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Le père Goriot)』
프랑스 작가 발자크 (Honore de Balzac.1799∼1850)의 장편소설로 1834∼1835년 발표되었다. 두 딸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한 고리오 영감이 딸들의 배은망덕의 소행에 비분과 뉘우침을 거듭하면서도 그래도 동물적인 애정을 기울인 끝에 비참하게 병사한다는 이야기이다. 추가 테마로서 왕정복고 시대, 파리에 있어서의 시골 출신의 청년 귀족 라스치냐크의 야심에 대한 지각과 탈옥수 보트랑의 기성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도전을 묘사하고 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두 딸의 행복을 빌면서 일체를 희생한 고리오영감은 딸들의 결혼 후의 배은망덕에 비분과 고뇌를 참지 못한다. 결국 병상에도 찾아오지 않는 두 딸을 저주도 하고 축복도 하면서 비참하게 죽어간다는 이야기다 . 고리오영감의 동물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을 작자는 부성애의 그리스도라고 하며, 이 때문에 <리어왕>과 비교된다. <인간희극>의 한 걸작으로 귀족사회의 퇴폐와 서민계급의 생기가 선명하게 대비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19년 파리의 초라한 하숙집 보케 여인숙에는 예전에 큰 부자였던 고리오 영감과 자칭 상인이라는 보트랑, 그리고 시골 출신의 귀족 법학도인 라스티냐크가 살고 있었다. 이곳에는 이들 이외에도 여러 명의 특이한 사람들이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고리오는 젊었을 때 제분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세도도 당당하고 권력도 가지고 있었으나, 귀족에게 시집보낸 자신의 두 딸 아나스타리와 텔피느의 사치와 방종, 그리고 시집보내는 데 거액의 지참금을 딸려 보내 지금은 거의 무일푼 상태였다. 그런 고리오 영감을 두 딸들은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끄러워하였으며, 이제는 싸구려 하숙집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학문과 사교계의 진출을 꿈꾸면서 성공을 노리는 라스티냐크는 보세앙 부인을 통해 고리오의 막내딸인 투싱겐 남작 부인에게 접근하여 연인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보트랑은 라스티냐크에게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순수함을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부추기면서 자신들과 함께 한탕 하자며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것은 은행가의 딸과 결혼한 뒤, 상속자인 아들을 죽이면 재산이 모두 자신들의 것이 된다는 계략이었다. 보트랑의 말대로 라스티냐크는 은행가의 딸에게 접근하고, 일을 진행시켜 가던 중 탈옥자였던 보트랑이 체포되면서 라스티냐크는 다행히 위험한 책략에서 벗어난다.
한편, 고리오 영감은 거듭되는 딸들의 낭비로 인해 마침내 무일푼으로 파산하게 되고 더 이상 두 딸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데 괴로워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한 고리오 앞에서 두 딸들은 돈 때문에 싸우게 되고 이 모습을 보다 못한 고리오 영감은 충격으로 쓰러지게 된다. 그러나 그가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두 딸들은 병문안조차 오지 않았으며, 끝내 회생치 못하고 딸들을 원망하면서도 ‘아아, 나의 천사들’이란 말을 남기면서 죽고 만다. 딸들은 그이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않았으며, 라스티냐크가 루싱겐 부인에게 받은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혼자 고리오 영감의 장례를 치러 준다.
고리오의 장례식을 마친 라스티냐크는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며, ‘자, 이제 파리와의 한판 승부다’라고 외치면서 사회와의 한판 승부를 위해 고리오 영감의 막내딸이자 자신의 연인인 루싱겐 부인의 저택으로 만찬을 들기 위해 떠난다.
이 작품은 19세기 근대 시민사회에서 ‘금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악한 인간들의 허욕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고리오 영감의 딸들에 대한 부성애와 가난한 학생 라스티냐크의 출세하려는 의지를 주요 테마로 해서 19세기 프랑스 자본주의 사회를 명확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묘사했다.
이 작품은 1834년 12월부터 1835년 2월까지 [르네 드 파리]지에 발표되었고, 곧이어 1835년 3월 [붸르데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발자크는 이 작품에서 각각의 소설에 인물을 등장시켜 전체 소설로 연결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인물 재등장’ 수법을 처음 사용하였으며, 치밀한 관찰을 통해 인물을 묘사함으로써 근대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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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아내를 여의고 두 딸들에게 집착하여 결국 버림까지 받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면서, 왕정복고 시대에 출세욕으로 야심에 찬 시골 귀족 출신 청년, 그리고 탈옥수로 사회에 도전하고 반항하는 보트랑 등 소위 밑바닥 인생의 전형적인 인간과 부패한 상류사회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파리의 한 시대라는 제한적 배경을 두 가지 면에서 재현시키고 있다.
쾌락과 부와 환락이 있는 파리와 악과 비리가 판치는 파리가 그것이다. 그럼으로써 근대 시민 사회를 지탱한 금전과 출세욕 등을 여러 등장인물의 개성에 맞추어 사실감 있게 그려가고 있다. 특히 헌신적인 아버지의 상, 즉, 부성애의 화신으로서 비극적인 아버지의 전형으로 표현된 고리오 영감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리어 왕>과 비교되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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