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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봄날의 따뜻한 느낌 <전망 좋은 방>

by 언덕에서 2011. 9. 14.

 

 

 

봄날의 따뜻한 느낌 <전망 좋은 방>

 

 

 

 

 

이 영화는 영국의 작가 에드워드 포스터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작은 장편 소설로 1908년에 간행되었다. 이탈리아와 영국을 배경으로 집필되었고 한 여성의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이자 20세기 초반 영국사회에 대한 비평도 담겨 있는 작품이다. 포스터는 케임브리지대학교 재학 중 학내의 자유주의 그룹에 참가하였다. 빅토리아왕조의 도덕이나 가치관에 반발, 그리스 문명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혔다.

 그들의 모임은 나중에 ‘부룸즈버리 그룹’으로 발전하여 당시의 지도적 문화 서클이 되었다. 졸업 후 이탈리아로 가서 《천사가 두려워하는 곳에 Where Angels Fear to Tread》(1905), 《가장 길었던 여로(旅路) The Longest Journey》(1907), <전망 좋은 방 A Room with a View》(1908)을 썼다.

 1910년 그의 가장 원숙한 작품이라고 평가되는 <하워즈 앤드 Howards End》를 썼고, 또 1924년에 발표한 대작(大作) <인도로 가는 길 A Passage to India》에서는 동서 문명의 대립과 인간이해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그 밖에도 환상적인 작풍의 단편집, 여행기·전기·수필, 독창적인 소설론 《소설의 제상(諸相) Aspects of the Novel》(1927) 등의 논평 및 기타의 저작이 있다.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과 이스마일 머천스가 설립한 머천트 아이보리 프로덕션은 품격 넘치는 시대물로 유명하다. 유명 작가의 원작은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이 우아한 스타일로 명성을 얻었으며, 제임스 아이보리감독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고풍스러운 느낌은 그를 종종 유럽 출신 감독으로 오해하지만 그는 미국인이다.

 그의 대표작 <전망 좋은 방>은 영국이 자랑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빛을 발하는데 이 영화는 마치 책을 읽는 듯 챕터를 나누어 놓았다. 영화는 푸치니의 오페라 쟌니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잔잔히 흐르며 시작한다.

 지금도 이태리로 여행을 하면 누구나 아름다운 풍경과 매혹적인 분위기에 사랑을 꿈꾸게 된다. 특히 플로렌스에서는 경이로운 풍경으로 인해 더더욱 아름다운 추억이 뇌리에 남게 된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반의 우아하며 기품 있는 복장과 언어들이 아름다운 배경과 조화를 이루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스토리의 전개 또한 여성지향적인 섬세함이 넘쳐흘러 마음이 포근해지는 아름다운 걸작영화로 명성을 얻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부유한 집안의 딸인 루시 허니처치(Lucy Honeychurch: 헬레나 보헴 카터 분)는 나이든 사촌 샬롯(Charlotte Bartlett: 매기 스미스 분)과 이탈리아 플로렌스 지방으로 여행을 가, 그곳 베르톨리니 여관(Pensiene Bertolini)에 여장을 푼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창 밖에는 바다도 보이지 않는 등 전망이 좋지 않자 실망하고 만다. 이때 이들은 여관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중 자신들의 전망 좋은 방과 기꺼이 바꿔주겠다는 에머슨 부자(Mr. Emerson: 덴홈 엘리오트 분)를 알게 된다.

 

 

 루시는 말이 없고 늘 생각에 잠겨있는 청년 조지 에머슨(George Emerson: 줄리안 샌즈 분)에게 관심이 가지만 내색하지는 못한다. 혼자 관광에 나섰다가 끔찍한 싸움 장면을 본 루시는 그만 기절을 하고 우연히 근처에 있던 조지가 루시를 보살핀다. 두 사람의 연정이 구체화되기 시작하지만, 엄격한 샬롯은 루시를 데리고 서둘러 영국의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온 루시는 평소 사귀어오던 세실 바이즈(Cecil Vyse: 다니엘 데이-루이스 분)와 약혼을 하는데, 바이즈는 혼자 고고한 척 지성인을 자부하는 그런 타입이다. 재미있지는 않지만 평온한 생활을 하는 루시에게 뜻밖의 갈등이 시작되는데, 바로 이웃에 조지 에머슨이 이사 오게 되는 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루시는 왠지 모르게 조지 싫어진다. 어느 날 루시가 세실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것을 안 조지는 그가 루시와는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알려준다. 조지의 이런 뜻밖의 말에 자신과 약혼자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루시는 결국 이것을 깨닫고 파혼을 하지만, 조지와도 만나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지를 피하기 위해 멀리 그리스로 가려한다. 이런 상황으로 방황하던 루시를 만난 조지의 아버지는 곧 그것이 사랑임을 알려준다. 루시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고민이 결국 조지를 사랑함을 숨기려고 한 데서 왔음을 깨닫고 결국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키스’이다. 그들이 키스를 나눈 뒤에는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린다. 햇빛이 반짝거리는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어떤 비탈길, 양귀비꽃과 황금색보리가 너울거리는 바로 그곳에서 그들(루시와 조지)의 첫 키스가 이루어진다. 이 장면은 나중에 여주인공 루시의 회상 신에서 다시 한번 보임으로써 강조된다. 그리고 그들의 두 번째 키스신은 루시네 영국집 마당 울타리 옆 계단에서이다. 루시와 조지는 그녀의 약혼자인 세실이 읽게 되는 소설책 <로지아 아래에서>가 알고 보니 플로렌스에서의 그들의 첫 키스 신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당황해서 달려가는 루시를 조지가 쫓아가고, 뒤이어 달려오는 약혼자인 세실을 인식하면서 이루어지는 숨 막히는 순간의 키스이다. 그리고 영화는 당연히 해피엔딩이고 다시 그들이 처음 만났던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전망 좋은 여관방에서의 행복한 키스로 끝이 난다.

 

 

 이 영화에는 인상적인 대사가 무척 많이 등장하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낭만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아빠, 우리가 로마에서 본 게 뭐죠?” “아마 우리가 누런 개를 본 게 로마일걸” “내 경험에 의하면 이탈리아의 풍경에 둔감한 여자라고 해서 연애 기질이 없는 건 아니에요” “내가 맞혀볼까요? 거기서 멋진 연애를 한 거죠? 부인할 생각은 말아요” 등등이다. 대사들은 가볍고 풍경들은 풍성하다. 이러한 부분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고전적 풍경이 더욱 감각적 색채를 더해 준다.

 원작 역시 포스터의 작품 중 가장 로맨틱하고 낙관적인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였고, 유머러스한 대화체를 사용하였으며 당대의 관습을 희화화시키기도 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 속에는 20세기 초반 에드워드 왕조 시대의 사회, 정치적 이슈들도 드러난다.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쓰였고 몇몇 구절들은 특정 인물의 시점에서 쓰였다.

 1985년에 완성된 이 영화는 1986년 아카데미 각색, 미술, 의상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