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퍼드 사건'과 '밝혀진 진실' <아버지의 이름으로>
1993년 <나의 왼발>로 유명한 짐 셰리단 감독과 주연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다시 뭉쳐 만든 작품으로,
1975년 실제 발생했던 이른바 '제리 콘론 사건'을 영화화했다. 그러니까 실제 일어난 ‘길퍼드 사건’이 소재인데 15년을 복역하고 무죄 석방된 제리 콜론의 자서전 <밝혀진 진실>에 약간의 허구를 첨부해서 만든 영화이다.
1970년, 25년간 영국의 통치를 받아온 아일랜드인들은 영국인들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었다. 몹시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아일랜드인들은 사사건건 시비에 말려들게 되었고,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도 많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길퍼드 사건’이 터졌고 아일랜드인들은 폭탄 테러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 영화는 그러한 사건의 대표적인 예로 아일랜드의 한 청년이 무고하게 IRA 소행인 폭탄 테러 혐의로 입건되어 징역 15년을 살다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었다. 전작 <나의 왼발>로 아카데미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데이 루이스가 다시 한번 열연을 보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었으나, <필라델피아>의 톰 행크스에게 내주었다. 4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금곰상 수상.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북아일랜드 청년 제리 콘론은 일자리 없이 소매치기로 살아간다. 아버지는 그의 건달 생활을 청산시키기 위해 아들을 영국으로 보낸다. 1974년 10월, 길포드 지역의 레스토랑에서 폭탄이 터져 5명이 숨진다. 제리와 폴은 곧바로 테러리스트 퇴치법의 그물망에 걸려든다. 어느 날 한 식당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한 후 그는 폭동을 주도한 인물로 수배되어 영국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아버지는 제리를 영국으로 가는 배에 태워 숙모집으로 보낸다. 제리는 히피들과 런던 시내를 배회하며 소일한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주운 열쇠로 매춘부의 집에 들어가 돈을 훔치다가 경찰에 잡히게 된다. 법에 따르면 혐의가 있는 테러리스트들은 체포할 수 있으며 변호사 없이 7일간 취조할 수 있다. 육체적, 심리적 고문에 못 이겨 그들은 작성된 자백서에 사인하기에 이른다. 때문에 아버지와 숙모 가족,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테러범으로 몰린다. 제리는 평소에 엄격하고 빈틈없어 보이던 아버지와 감옥에서 한방을 쓴다.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감옥에서 함께 지내게 되며 이들 사이에 오랫동안 드리워졌던 오해와 갈등의 그림자를 조금씩 걷어내기 시작한다. 천식을 앓는 아버지는 힘든 감방생활 속에서도 제리에게 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잃지 않게 당부한다. 특히 제리 콘론은 감옥에서 평화적 투쟁에 대한 아버지의 신념을 따르게 되며 인간적 성숙을 이루게 된다. 그들은 좁은 감방 안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가슴으로 껴안게 된다. 감옥에서 15년이 지나고 페인트 공장에서 일한 휴유증으로 병든 아버지는 결국 누명을 쓴 채 감옥에서 숨진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제리는 아버지의 죽음이 자신 때문임을 깨닫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부조리와 싸워 승리한다. 여기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의 배경인 '제리 콜론 사건'의 전후 사실관계는 이렇다.
제리 콘론(Gerry Conlon)은 영국에 살고 있으며, 피어스 변호사(Gareth Peirce), 어머니(Sarah Conlon)와 함께 아버지 조세프(Guiseppe Conlon)의 누명을 벗기는 일을 했다. 패디 암스트롱(Paddy Armstrong)은 아일랜드로 돌아가 현재 더블린에 살고 있다. 캐롤 리차드슨(Carole Richardson)은 영국에 살며, 결혼해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폴 힐(Paul Hill)은 최근에 로버트 케네디(Robert Kennedy)의 딸 코트니(Courtney Kennedy)와 결혼해 뉴욕에 살고 있다. 죠세페 콜론과 맥과이어 가족이 유죄 판결에 대해 정부 조사가 있었고, 법부의 학자의 증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판결을 뒤집도록 했다. 길포드 주점 폭파(Guildford pub Bombing) 사건을 자백한 IRA 대원들은 그 사건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영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법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기소된 전직 형사 세 사람은 1993년 5월 19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찰은 없다. 죠세페 콘론은 벨파스트 밀 타운 묘지(Milltown Cemerery, Belfast)에 묻혀있다.
짐 셰리던 감독은 '휴머니즘’이라는 개념에 갇혀 대중영화를 만드는, 극히 평범한 연출자로 보일 수도 있다. 짐 셰리던은 북아일랜드에서 있었던 ‘피의 일요일’ 사건을 다룬 <블러디 선데이>를 제작했으며 <아버지의 이름으로>와 <천사의 아이들> 등 가볍지 않은 작품을 꾸준하게 만들었다. 애틋한 아버지의 정을 담은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역시 남부럽지 않으며 감독의 자기반영적 특징을 지닌 작품세계이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실제로 존재했던 ‘제리 콘론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허술한 구석이 없지 않은 시나리오를 보완해주는 것은, 배우의 연기다. <나의 왼발>에 출연했던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감옥장면을 위해 금식하고 잠을 안 자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전해진다. 거친 장면이 많지만, 화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 관객인 우리는 자문하게 된다. 과연 나는 내 아버지에게, 그리고 내 아이에게 어떤 사람인가?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Artificial Intelligence: AI (0) | 2011.08.03 |
---|---|
인위적임과 예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영화 <라디오> (0) | 2011.07.27 |
해양모험영화의 진수 - 존 휴스턴 작. <백경> (0) | 2011.07.13 |
지나치게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영화 <십계> (0) | 2011.07.11 |
중년남자의 피로로 가득 찬 영화 <우아한 세계> (0) | 2011.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