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Чем люди живы)』
러시아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Tolstoi.Lev Nikolaevich, 1828.∼1910)의 연작 단편소설로 1885년 발표되었다고 알려져 있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러시아 지방에서 전해오던 민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로 기독교적인 사랑관이 잘 나타나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숙모에 의해 양육된 톨스토이의 성장배경과 내용을 연관 지어 생각하면 더욱 감동적인 작품이다.
천사 미하일은 어떤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 오라는 하느님의 명령에 불순종했다가 알몸으로 지상에 쫓긴다. 하느님께서는 미하일이 세 가지 깨달음을 얻었을 때 다시 하늘로 부름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가난한 구두수선공 세몬은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미하일을 도와주고, 미하일은 세몬과 그의 아내 마트료나와 함께 살면서 세 가지를 깨닫게 된다.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이 더욱 간절해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학생들과 함께 하느님의 세 가지 질문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하나, '인간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둘,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셋,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 세몽과 미하일의 만남
구두장이 세몽은 어느 농부 집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세몽은 구두를 만들 양피(양가죽)를 사러 갔다 오는 길에 그동안 구두를 수선해준 농부에게 외상값을 받지 못하자 홧김에 술을 마시고 얼큰하게 취한 채 집에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길모퉁이 교회 앞에서 길가에 쓰러져 있는 벌거숭이 남자가 보였다. 너그러운 세몽은 얼어 죽을 것이 분명한 남자를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의 외투를 입히고 집으로 같이 돌아온다. 세몽의 아내 마트료나는 그런 세몽에게 화가 나서 옛날의 잘못까지 들춰가며 온갖 욕설을 퍼붓다가, 세몽의 '마트료나, 당신의 마음에는 하느님도 없소?"하는 말에 마음이 누그러져 잠자리를 제공하고 입을 옷도 내주었다. 하느님께 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그 사나이의 이름은 미하일이었다.
● 신사와의 만남
세몽은 미하일에게 "자네가 우리와 같이 살려면 일을 해야 하네."라고 말한다. 미하일은 "예. 어떤 일이든지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구두수선일을 배웠는데, 놀랍게도 초보자 미하일이 숙련노동자인 세몽보다 더 일을 잘했다. 머리가 영리해서 시범을 보이기만 했는데도 따라하는 것이었다. 미하일의 소문이 자자하자 세몽은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어느 날 거인 신사가 오만한 말투로 일년을 신어도 실밥이 터지지 않는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명령한다. 세몽이 비싼 가죽을 보면서 혹시 일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고 망설이자 미하일은 주문을 받았다. 미하일은 구두 대신 슬리퍼를 재단했고, 세몽이 화가 나서 따지려는데 신사의 하인이 주인어른이 집에 가던 중 마차에서 죽었다며 슬리퍼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 두 아이와의 만남
세월이 흘러 6년의 시간이 흐르고 미하일은 변함없이 세몽의 가게에서 일한다. 어느 날 어느 부인이 두 여자아이의 구두를 주문한다. 6년 전 두 아이의 부모가 아버지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죽고 어머니는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부인은 자신이 이웃에 살고 있었는데 태어난 지 8개월 된 아들이 있었고, 임시로 그 두 아이들을 맡아 길렀다. 그런데 자기의 아이가 일찍 죽고 말았고, 방앗간 사업이 잘 되어 부인은 이 아이들을 자기 아이처럼 사랑하며 소중히 지금까지 키워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마트료나는 "부모 없이는 살아도 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한다.
● 천사 미하일
그 순간 방 안이 밝아지며 미하일이 천사가 된다. 그 모습을 본 세몽은 두려우면서도 "자네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세 번 웃었는데 왜 웃었는지, 하느님이 왜 자네에게 벌을 주셨는지 말해주게"라고 말한다. 미하일은 6년 전 하느님이 한 영혼을 데려 오라고 명령하셔서 세상에 내려왔다고 했다. 아이들이 죽게 될 거라며 아이 엄마가 애원하여 마음이 약해진 미하일은 하느님께 말씀하신 내용을 지킬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하느님은 미하일에게 "아기 엄마의 영혼을 데려오면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 가지의 말뜻으로 알게 될 것"이라며 그 말뜻을 알기까지 사람들에게 가 있으라 명령하였다. 그래서 알몸뚱이로 차가운 길바닥에서 웅크리고 있던 자신을 세몽과 마트료나가 대접하는 것을 보고,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자비가 있음을 알았다. 멋진 신사가 일년을 신어도 끄떡없는 구두를 주문했지만 그가 곧 죽을 것을 알았기에, 미하일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 자신의 삶의 남은 시간임을 알았으며,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사람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 말을 마치고 미하일은 하늘에 도로 돌아간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사랑과 종교, 윤리, 사회 제도 등 인간과 삶에 대한 보편적이면서도 중요한 진리를 전달한다. 선과 악이 어떻게 존재하고, 물질을 향한 탐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인간 내면의 본모습은 어떠한지 등의 물음을 던지고 그 해답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이 단편 연작은 톨스토이가 소외된 민중들을 일깨우기 위해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로 쓴 작품들로 당시 민중들의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 또한 고전의 감동과 지혜를 전달하는 동시에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과도 맞닿아 있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이 작품은 작가의 예술적 입장을 이야기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톨스토이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그의 입장을 이론적으로 서술했다면 그 이론적으로 서술한 예술론을 알기 쉽게 작품으로 그려내 놓은 것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소설이다.
♣
(전략) 젊어 시건방졌던 시절에 읽은 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의 그 같은 검증받지 않는 이상주의 혹은 위선이 빚어낸 공허한 우화였다. 더군다나 성경의 인용만으로 채워진 도입부는 또 고색창연하다 못해 치명적인 흠집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이 몇 년 사이 내게 무슨 변화가 온 것일까. 이제 다시 읽어보니 <그래도 사랑할 만 인간>이라는 이 책의 표제에 더할 나위 없이 잘 들어맞는 가작으로 다가온다.
우화적이라고 단정한 기법을 오늘날의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변호해줄 수 있다면 그가 그려낸 것은 당대의 그 어느 작가보다 사실적인 러시아 민중의 삶이며, 땅으로 추방된 천사는 그 민중에게 남아있는 희망을 증명해주는 환상적인 소도구일 뿐이다. 고색창연한 도입부도 선을 향한 진지한 열정의 표출을 우스꽝스럽게 여기는 이런 시대에는 오히려 이채를 띤다. (<이문열 세계명작> 10권 87쪽에서 인용).
톨스토이는 철저하게 보편적인 생각을 풀어낸 것, 특히 기독교적인 사랑을 담아낸 예술이 참된 예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결합시키고 하나의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의 입장에 봉사하는 글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설은 소박한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어떻게 몸소 실천하고 사는지를 잘 보여주는 따듯한 이야기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마디로 '사랑'이다. 이 자명한 진리를 사람들이 가슴 깊이 느끼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톨스토이는 미하일이라는 천사와 구두를 만드는 가난한 세몬 그리고 세몬의 아내 마뜨료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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