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남윤전(南胤傳)』

by 언덕에서 2010. 10. 6.

 

고대소설 『남윤전(南胤傳)』

조선시대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1권 1책이며 국문 필사본이다. 국립중앙도서관본ㆍ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본ㆍ육당문고본(南允傳으로 표기) 등 3종이 있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을 간접 배경으로 하고, 효사상(孝思想)과 꿈을 매개로 한 운명적 도선사상(道仙思想)을 직접배경으로 하여 적대감을 승화시키고 있는, 포로문학의 성격을 띤 역사소설이다. 비현실적인 표현이 많은 전기소설(傳奇小說)이나, 당시의 작품으로서는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인공 남윤이 결혼 첫날밤에 왜구(倭寇)로 인하여 일본에 잡혀갔으나, 결국은 고국에 돌아오게 되어 부인은 물론, 첫날밤의 인연으로 태어나서 이미 황해감사가 된 아들까지 만나 화락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포로가 되어 왜국ㆍ중국ㆍ만주를 거쳐 조선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은 고대소설에서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는 해외체험 소재이다. 적국에 포로로 끌려간 주인공이 적국공주와 혼인하는 이야기도 이 작품에만 나타난다. 비약이 심한 편이지만 당시의 작품으로는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윤(南胤)은 순찰사가 되어 함경도 지방을 순찰하게 된 부친을 따라가 단천 부사(端川府使)로 가 있는 부친의 옛 친구 이경희(李景熙)의 딸과 약혼한다. 그는 또 함흥감영에서 명기(名妓) 옥경선(玉京仙)과도 사귀고 후일을 기약했는데, 서울로 올라와서 이부사의 딸과 결혼식을 올리던 바로 그날 임진왜란이 일어나 신혼의 행복도 누릴 겨를이 없이 피난길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피난하다가 왜적에게 사로잡혀 왜국으로 포로가 되어 끌려갔다. 왜왕은 남윤의 비범한 인물됨을 보고 부마로 삼으려 한다. 끝내 거역하던 그는 천정연분(天定緣分) 임을 알고 결혼한다.

 왜왕의 공주는 인세(人世)의 인연이 끝나자 남윤을 도망시켜 고국으로 보내준다. 남윤은 온갖 풍파를 겪으며 중국을 거쳐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주인공 남윤이 포로가 되어 왜국․중국․만주를 거쳐 조선으로 귀환하는데, 고전소설에서 이러한 해외체험은 처음으로 보이는 것이다. 특히 적국에 포로로 끌려가 적국의 공주와 혼인하는 것을 표현해 놓은 소설은 이 작품뿐이며, 혼인 첫날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도 독특한 구성법이다.

 남윤ㆍ이부인ㆍ옥경선ㆍ월중선이 옥황상제의 벌을 받고 인간 세계로 내려온 공동운명체로 설정되어 그들의 의식을 꿈으로 묶어놓고, 왜국에서의 탈출도 공주의 힘을 빌리게 하는 도선적(道仙的)인 구성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사건의 진행을 조직화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의 포로가 되었던 노인(魯認)ㆍ강항(姜沆)ㆍ정희득(鄭希得) 등의 체험적 기록인 <금계일기(錦溪日記)> <간양록(看羊錄)> <월봉해상록(月峯海上錄)> 등이 남아 있는데, 이 작품은 이러한 당시의 체험에 도선사상이 가미되어 소설로 형상화된 듯하다. 이부인ㆍ옥경선ㆍ왜국 공주의 관계에서 보면 이 부인은 전형적인 주부상으로, 옥경선은 정절을 생명으로 하는 자유연애의 표본으로, 그리고 왜국 공주는 국가를 초월한 사랑의 화신으로 형상화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