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제 린저 장편소설 『생의 한가운데(Mitte des Lebens)』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Luise Rinser.1911∼2002)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1950년에 발표되었다. 여주인공 니나 붓슈만의 삶을 통해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를 탐구한 작품으로, 니나를 사랑한 의사 슈타인의 일기체 형식의 기록이 소설의 골격을 이룬다. 이 작품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좌절과 생에 대한 집념이 응축되어 나타냈다. 이 소실을 두고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작가가 삶의 의미를 부단히 추구하고 모색하는 매혹적인 인간상을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니나를 사랑하는 슈타인의 일기 및 편지, 그리고 니나와 그녀의 언니 간의 며칠 간의 짧은 만남과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침체된 독일문단에 참신한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전쟁의 상처로 허무주의(니힐리즘)에 빠져 있던 유럽의 젊은이들을 열광시켜 루이제 린저(Luise Rinser)의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게 했다. 루이제 린저가 첫 번째로 출간한 책은 『유리반지』인데, 이 작품이 나오자마자 나치로부터 출판 금지를 당했다. 나치당에 대항한 것으로 유명하며, 반 나치 투쟁을 벌이다가 감옥에 가기도 했다. 번역가 전혜린의 소개로 더욱 유명해진 『생애 한 가운데』와 <덕성의 모험>, <다니엘라>, <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 때>, <완전한 기쁨>,<>독한 당신을 위하여>, <미리암>, <아벨라르의 사랑>과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야기를 쓴 <꺼지지 않는 불>과 작곡가 윤이상과의 대담집인 <상처 입은 용> 등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대학교수이자 의사인 슈타인은 여주인공 니나 붓슈만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그는 니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써왔던 일기장도 함께 보냄으로써, 그 속에 관찰된 니나의 변모와 자신에 대한 솔직한 고백에 자신의 생의 전부를 건다.
니나보다 20년이나 연상인 이 남자는 18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통해 한 여인의 성장과 변화를 관찰하며, 그녀의 눈짓이나 음성 등 아주 사소한 변화에도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슈타인은 오랫동안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거칠 것 없는 젊은 여류 작가 니나의 방종을 위대한 인내심으로 견뎌내야 했다. 니나와의 결혼을 진심으로 원하지만 그녀가 자기 친구인 알렉산더의 아이를 낳은 것을 지켜보아야 했고, 자살하려는 그녀를 살려내야 했다. 또 니나가 그녀의 남편인 할의 옥중자살을 방조하는 모험을 도와주어야 했다.
니나는 아들을 낳은 후 반란 방조죄로 15년 형을 언도받고 감금된다. 그러나 자살도 생의 일부처럼 보이는 그녀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니나는 석방되어 슈타인을 방문한다. 니나 붓슈만은 생의 한가운데 서서 삶을 두려움 없이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의지로써 변화시키고자 하는 자기 신념 속에 살아가는 이지적인 여성이다. 반면에 나약한 지식인의 표본처럼 보이는 슈타인은 죽음 앞에서 생을 통찰하고,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구원을 얻는다.
루이제 린저의 자전적 색채가 짙은 소설로, 여주인공 니나 붓슈만은 작가의 체취를 강하게 풍긴다. 파란만장한 인생항로와 맞서는 니나 붓슈만의 삶의 자세는 작가가 추구하는 인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니나는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의 우수와 슬픔을 생 자체로 받아들여 극복하고자 했고, 그것이 인간이 원죄를 벗어나 구원을 얻는 길이라고 믿었다.
단순한 애정소설을 넘어서서 사랑, 희망, 절망, 생에 대한 강한 집념 등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들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이 작품으로 루이제 린저는 슈켈레(schickele) 문학상을 수상했다.
♣
토마스 만은 루이제 린저를 가리켜 시대악과의 싸움에서 뛰어난 용기를 보여준 여성이라고 평했다. 린저가 가장 사랑하는 「생의 한가운데」의 주인공 니나는 작가의 이상화인 듯 정직하고 곧은 삶과 매너리즘을 분연히 거부하며 늘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고 그렇게 얻어지는 삶 속에서 행복을 맛보는 삶의 화신이다.
절망의 밭을 갈아 희망의 싹을 키우며 삶에 녹아든 죽음의 향수, 영원히 마침표를 달지 않을 니나의 삶에 대한 이 태도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허식과 오류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또한 이 왜곡의 시대에 '사랑'은 과연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지, 사랑의 빛으로 재조명되는 인간의 본질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독자에게 의미심장한 물음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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