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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다니엘 데포 장편소설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

by 언덕에서 2011. 9. 16.

 

 

 

다니엘 데포 장편소설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

 

영국 작가 다니엘 데포(Daniel Defoe.1660∼1731) 장편소설로 1719년 작품이다. 원제는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 놀라운 모험(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인데 작가가 60세 가까운 나이에 처음 쓴 이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그에게 큰 명성을 안겨 주었다.

 다니엘 데포(Daniel Defoe)는 영국의 언론인이자 소설가로 런던의 푸줏간 자식으로 태어나 양말 장사, 벽돌 굽기, 세무 관리 등 여러 가지 직업으로 돌아다녔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1704년 주간지인 [평론(Review)]을 간행함으로써 잡지 시대를 개척한 선두주자가 되었다. 소설가로서 활동은 에서 시작되어 <재크 대령>(1722), <록사너>(1724), <해적 싱글튼>(1720) 등 사실적인 소설을 잇달아 발표했으나 그리 인정을 받지는 못하였다.

 데포 소설의 특징은 사실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상세한 설명을 첨가해 가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구조(짜임새)면에서는 치밀하지 못하다는 평판을 받기도 했다. 허식 없이 사실적으로 쓴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의 선원 알렉산더 셀커크(Alexander Selkirk)의 무인도표류기를 소재로 삼았다고 하나, 오히려 그 내용은 디포 자신의 상상을 구사한 우화소설이며 J.버니언의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 이래 영국 대중의 감정구조에 숨겨진 종교적ㆍ도덕적 우의문학(寓意文學)의 전통에 속한다는 주장이 높다.

 다니엘 데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에서 주인공은 1719년 4월 25일에 무인도에 도착한다. 데포는 상관의 미움을 사 혼자 무인도에 버려졌다가 4년 4개월 만에 구조된 알렉산더 셀커크라는 실재의 해적선 승무원을 모델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28년 동안 무인도 생활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려서부터 바다를 동경하던 요크 태생의 선원 ‘크루소’는 항해 도중 배가 난파당하여 홀로 서인도제도의 한 무인도에 버려진 신세가 되었다. 이 섬을 ‘절망도’라 이름 붙이고 다음 날부터 배에서 식량, 의류, 무기 같은 생활용품을 섬으로 옮기고, 고지의 샘 근처에 집을 지었다. 이렇게 생활의 터전을 닦은 그는 짐승 사냥, 농사짓기, 날짜 새기기, 성서 공부 등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근면, 검소하면서도 성실한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 식인종의 포로가 된 한 흑인 노예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구출해 주었다. 그 날이 금요일이었으므로 그를 ‘프라이데이’라 이름 지어 주고 함께 지냈다. 이로써 비록 뜻은 통하지 않지만 표류 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인간과 말을 주고받게 되었다. 둘이 생활하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선교사와 토인이 식인종들의 포로로 섬에 붙들러 온 것을 보고 구해 주게 되는데, 토인은 바로 프라이데이의 아버지였다.

 그 후 섬에 상륙한 반란선을 진압하고 선장을 구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무인도 생활 28년째인 1687년 6월 11일 무사히 고국에 돌아와 35년 만에 몰라보게 변한 고향집에 닿게 된다.

 속편의 내용을 보면, 크루소는 조카와 프라이데이를 데리고 다시 항해에 나서서 절망도에 도착했다. 프라이데이는 아버지와 재회의 기쁨을 누리나, 토인과의 해전에서 전사하고 만다. 다시 혼자가 된 크루소는 시베리아 여행과 여러 가지 모험을 한 끝에 10년 후 72세의 나이로 고향에 돌아와 안착한다.

 

 

 

 

 무인도에 혼자 버려진 크루소의 상황은 우리의 존재 상황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인간은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면서 각자마다의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무인도 생활 얼마 후 해변에서 우연히 인간의 발자취를 발견했을 때 크루소는 놀람과 공포, 의심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경계한다. 그러나 곧 반성하는 마음으로 다시 해변으로 가서 사람의 뼈를 발견, 후에 프라이데이를 구해줄 수 있게 된다.

 23년간이나 사람을 동경하고 그리워했으면서도 막상 사람의 흔적을 보았을 때 두려워하는 크루소의 심리 상태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사람은 누구나 사람을 그리워하고, 타인의 애정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타인들을 두려워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영원히 개인과 사회의 중간지대에서 갈등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데포의 처녀작인 셈인데, 사실은 ‘안 페르난데스’라는 섬에서 수년 간 고독한 생활을 보낸 ‘알렉산더 셀커크’라는 사람의 실지 경험담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쓰였다. 이 작품은 무신심에서 믿음, 희망을 일깨우고, 성실한 노동과 인종을 초월한 인간애를 통해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는 한 청교도인의 정신적 변화 과정을 그렸다. 또한,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관계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대체로 줄거리가 단순하고 구조 역시 치밀성이 적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허식 없이 붓을 달려 사건을 나열하면서 영국 중산계급의 성격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그 생활 설계에 있어서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재생산 과정을 전형적으로 드러내 놓고 있다고 평한다. 아시아나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땅을 무인도인 양 마음대로 점거하고 수탈을 일삼았던 서구인들이 가진 속성의 일면을 가감없이 표현했다는 평 또한 존재한다. 속편은 구출되어 고국에 돌아온 주인공이 다시 무인도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나 전편보다 훨씬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