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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구운몽(九雲夢)』

by 언덕에서 2011. 6. 30.

 고대소설 『구운몽(九雲夢) 

 

 

 

 

 

조선 후기 숙종 때 서포 김만중(1637(인조 15)∼1692년(숙종 18))이 지은 국문ㆍ고대소설로 이재는 <삼관기(三官記)>에서 “효성이 지극했던 김만중이 모친을 위로하기 위하여 <구운몽>을 지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작품은 1687년(숙종 13) 9월부터 이듬해 11월 사이에 작자가 선천 유배지에서 지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한문본과 한글본이 모두 전하는데, 한글작품이 한문 작품보다 앞선 것인지의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 <구운몽>의 전래본은 국문사본(國文寫本)ㆍ국문간행본ㆍ한문사본ㆍ한문간행본ㆍ번역본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중에서 국문간행본과 여러 종류의 활판본이 유포되어 왔고, 국문사본으로는 이가원 소장본이 1955년 덕기출판사에서 발행되었다. 한문간행본으로는 l803년에 출간된 목판본 6권 3책이 유포되어 왔고, 한문현토본(漢文懸吐本)이 l916년에 활판본으로 출간되었다.

 그 밖에 외국어 번역본으로는 22년에 기일(奇一: J.S.Gale)에 의해서 <The Cloud Dream of the Nine>이라는 이름으로 영역되었고, 일역본도 2종이 있다. 현재 전하는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서울대학 도서관 소장본인 4권 4책으로 된 국문필사본으로, 다른 한글본이나 한문본보다 연대가 앞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언어ㆍ문체 등이 우아한 것으로 보아 김만중 시대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듯하여 김만중 원작일 가능성도 있다.

 인간의 부귀영화란 일장춘몽, 남가일몽이란 주제의 소설이다. 이 작품에 깃들인 사상은 유ㆍ불ㆍ선 삼교의 사상이다. 국문본과 한문본이 있으며, 이 소설의 배경은 중국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가정(嘉靖)연간 금릉 순천부에 사는 유현이라는 명신은 늦게야 아들 연수를 얻는다. 유공의 부인 최씨는 연수를 낳고 세상을 떠난다.

 연수는 15세에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고 한림학사에 제수되었나, 아직 나이가 어리므로 10년을 더 수학하고 나서 관직에 나아가겠다고 한다. 천자는 특별히 본직을 띠고 6년 동안의 여가를 준다.

 유한림은 덕성과 재학을 겸비한 사씨와 혼인한다. 사씨는 유한림과의 금슬은 좋으나 9년이 되어도 아이를 낳지 못하였다. 이에 사씨는 남편에게 새로이 여자를 얻기를 권한다. 유한림은 거절하다가 사씨가 여러 번 권해오니 마지못해 교씨를 맞아들인다.

 교씨는 천성이 간악하고 질투와 시기심이 강한 여자로, 겉으로는 사씨를 존경하는 척하나 속으로는 증오한다. 그러다가 잉태하여 아들을 출산하고는 자기가 정실이 되려고 마음먹고, 문객 동청과 모의하여 남편 유한림에게 온갖 모함을 한다.

 유한림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으나, 교씨가 자신이 낳은 아들을 죽이고 죄를 사씨에게 뒤집어씌우니, 사씨를 폐출시키고 교씨를 정실로 맞이한다. 교씨의 간악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시 문객 동청과 간통하면서 유한림의 전 재산을 탈취해 도망가서 살기로 약속하고, 유한림을 천자에게 참소하여 유배시키는 데 성공한다.

 유한림을 고발한 공으로 지방관이 된 동청은 교씨와 함께 백성들의 재물을 빼앗는 등 갖은 악행을 저지른다. 이때, 조정에서는 유한림에 대한 혐의를 풀어 소환하고, 충신을 참소한 동청을 처형하기로 한다.

 유배를 당한 유한림은 비로소 교씨와 동청의 간계에 속은 줄 알고 지난날의 죄를 뉘우친다. 유배가 풀려 고향으로 돌아온 유한림은 사방으로 탐문하여 사씨의 행방을 찾는다.

 한편, 남편 유한림이 돌아왔다는 소문을 들은 사씨는 산사에서 나와 남편을 찾으러 나선다. 사씨와 유한림은 도중에서 해후한다. 유한림은 사씨에게 지난날의 죄를 사과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간악한 교씨와 동청을 잡아 처형하고 사씨를 다시 정실로 맞이한다.

 

 

 

 

 

 이 작품은 숙종이 인현왕후를 폐출하고 장희빈을 중전으로 책봉한 사건에 대하여 숙종의 미혹됨을 깨닫게 하여 모든 것을 원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권선징악의 수법을 고도로 원용하여 쓴 폭로ㆍ풍간(諷諫)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작가 김만중이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는 일반적으로 쟁총 즉, 사랑 다툼으로 보고 있으나, 오히려 덕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성혼 과정에서 매파가 사소저의 미색을 칭찬하자 유현은 덕을 강조하여 말했고, 또 사부인이 남편 유한림에게 소실을 얻도록 주선해주는 것은 부덕(婦德)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교씨의 간교로 인해 시가에서 쫓겨난 사부인이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시부모의 산소에서 지내는 것은 끝까지 덕을 실행해보려는 강인한 의지의 발로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쟁총형의 가정소설이라기보다는, 인간에 있어서의 덕성을 강조함으로써 민비 폐출의 부당성을 풍간하기 위한 풍간소설이다.

 인물구성을 보면, 사부인은 고매한 인덕의 소유자로 설정해놓은 반면, 첩은 간교한 여인으로 등장시켜 악녀를 선녀에 대립시킴으로써 여자주인공의 인격을 강조하고 있다. 유한림의 숙모인 두부인은 선악을 판단하는 사리 판별자로서 기능하며, 또한 다가올 일을 암시하는 복선의 기교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소설의 구성면에 있어서는, 다른 고전소설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천우신조가 사건전개에 큰 구실을 한다. 사부인이 시부모 묘하에 쫓겨나 있을 무렵 두부인의 위조편지를 받고, 비몽사몽간에 최부인이 꿈에 나타나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여승 묘혜가 사부인과 상봉하여 사부인을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도 역시 꿈의 계시에 의해서였다. 유연수의 중병을 고치는 일, 위기에서 구출되는 일 등 모두가 현몽의 덕분이다. 이처럼 꿈을 지나치게 과용한 것이 이 작품의 구성상의 흠으로 보이는데 이는 소설적인 실감을 크게 축소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사실상의 배경은 숙종의 인현왕후 폐출사건에 있으나 소설 내용상의 배경은 중국 명나라 시대를 취하고 있다. 그것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날카로운 저항의식을 가리기 위함일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러한 목적의식 때문에 인물의 배치나 사건의 전개에 어떤 한계를 주어 작품의 문학성이 위축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나, 김만중의 작가적 능력은 이를 훌륭히 극복하여 작품적 성과를 크게 발휘하고 있다.

 

  1. 조선 숙종(肅宗) 때의 문신ㆍ문학자 김만중은 자(字) 중숙(重叔). 본관은 광산(光山)이며 호는 서포(西浦), 시호는 문효(文孝)다. 생원 익겸(益兼)의 아들이며 만기(萬基)의 아우로 현종 때 진사에 급제하고 이어 문과에 급제한 후 벼슬이 대제학(大提學)ㆍ판서에 이르렀다. 효성이 지극한 만중은 유복자(遺腹子)로 태어나 아버지의 모습을 모르는 것을 평생의 한으로 여겨, 어머니 윤(尹) 부인에게 갖은 효도를 다하였다. 윤 부인이 책을 즐기므로 갖가지 책을 구하여 항상 곁에서 읽어드렸으며, 늙을 때까지 어미니 곁을 떠나는 일이 별로 없었고, 별거한 후에도 매일 아침 반드시 문안을 다녔다. 나라일에 있어서도 진력(盡力)하였으며, 귀양갈 때 부인이 아무 걱정 말고 몸조심하라는 위로가 하도 정성스러워 듣는 이를 낙루(落淚)케 하였고, <구운몽(九雲夢)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