구 키티의 방문을 받은 후 문득 자신의 안락한 삶에 염증을 느끼며 가출, 자살을 기도한다.

 2001년 미국 뉴욕, 댈러웨이 부인이라 불리는 출판 편집자 클라리사는 옛애인 리처드의 문학상 수상 기념파티 때문에 아침부터 바쁘다. 그녀는 아침 일찍 리처드를 찾아가지만, 에이즈로 투병 중인 리처드는 파티에 가고 싶지 않다. 리처드와 헤어지고 나서도 그에게 계속 정성을 쏟아왔던 클라리사는 갑자기 자신의 노력이 모두 헛된 일인 것만 같아 파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스티븐 달드리의 <디 아워스>는 누구나가 느끼는 참을 수 없는 일상의 우울히 하나로 이어져 공명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삶의 긴장이 푹 꺼지는, 순간에 대한 영화다.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생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느껴질 때 스멀스멀 기어오던 감정이 온몸에 퍼져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것이 될 때, 사람들은 무언가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곤 한다. 결국 현실은 모든 것을 제자리로 정돈시켜 놓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진실이고 사람들의 심연은 분명 무언가가 확연히 달라져 있기 마련이다.

 

 

 

 

 재발한 우울증 증세로 런던을 떠나 요양 중인 버지니아는 기차역으로 뒤따라온 남편에게 자신은 적막한 리치몬드의 공기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절규한다. 외투 주머니 가득 돌멩이를 집어넣고 강물로 걸어 들어가기 전까지 버지니아의 절망이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 니콜 키드먼의 풍부한 감성 연기로 보이는 장면들은 인상적이다.

 또한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결혼 생활을 지속하던 로라 브라운 역시 둘째를 임신한 채 자살을 결심하고 호텔방을 찾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하지만 둘째를 낳은 그녀는 집을 떠나고 홀로 남은 아이는 평생을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강박으로 보내게 된다.

 에이즈에 걸린 옛 애인의 시중을 드느라 또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하루 종일 바쁜 나날을 보내는 클라리사는 바삐 돌아가는 시간과 움직임 속에서 어떤 불안을 예감하며 멈칫거리는데 결국 그날 오후 애인은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지고 만다.

 영화는 이렇듯 세 인물의 하루를 교차해 보여주는데 하루라는 매일을 겪는 동안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은 이 영화는 여성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겠다는 점이다. 남들이 보기엔 행복해야 할 그녀들이었지만, 그들 모두는 그렇지 않았다. 누구나 정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조금씩의 정신불안 장애를 가질 수 있고 가끔씩 자신의 삶과 일에 관련된 것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불안을 느낄 때가 많다.

 그것은 이 영화 속의 댈러웨이 부인의 경우이다. 그녀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 했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답답하고 불안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것은 대부분 남들이 바라보는 기준과 그로 인해 자신의 스스로를 압박하는 불안함에서 기인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죽음, 도피인생, 남편의 죽음 등의 결말을 맞는다. 그러나 관객이 아닌 주인공이 되어 영화 속으로 들어가서 그 시대의 댈러웨이 부인으로 대입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